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렌지 개걸렌지 똥걸렌지 이미 아웃 오브 안중이라 젊은 기자들이 들이받았다는 사실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그 내막을 들으니 더 가관이다. 국민들에 미안해서가 아니다. 조국이 실제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잘못을 저질렀다는 확신 아래 국민들에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에서가 아니었다. 단지 다른 기자들에게 욕먹기 싫다.

 

한겨레가 조국대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니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친정부 언론이라며 놀리더라는 것이다. 정부의 편에서 기사를 쓴다며 비난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욕먹지 않게 적극적으로 조국을 까자. 한겨레가 추구하는 언론의 진실과 정의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긴 전부터도 출입처를 중심으로 기자들은 소속을 가리지 않고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여 왔었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기자실을 폐쇄하기로 결심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었다.

 

그러고보면 바로 또 얼마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조선일보에 대한 신뢰도와 영향력이 전년보다 부쩍 오른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다. 과연 보수언론 기자들만 그리 대답한 것이었을까? 국회의원들도 카메라 앞에서는 이놈저놈 쌍욕에 멱살까지 잡다가도 카메라만 벗어나면 호형호제하며 그리 살갑게 지낸다지 않던가. 그래서 국회의원의 이익에 관련한 법안들은 거의 반대없이 만장일치로 통과되고는 했었다. 아니 범죄를 저질러서 경찰이나 검찰이 수사를 하려 해도 국회의원들 자신이 방탄국회를 열어 지켜주는 끈끈한 동료애까지 보여주고 있었다. 기자실 폐쇄한다 했을 때 하나가 되어 똘똘 뭉치던 언론을 보면 결국 기자들도 똑같은 것이 아닌가.

 

누군가 기사의 주제를 잡으면 모든 언론사가 그를 따라서 기사를 낸다고 했었다. 출입처 기자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기사의 방향을 잡아 놓으면 거의 모든 언론사의 기사가 그를 따라 나오고는 했었다. 언론사가 굳이 따로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지. 진보며 보수며 이념으로 나눌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번 조국대전, 아니 조국을 빙자하여 언론이 벌인 일련의 난동들의 원인 가운데 하나였을 것이다. 다른 언론사가 하니 나도 한다. 다른 언론사에서 먼저 시작했으니 나도 따라간다. 언론사간의 검증이나 비판은 없다. 기자들 사이에 검증과 비판은 있을 수 없다. 남성기자가 여성 혼자 사는 집 문을 1밤 10시가 넘어 두드려도 다른 언론사의 여기자는 기자니까 그럴 수 있다 변명해준다. 

 

욕먹기 싫다. 비난듣기 싫다. 국민이 아닌 다른 기자들에게. 다른 언론사 기자들에게. 기자들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진실을 전하지 못하는 것보다 기자들 사이에서 따돌림당하는 것을 기자들은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직장상사이자 선배들인 편집부에 직접 대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확인을 하지 못했더라도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신들은 다른 언론사와 같이 의혹을 보도해야 하고 의혹을 사실로 확정해서 말해야 한다. 손석희도 마찬가지였을까. 조선일보 사장에게 비웃음당하기 싫어서 조선일보가 하는대로 따라서 조국을 공격하고 검찰을 변호하는 뉴스들을 직접 내보낸다.

 

기자들의 진실이 어디에 있는가. 기자들에게 언론의 양심이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그러니까 다른 언론사의 기사는 검증하거나 비판할 생각도 못하고, 그저 다른 언론의 의혹보도에 뒤질새라 자기만의 의혹을 더해 떼거지로 몰려 보도한다. 조국을 죽이자. 조국을 죽여야 언론이 이기는 것이다. 바로 10년 전 그때처럼. 노무현 전대통령이 죽었을 때 언론사를 막론하고 기자며 임원들이며 기쁨을 찾지 못해 그리 떨었다더라. 그때의 통쾌함을 다시 한 번 느껴보고 싶다. 한겨레와 경향이 반성한다고? 저널리즘 토크쇼J를 보니 오히려 더 당당하기만 하다.

 

일단 여러 언론에서 같은 내용의 기사를 낸다면 의심부터 해봐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어째서 진보언론인 한겨레마저 보수언론과 보조를 맞춰 최저임금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비판하는데 힘을 보태는가. 보수언론의 경제위기론을 그대로 받아 그를 키우는데 힘을 더하고 있는 것인가. 그 커넥션이 드러난다. 그냥 언론이란 이미 동일한 이해공동체로서 이념의 구분조차 없다는 것이다.

 

새삼 뉴스룸을 보지 않기로 결정할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그런 수준의 언론들을 일찌감치 손절하고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은 자신의 선택이 현명했다 자찬한다. 과연 저들은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는 진보언론인가. 그저 언론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가. 언론을 믿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좋은 기자는 다 죽었다. 언론은 죽었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