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한겨레가 왜 저러지? 저 새끼들이 단체로 미쳤나? 단체로 태극기집회 나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되어 뇌가 썩어버린 건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한겨레가 감히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의 비리를 취재해서 보도하다니. 민주당에 도움이 될 것을 알면서도 직접 취재까지 해가며 국민의힘에 해가 될 행동을 하다니. 정의당은 지금 국민의힘이 차마 입밖에 내서 하지 못할 말들을 애써 앞장서서 대신 해주고 있는 중인데.

 

그런데 떠올랐다. 정의당을 욕하려면 민주당 2중대라 하면 되고, 칭찬할 때는 국민의힘 3중대라 불러주면 된다. 민주당 2중대라는 말에 대해서는 당 전체가 반응할 정도로 중대하게 여기는데, 정작 국민의힘 3중대라 할 때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국민의힘이 대놓고 하지 못할 말을 대신하는데 열심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한겨레에게 민주당 어용이라 하면 반발하지만 검찰따까리라 부르면 현실을 모른다 투덜대고 마는 정도다. 김어준이 검언유착을 비판했다고 김완이 자기네 유튜브 채널에서 직접 거론하며 욕하는 것을 보라. 검언유착은 현실이고 한겨레가 검찰의 똥이나 빠는 것은 당연한 정의인 것이다. 그러므로 한명숙 전총리의 경우도 한겨레는 잘못한 것 없이 절대 옳다.

 

윤석열이 요즘 많이 어렵다. 특수부 출신 측근들은 거의 잘려나가고, 그나마 새롭게 주위를 채우고 있는 검사들조차 그래도 총장이니 최소한의 예우 정도나 해 줄 뿐 인사권도 없는데 굳이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더구나 심지어 그동안 측근들만 챙기느라 홀대하고 적대하기까지 했던 검사들이 요직에 앉으면서 바로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벼르고 있는 중이다. 장모와 아내와 관련한 의혹들은 물론 자신이 연루되었을 가능성까지 계속해서 제기되는 상황에 압도적인 다수의석을 가진 여당과 장관이 수사를 압박하니 핑계도 아주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자신이 유력대선후보로 꼽히고 있는 보수진영에서 그런 자신을 구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당근과 채찍은 어떤 대상을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이도록 길들이는데 있어 인류의 역사와 함께 쓰여온 유구한 수단인 것이다. 그래서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검찰개혁법안들이 아무일없이 통과되자 검찰은 징벌 차원에서 끝까지 막아내지 못했던 당시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을 선별해 기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앞으로 잘 하라. 자기들이 울산시장선거를 가지고 다시 판을 만들어 줄 테니 이번에는 제대로 해서 한 번 대통령도 탄핵해 보자. 신라젠과 라임까지 더해서 아예 민주당과 주변인사들을 박살내 놓을 테니 자유한국당도 열심히 잘 해서 대통령 쫓아내고 자기들이 정권을 잡아보자. 물론 그 정권을 잡는 주체는 그 모든 것을 주도한 윤석열 자신이 될 것이다. 과연 그동안 최대한 검찰총장이라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보수진영을 봐주고 있었는데 보수진영이 자신의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윤석열의 선택은 무엇일 것인가. 더구나 아직 대통령의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면?

 

국민의힘에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는 수밖에 없다. 검찰총장으로서 그동안 국민의힘을 도우며 지켜주고 있었지만 자기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3선 국회의원도 날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잘 모시라. 자신을 잘 지키라. 자신이 사라지면 자신이 아닌 검찰조직 전체가 국민의힘을 겨냥하게 될 지도 모른다. 더이상 지금까지처럼 민주당을 상대로 검찰의 힘을 빌어 공작을 꾸밀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겨레가 선택된 것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해 기꺼이 오보도 내고, 무릎꿇고 사과도 할 수 있는, 차라리 이명박근혜 시절이 더 나았다 말해 줄 수 있는 한겨레가 그 수단으로 선택된 것이었다. 설마 한겨레가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쓰거나 했겠는가. 설사 취재했어도 조선일보와 검찰의 허락 없이는 단 한 줄도 낼 수 없는 것이 바로 한겨레란 것이다. 익성이 코링크PE를 실소유했을 것이라 자기들이 먼저 기사를 내고는 검찰이 입장을 정하자 재판결과조차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는 것이 한겨레다. 과연 한겨레의 기사에 다른 의도는 없었을 것인가.

 

n번방 사건 보도를 돌이켜 보자. 한겨레가 n번방 사건을 보도하고 바로 당시 미래통합당에서 그를 이용해서 민주당 유력인사를 엮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다. 사건이 보도되고 얼마나 되었다고 그새 모든 준비를 마치고 터뜨릴 때만 고르고 있었겠는가 하는 것이다. 사전에 교감이 있었지 않고서는 그렇게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모든 단계가 딱딱 맞아떨어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필 n번방 보도가 나오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치며 민주당까지 이어지면 얼마나 파급력이 컸었겠는가. 김어준이 그때는 진짜 큰 일을 했었다. 그래도 양심이 있으니 당시 미래통합당과 직접 소통했다기보다는 이 모든 그림을 짰던 다른 주체의 의도가 개입되었다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 마디로 윤석열은 아직 대권의 꿈을 접지 않았다. 한겨레 역시 윤석열 대권의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경고하는 것이다. 고립무원의 처지로 정부와 여당의 압박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진 윤석열을 위해서 국민의힘이 움직이라. 그런데 국민의힘이 보기에도 더이상 윤석열은 이용가치가 없거든. 지금의 윤석열은 자기들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다. 설사 구해낸대고 대선후보가 되어서 진짜 대권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하면 너무 회의적이다. 한겨레 놈들만 지금 현실을 모르고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경향을 벌써 김종인으로 갈아탄 지 오래다. 서민과 김경율의 행보를 보라. 아마 유희곤도 더이상 윤석열의 전화는 차단해 놓지 않았을까. 경향에서 검찰발 단독이 많이 드물어졌다.

 

아무튼 아직까지 한겨레는 정상이란 것이다. 새삼스런 정의감 때문이 아니다. 박덕흠의 불의에 분노해서가 아닌 것이다. 원래 그런 놈들이 아니었다. 표창장이 중요하고 휴가연장이 더 중요했을 놈들이었다. 민주당 좋으라는 게 아니다. 국민이 좋으라는 게 아니다. 아니 국민을 위한 것이기는 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통령이 되어야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더 큰 도움이 된다. 신념이다. 자존심이기도 하다. 병신이란 뜻이다. 한겨레는 버러지의 다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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