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음에도 더이상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천재라 부르는 것이다. 사람의 힘을 넘어서 일어난 일이기에 하늘이 내린 재앙이라 해서 천재지변인 것이다. 반대로 사람이 할 수 있는 바를 다하지 않아서 일어난 것을 사람이 일으킨 재앙이라 해서 인재라 부른다.

 

암이 그렇다. 최고의 의사들이 최신의 설비와 장비로 최상의 치료를 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죽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병이라 암을 불치병이라 부르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적절한 치료를 받고 완치되어 사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도 아직은 반드시 일정 이상 존재한다. 그래서 제대로 치료 못했다고 의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눈오는 밤 최대한 조심한다고 운전해도 아주 작은 변수에 의해서도 타이어가 떠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혹은 눈에 가려진 이물질을 보지 못해서 중심이 흐트러져 사고가 나기도 한다. 그런 모든 가능성까지 대비해가며 운전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 역시 사람의 능력을 벗어난 것이다. 하긴 아무것도 없는 한낮 넓고 평탄한 도로를 달리다가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로 사고가 일어나 죽거나 다치는 사람이 나오는 것이 또 교통사고이기도 할 것이다.

 

그때 기장은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가? 더 나은 선택이 있지 않았겠는가? 공항의 활주로는 어째서 그리 짧았던 것인가? 등등등등... 그러니까 비행 도중 날아다니는 새와 부딪히는 버드스트라이크는 한 해에만 수 만 마리의 새가 비행기와 부딪혀 죽는다 할 정도로 일상적인 것이고, 또 그때 새와 어느 부위를 어느 정도로 부딪히는가 하는 것 역시 사람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어떠한 선택이 모두를 위한 최선인가를 판단할 수 있는 당사자는 당시 항공기를 책임지고 있던 기장인 것이다. 사후에 이랬으면 좋았을 것이다, 저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가정들이 당시의 초단위조차 쪼개서 판단해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사람의 인지와 닿아 있는 것들이었을 것인가. 최선이란 반드시 최고라거나 최상의 것을 가리키지 않는다. 적확하거나 정확한 것을 가리키지도 않는다. 당사자의 인지 안에 존재하는 여러 선택지 가운데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가장 나은 무엇을 가리킨다. 그것을 과연 밖에 있는 누가 제대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사고보도에서 속보경쟁이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아직 밝혀진 것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속보를 내보내겠다고 확실하지도 않은 내용들을 사실처럼 내보낸다. 사실이기만 하면 좋게? 때로는 진실마저 미리 예단해서 내보낸다. 그렇게 초기에 언론이 보도한 속보에 의해 선입견이 생기면 이후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여전히 오해속에 사실을 판단하게 된다. 그러니까 어째서 사고가 일어났고, 왜 사고가 일어났고, 어떤 과정을 통해 어떻게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는가? 그래서 모든 사실들을 취합해 봤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인가? 그런데 지금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내가 사고보도에 대해 빠르게 반응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모르겠다. 도저히 모르겠다. 사고 뿐만 아니다. 특정인에 대한 루머성 보도 역시 시간을 두고 걸러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모르겠다. 나로서는 알지 못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기레기라는 것이다. 사람의 고통과 슬픔과 분노와 애통함에 기생해서 살아가는 버러지새끼들. 참사의 와중에도 분노할 대상을 찾아 만드느라 오만 억측들을 사실처럼 쏟아낸다. 정보의 오염속에 사실에 대한 확인과 판단조차 더 힘들어진다. 그런 언론이 과연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심지어 어떤 기레기놈은 아예 대놓고 윤석열 탄핵 말라고 계엄의 책임을 민주당에 모는 기사까지 썼더만. 이건 진짜 악마새끼지.

 

지금 단계에서 마치 사실처럼 확정하고 떠드는 새끼들은 다 목적이 있어 그러는 버러지 새끼들이다. 전문가들이 조사를 마치고 정확한 내용을 발표한 다음에야 누구의 잘못인지 따지든 따져야 하는 것이다. 정치병자는 바로 저런 새끼들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인데. 날벼락과 같은 사고소식에 한동안 멍해졌다가 쏟아지는 헛소리들에 분노해서 끄적이게 된다. 이런 사고는 그저 애도하고 추모부터 하는 것이다. 민주당이 잘하고 있다. 일단 사고수습이 먼저다. 그 다음은 나중. 안타깝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곧 2025년이 밝아오는데. 사람의 일은 알 수 없다. 그래서 천명이라 하는 모양이다.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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