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지가 꽤나 곤란하게 되었다. 윤석열 편을 들어 수사심의위를 따르라 하려니 이재용에 대한 수사까지 중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재용을 기소해서 처벌받게 하려면 윤석열의 측근 한동훈에 대한 수사까지 인정해야만 한다. 어째 그 말 많던 김경률이 엉뚱한 것 잡고 떠들고 있더라. 그래서 진중권은 안된다는 것이다. 경향일보도 속내를 드러냈다.

 

아마 전부터 삼성과 이재용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주장해 왔을 터였다. 수사심의위의 불기소결정마저 문재인 정부의 탓으로 돌리려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문제삼으려니 한동훈이 걸리고 만다. 삼성을 잡을 것인가? 한동훈을 지킬 것인가? 삼성을 버릴 것인가? 아니면 한동훈을 버려야 하는 것인가? 그런 점에서 차라리 보수언론은 편하다. 둘 다 하지 마라. 그런데 자칭 진보들은 헷갈린다. 이게 되면 이건 안되고, 이게 안되면 이건 되고,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한다는 것인가?

 

원래 가치에 대한 판단에 따른 것이 아닌 이해에 대한 계량에 근거한 주장인 때문인 것이다. 가치란 불변한다. 바뀌더라도 그렇게 급하게 한 순간에 바뀌는 경우란 매우 드물다. 그러나 이해란 것은 시시때때로 바뀌게 마련이다. 그래서 지금 정의당이 말 한 마디 않고 입 꾹 다물고 있는 것 아니던가. 검찰을 지키자니 삼성도 지켜야 하고, 삼성을 잡자니 검찰도 잡아야 하고, 에라 모르겠다 박원순 무덤이나 조지자. 화풀이다. 사실 아마 속내는 삼성과 이재용까지 지키고 싶을 테지만 그랬다가는 진짜 당이 없어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좀 주제를 아는 놈들은 아예 침묵하고, 진짜 주제도 모르는 놈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일단 지르고 만다. 김경률과 진중권의 차이이고 한겨레와 경향일보의 차이다. 그래서 내가 요즘 한겨레를 집중해서 욕하고 있는 것이다. 경향일보는 이제 욕할 가치도 없다. 그냥 병신들인데 조국네 강남빌딩 사는데 벽돌이나 몇 개 더 보태라 그러면 된다.

 

웃기는 것이다.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그렇게 절대적이면 이재용은 기소하지 않는 게 옳다. 그렇지 않다면 한동훈도 계속 수사하는 게 마땅하다. 굳이 진보코스프레까지는 않았던 언론들이 더 편해진 상황이다. 그러게 왜 속에도 없는 진보를 앞세워 떠들고 있었는지. 그래서 자칭인 것이다. 예나 지금이다. 저놈들이 진보면 조중동이 보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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