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기업하는 사람들이 마음껏 제약없이 하고자 하는대로 할 수 있게 내버려두면 자연히 기업도 더 발전하고 나라경제도 더 좋아질 것이다. 결국 기업하는 사람들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일구어낸 것 아닌가.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단 말 그대로 '기업하는 사람들'을 전제했을 때다. 단지 기업을 소유한 것만이 아닌 기업경영을 자신의 직업으로 정체성으로 삼은 사람들이다. 잠시도 쉬지 않고 더 큰 기업 더 경쟁력 강한 기업 더 많은 이익을 내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당연히 그런 사람들은 열심히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볼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주어야 한다.


사실 그런 것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더 문제인 것이다. 제대로 기업 한 번 해보겠다는 벤처기업가나 중소기업가가 겪어야 하는 현실의 어려움들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자본력에서부터 절대적인 차이가 있는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국가는 아예 손을 놓아버린 채 그들을 방치하고 있었다. 불공정한 계약으로 인해 정당한 이익을 빼앗기고 그래서 끝내 좌절하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까지.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자는 것 아니었는가.


더구나 단지 기업을 소유했을 뿐인 경영자의 혈족과 기업하는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기업을 소유한 사주의 아들일 뿐이다. 아내일 뿐이다. 그런데 단지 혈연을 이유로 회사를 물려받고 경영까지 도맡는다. 그저 집에서 살림만 하던 사람이 단지 기업가와 혈연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경영을 맡아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그것도 기업하는 사람들이니 지원해주어야 할까?


한진해운 뿐안 아니다. 대우조선 역시 기업할 생각이 없는 인간들에게 단지 기업의 경영진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것들을 허락한 결과 일어난 참사들이다. 단지 창업주의 자식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업을 물려받고 말아먹은 2세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도 단지 경영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기업하는 사람들로 인정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진짜 기업만 하려는 사람들이 마음껏 자기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문제삼게 되는 것이다. 언제까지 저들이 단지 소유관계를 이유로 경영까지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그로 인해 나라경제에 이처럼 큰 피해가 가해지고 있음에도. 그마저 개인의 소유이니 용인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결국 이렇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무능과 나태를 감시하지도 견제하지도 않는다면 결국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엄격하게 사회가 개인에 대해 책임을 물으려 하는 것이다. 사회적 역할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다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단지 강제로 약취하거나 억압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부마저 결국 개인의 사유재산이니까. 다수의 주주들이 있는 주식회사지만 그마저도 사주의 배타적 사유재산에 불과하다. 누가 경영권을 가지든. 그래서 그 경영권으로 무엇을 하든. 그대로 다 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라. 어느 한 개인의 잘못이라기보다 그렇게 만든 사회와 제도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도록 방치한 사회와 구성원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정말 뻔뻔하다. 살림만 하다 경영을 맡게 되었다. 그러면 최소한 자리에 걸맞는 전문지식을 갖출 수 있도록 그러기까지 다른 누군가의 도움을 구하는 정도는 필요했을 것이다. 최소한의 조심성마저 사라졌다. 염치도 양심도 없다. 대단한 대한민국이다. 이젠 아예 놀랍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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