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한국경제에서 높은 자영업자 비율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다. 그와 관련한 내용을 내가 처음 접한 것이 벌써 참여정부 당시의 일이었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유독 높고, 특히 그 가운데서도 소비성 자영업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이것은 장차 큰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소비성 자영업이란 한 마디로 생산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기보다 이미 생산된 소득을 소비하는데 이용되는 자영업을 뜻한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 생각하는 자영업의 이지지 역시 이같은 소비성 자영업인 경우가 많다. 음식점이라든가, 주류음료업이라든가, 도소매업 같은 것들이다. 당연히 이런 소비성 자영업은 이미 생산된 한정된 소득을 나눠먹는 구조를 가지게 된다. 스스로 시장을 더 키우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한정된 시장 안에서 존재하는 자영업자의 수 만큼 서로 경쟁해야만 한다. 왜 문제인지 알겠는가.

 

음식점 주인들이 기업 임직원들의 수나 월급까지 올려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인근의 기업에서 이미 정해진 임직원의 수나 월급 안에서 음식점들끼리 서로 경쟁하지 않으면 안된다. 손님의 수도 쓸 수 있는 돈도 정해져 있는데 음식점만 무한히 늘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누군가 더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고 더 많은 돈을 쓰게 한다면 다른 누군가는 그만큼 손님이 줄고 벌 수 있는 돈도 줄어들게 된다. 그나마 음식점의 수라도 적으면 서로 넉넉하게 경쟁할 수 있을 텐데 그렇지 못하면 결국 더이상 버틸 수 없게 된 음식점은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너무나 간단한 상식에도 들지 못할 현실의 계산일 것이다. 그런데 이미 그런 음식점의 수가 너무 많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의 자영업은 그래서 매우 취약한 구조 위에 있다. 전체 경제규모는 한정되어 있는데 그 안에 자영업자만 너무 많다. 더구나 그 대부분이 자본도 영세한데다 전문기술도 없는 소비성 자영업이다. 오히려 가진 자본이 부족해서 자영업으로 나선다. 당장 다른 먹고 살 길이 없어서 자영업이라도 하겠다고 나선다. 직장에서 퇴직하고 퇴직금 받아서 철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자영업에 뛰어든다. 그래서 과연 그렇게 시작한 자영업자 가운데 몇이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은가.

 

벌써 수 십 년 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 훨씬 전에도 당연하게 정년을 맞아 퇴직하면 퇴직금으로 사업을 시작하고는 했었다. 물론 그 사업이라는 것이 만만하게 시작할 수 있는 음식점인 경우가 많았다. 사실 지금도 다수 자영업자가 은퇴할 나이의 고령자들이다. 퇴직을 하고 퇴직금 받아서 목돈이 생기면 그 돈으로 자영업을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에 IMF 이후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퇴직금을 받아든 다수 명예퇴직자까지 더해졌다. 이들이 다시 경제구조 안으로 편입되도록 정부가 정책을 펼치며 이 가운데 다수는 다시 자영업자로 바뀌게 되었다. PC방과 편의점과 치킨집이 크게 늘어나게 된 이유였다. 대단한 전문적인 경험이나 기술 없이도 돈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는 업종들이었다. 경제가 성장해서 편의점과 치킨집이 그렇게 미친 듯 늘어난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래서 프랜차이즈의 종류도 규모도 그를 계기로 비약적으로 커지게 되었던 것이었다. 아직 자영업자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을 때야 아무렇게나 시작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자영업자의 수가 많아지면서 최소한의 경쟁력은 갖춰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껏 한 번도 자영업이라고는 해 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경험과 기술을 대신 제공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들 프랜차이즈 사업자들이었다. 그리고 계속 반복이다. 명예퇴직당했거나 혹은 정년을 맞아 은퇴한 이들이 겨우 손에 쥔 목돈으로 프랜차이즈의 도움을 받아 역시나 대책없이 자영업에 뛰어드는 것이. 실제 한국 자영업의 다수는 규모가 매우 영세하고 평균연령 또한 매우 높다. 전문적으로 자신의 업종에 대한 기술이나 경험을 쌓은 이들 또한 거의 없다 해도 좋은 수준이다. 프랜차이즈의 이름값에 기대 겨우 연명하는데 그 이익마저 프랜차이즈에서 거의 가져가면 그들에게 무엇이 남겠는가.

