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검찰이라는 조직 자체가 적에게도 아량을 베푸는 인정과 관용이 넘치는 조직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구나 윤석열에게 검찰이란 자신을 따르는 특수부만을 가리키는 것이었었다. 오죽하면 자기가 총장이 되고 첫인사에서 형사부나 공안부 등 다른 부서의 요직까지 특수부인 자기 사람으로만 채우고 있었겠는가. 그야말로 언론이 좋아하는 관례의 파괴였었다.

그래서 처음 이성윤 중앙지검장이 임명되었을 때부터, 아니 당시 추미애 장관에 의해 자기 사람을 대신해서 임명된 거의 모든 간부급 인사들에 대해 윤석열은 언론까지 동원해서 망신주기를 서슴지 않았던 것이었다. 너희를 검찰로 인정하지 못하겠다. 더욱 너희들이 앉은 그 자리 역시 인정하지 못하겠다. 오죽하면 모두가 보는 앞에서 대놓고 당신이 검사냐는 말이 그것도 윤석열 측근인 후배검사 입에서 나오고 했었겠는가. 그런데 과연 지금와서 윤석열 시키는대로 수사를 중단한다고 상황이 달라지겠는가.

지난 1월의 인사에서도 보았듯 이제 검찰인사는 검찰총장이 아닌 법무부장관의 권한에 속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굳이 검찰총장 눈치 볼 필요 없이 법무부장관의 눈에만 들면 얼마든지 승진도 할 수 있고 요직에도 임명될 수 있다. 그래도 이성윤 지검장 쯤 되었는데 자기를 따르는 사람 하나 없을 것인가. 인사권도 없는 검찰총장과 인사권을 틀어쥔 법무부장관 사이에서 누구의 줄을 타야 하는가는 너무나 명확한 것이다. 검찰총장의 편에 서봐야 그 측근들이 당했던 것처럼 좌천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테지만, 법무부장관의 편에 서면 측근들의 승진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그렇게 검찰총장의 측근을 넘어 검찰총장 자신까지 쳤을 때 차기 검찰총장은 누가 될 것인가. 중앙지검장이 아무래도 차기 1순위이지 않을까?

아무리 검찰개혁을 힘이 빠진 검찰이라 해도 그 검찰조직의 수장이 되는 것이다. 잘만 하면 자기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고 자기는 검찰조직의 정점인 총장의 자리에까지 앉을 수 있는 것이다. 온전한 힘을 가진 검찰조직에서 검찰총장의 눈밖에 나서 한직을 전전하는 것과 힘이 빠진 검찰조직의 수장이 되어 아쉬우나마 권력과 지위와 명예를 누리겠는가. 그래도 검사가 되었으면 검찰총장 자리는 앉아보고 끝내야 하지 않겠는가. 혹시 아는가. 검찰총장으로 임기를 마치고 국회의원 배지라도 달게 될 지? 윤석열을 잡으면 돌아올 보상이 그 정도 된다는 것이다. 반면 윤석열을 놓아주면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성윤 휘하의 일선 중앙지검 검사들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가. 누구의 눈에 들어야 하는가. 어차피 특수부만 편애하는 윤석열 밑에서 승진에서도 밀려야 했던 형사부 검사들이라는 것이다. 윤석열을 봐줘봐야 돌아오는 것이라는 없는데 윤석열을 잡고 나면 더 큰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른다. 과연 모든 검사들이 검찰개혁에 반대하고 있을 것인가. 어차피 그동안 검찰의 비대한 권력을 마음껏 누리던 것은 특수부의 일부 검사들이지 모든 검사들이 그랬던 것도 아니었다. 젊은 검사들이라면 더욱 기존의 경직된 검찰문화에 대한 불만이 있었을 수 있다. 여러 이유에서 윤석열이 뭐라 하든 일선검사들 입장에서 더이상 들을 이유가 없다.

자업자득인 것이다. 처음부터 이성윤 중앙지검장을 적대시하기보다 끌어안아 자기 사람으로 만들었어야 했다. 그러나 그랬다가는 그로 인해 밀려나야 했던 기존의 자기 사람들을 배신하는 것이 된다. 의외로 취약하다. 윤석열과 주위의 의리란 것은. 그 결과 특수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검찰들을 적은 아니더라도 남으로 만들고 말았었다. 이제와서 검찰총장의 위세를 앞세워봐야 누가 들어주기나 하겠는가. 기본적인 예우 정도는 하겠지만 지금 권력의 추가 누구에게로 기울었는가를 모두가 알고 있다. 한동훈을 잡으면 윤석열이 나온다. 검찰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자체가 그저 우습기만 한 이유인 것이다. 검찰조직 하나 모두 포용하지 못하는 그릇이란 것이다. 특수부를 제외하고 검찰 모두를 끌어안을 그릇도 못되는 인사란 것이다. 이성윤 지검장이 임명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그를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이려 했다면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언론이 사람 보는 눈이 대개 이렇다. 아니 만만하기 때문일 것이다. 진심으로 그를 대권후보로 여기는 것은 몇몇 얼치기 자칭진보들 뿐일 것이고. 그런데 지금 와서도 그들을 진보라 분류하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아무튼 예정된 결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메리트가 전혀 없다. 수사자문위원회가 뭐라 결정을 내리든 그래봐야 구성을 결정한 검찰총장 자신의 의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와서 검찰총장이 그러란다고 따라야 할 것인가. 너무 권력에 취해 현실을 보지 못하게 된 것이다. 한동훈의 녹취록을 보면 그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 자기들만의 세계에 너무 깊이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자승자박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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