그러고보니 얼마전 통보가 갔던 것 같다. 전에 말했듯 회사 계약직 가운데 2찍이 있다. 아마 아직 20대일 것이다. 당연히 남성이다. 왜 윤석열을 찍었느냐 물으니 여가부폐지 때문이란다. 중국과 북한이 싫어서 찍었다 그런다. 그래서 최저임금이랑 근로시간은 상관없느냐 했더니 주휴수당 폐지가 오히려 옳아 보인다 대답한다. 주휴수당 폐지되면 월수입에서 30만원 넘게 까인다 그래도 그러는 것이 공정하다는데 할 말은 없다. 문제는 나름 공기업이다 보니 정부정책에 의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는 중이라는 것.

 

두 가지 방안이 나왔었다. 일하는 시간을 줄일 것인가, 아니면 사람을 지금보다 더 줄일 것인가. 나야 일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더 좋지만 부양할 가족이 있고 하면 수입이 줄어드니 꽤 곤란해지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오죽하면 그렇게 되면 기대한 수입을 얻지 못하니 그만두어야 할 지 모른다는 사람마저 나온다. 그러니까 뭔 소리까지 나오냐면 그렇게라도 사람을 줄이는 게 옳다는 말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지만 결국 노조와의 협상 결과 나온 결론은 모두가 짐작한 그대로다. 일하는 시간은 그대로 두고 가능한 인원을 더 줄여서 인건비를 아껴보자. 고용유연화를 지지하던 2찍 2030들의 주장을 비웃으며 하던 말들이 실제 현실이 된 것이다.

 

사실 정권이 바뀌기 전이었다면 그 친구도 일찌감치 무기직으로 전환될 수 있었을 터였다. 정권 바뀌기 전에는 어지간하면 무기직으로 전환해주는 경향이 있었으니까. 그때 일찌감치 무기직 된 사람들은 이번 감축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다. 정권 바뀌면서 회사의 정책도 바뀌어 어지간하면 무기직 전환을 안해주게 되었고 덕분에 인력감축을 위한 재계약중단  통보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대통령이 여전히 반중반북을 외치고 여가부도 폐지할 수 있다 말하는데 그 친구는 지금도 윤석열을 지지할까, 아니면 다른 정당을 선택하려 할까? 아니 지지여부를 떠나 아직도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 주휴수당과 중대재해법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까?

 

어쩌면 참 속편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자기 월급 깎이고 일하는 시간 늘어나고 해고의 위협에 항상 시달리면서도 여가부만 폐지하면 다 좋다는 것 아닌가. 당장 내 먹고 사는 것이 어려워지더라도 중국과 북한에만 적대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 아닌가. 이런 지지자가 있다면 정치하기도 그만큼 편해질 것이다. 나야 워낙 바라는 게 많아서. 아무튼 그런 이유로 재계약중단 대상이 되었더라도 그다지 동정하거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어차피 직장이야 많고 지금 정부 하는 것 보면서 집에 들어가면 만족할 수 있을 테니. 그래서 부럽다. 세상 행복하게 사는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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