 

그러니까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자영업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언론들이 내놓는 대책이란 것이 무엇이던가. 아니 심지어 다수 자영업자들도 그런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고용을 유연화하라. 한 마디로 쉽게 사람을 자를 수 있도록 해달라. 그러면 무엇이 늘겠는가. 위에서 말하지 않았는가. 처음 자영업이 크게 늘어나게 된 계기에 대해서. 처음에는 정년을 맞은 퇴직자였고, 다음에는 구조조정을 당한 명예퇴직자였다. 더구나 노동자의 임금을 줄이라. 복지를 늘리지 마라. 그러니까 왜 퇴직자들이 한 번 해 본 적 없는, 더구나 준비조차 태부족인 상태에서 무모하게 자영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나이 먹고서도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하는데 퇴직금만 가지고는 아무래도 불안하다. 사회안전망이 그만큼 튼튼하지 못하다. 그런데도 당장 노동자에게 저축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적은 돈만 받고 그나마 부족한 안전망도 더 늘리지 마라. 무슨 뜻이겠는가.

 

그저 서로의 살을 뜯고 뼈를 씹으며 아수라장의 경쟁을 이어가라는 뜻이다. 노동자의 임금을 낮출 수 없을 만큼 낮추고 그런 만큼 더 열악한 처지에서 영세한 자영업자들끼리 새롭게 수혈해가며 경쟁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도 망하지만 않게. 그런데 그럴 수 있는가. 대책이랄 것도 없다. 대안이라 할 수도 없다. 그냥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이용하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해 보라. 언제부터 보수언론과 정치인들이 그렇게 영세자영업자들의 처지까지 신경써주고 있었는가를. 편의점주들이 아예 빚내가며 장사하도록 편의점간 거리규제를 풀었던 것이 누구이던가. 잘난 규제완화라는 미명 아래 프랜차이즈들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상황을 만들어간 것은 누구이던가. 그런데 그들이 내놓는 대안이란 영세자영업자의 수를 계속 늘려가자는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그냥 대책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는 구조만 만들면 된다. 충분히 저축도 하고, 저축에 더해 사회안전망 아래서 퇴직하고 나서는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 수 있도록 사회가 만들어주면 된다. 명예퇴직을 하고서도 새로운 직장을 찾을 때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을 만큼 정부에서 지원도 해주며 굳이 불리한 경쟁에 뛰어들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많은 자영업자들의 말처럼 차라리 사업 접고 고용인이 되어 남의 월급받는 것이 더 낫겠다. 아니 그냥 벌어놓은 돈 까먹이며 지내도 크게 상관은 없겠다. 나쁜 것이 아니다. 더구나 은퇴할 나이의 고령자라면. 나야 나이 먹고 연금 받으며 놀고먹는 한 가지 희망으로 버티며 사는 사람이지만.

 

정부의 정책이야 말로 자영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까지 자영업에 뛰어들지 않도록. 아무 준비도 대책도 없이 무모하게 자영업부터 시작하지 않도록. 대부분 한 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설 여력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자영업은 그래도 되는, 어쩌면 그래야만 하는 사람들만이 해야 하는 하나의 전문직으로 남겨둔다. 주방은 몰라도 음식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는 알아야 장사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시작부터 돌아보면 된다.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이란 어떤 의미인가. 아무나 시작할 수 있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만하다. 그래서 너무나 쉽다. 그러나 자기 사업을 자기가 직접 꾸려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인가. 더구나 다른 사람과 경쟁도 해야 한다. 너무 쉽게 말한다. 자영업은 왜 어려운가. 자영업자들은 왜 망해 나가는가. 그러므로 자영업자들을 위해 당장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물론 자영업자들도 그런 언론을 이용하고 있기는 하다. 자영업자들이라고 모를까. 그나마 전문적인 기술과 경험을 갖추고 영업하던 골목상권의 자영업자들이 대기업과 프랜차이즈에 말라죽어가는 동안 언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그러나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과정이다. 힘겹겠지만. 처음부터 잘못 끼워진 단추였다. 안타깝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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