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직접 경험한 것은 아니다. 처음 한겨레신문이 창간될 당시 나는 아직 아이였으니까. 대충 뉴스를 통해 듣기는 했지만 한정되었고 따라서 무엇이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는지 건너건너로 전해듣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알 수 있었다. 아, 정말 이 사람들이 진정으로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한겨레신문의 창간을 바라고 돕고 있었구나.


한겨레는 그런 의미였다. 독재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타락해 있던 기존언론 가운데 유일하게 진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진짜배기 언론이었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한겨레는 조선일보와 다르다. 동아일보나 중앙일보와 같은 보수적인 기성언론들과 다르다. 한겨레가 보도하는 것만이 그들이 외면하는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이고 진실일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가 어렵다고 하면 독자주제에 직접 발벗고 나서 도와주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 창간할 때도 그런 다수의 바람을 담아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스스로 주주가 되어 창간을 도왔던 것이었다. 특정한 개인이나 법인, 집단이 아닌 창간에 참여한 국민 모두가 한겨레를 일으킨 주체였고 주인이었다. 그런데 그 한겨레가 한겨레라는 이름을 자신들의 일방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있다.


정확히 배임이다. 원래 한겨레가 창간할 당시 많은 국민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며 바랐던 것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한겨레가 대단한 권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었고, 언론으로써 대단히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언론의 양심과 진실이었다. 다른 신문들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빈약한 지면이라도 그런 진짜 기자가 쓴 진짜 기사를 보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래서 없는 돈까지 쪼개어, 심지어 문재인은 그를 위해 전세를 살면서도 무려 2억이나 되는 빚까지 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그런 한겨레가 사실을 외면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특정한 후보를 위해 부역하며 나서고 있다. 자신의 신념과 그동안의 주장까지 외면한 채 특정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기사를 쓰고 있다. 용서해야 하는가?


경향신문이야 뭐 사주가 그런 입장이라 하면 어쩔 수 없이 인정해야 한다. 주주와 경영진이 그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면 그 선택을 충분히 존중할 수 있다. 오마이뉴스도 마찬가지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나 동아일보다, 사실 세계유수의 언론들도 결국 사주와 경영진의 판단이 보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시사인과도 다른 이유다. 절대 그래서는 안되는 누군가가 그런 행동을 했을 때 어떻게해야만 할 것인가.


어쩌면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너무 많은 다수의 국민들이 주주로 참여하며 구심점이 없다시피 했다. 결국 한겨레 자신의 양심에 기댈 수밖에 없었는데 한겨레 내부의 민주주의에 의한 판단이 바로 지금 보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그것이 지금 한겨레의 정체성이다. 그러면 주인으로써 국민들은 그것을 그저 지켜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한겨레만은 용서해서는 안되는 이유인 것이다. 원래 국민의 것이었다. 다수 국민의 진짜 사실과 진실을 전할 참언론을 기대하는 바람을 등에 업고 시작된 국민의 언론이었다.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이제 한겨레는 그들만의 것이 되었다. 과연 한겨레를 비판하는 독자들에 대한 기자들의 태도를 보면 알 수 있다. 차라리 아이라면 끝까지 보듬고 지켜야겠지만 언론이니까. 언론의 존엄은 오로지 진실에 있다.


이미 나는 버렸다. 내게 있어 한겨레란 조선과 중앙, 동아, 문화일보와 같은 그저 흔한 언론권력에 지나지 않는다. 고작 한 줌도 되지 않는 주제에 단지 기성언론과 대항하는 대안적 존재로써 주어진 의미를 진짜 자신의 가치라 착각하고 있다. 결국 냉정하게 현실만으로 비교했을 때 언론으로서 한겨레의 위치는 어떠한가. 자기가 자기를 모르면 답이 없는 것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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