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를 쓰는데 적자가 심하다. 그러면 가장으로서 무엇부터 해야겠는가? 일단 가장 먼저 씀씀이를 줄여야 할 테고 그 다음으로는 수입을 늘릴 고민을 해야 한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적자가 생긴다는 것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는 것이고, 따라서 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수입을 늘리면서 지출도 함께 줄여야 한다. 다만 개인이나 기업의 경우 당장 수입을 늘리는 것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기에 지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쉽기는 할 터다. 그것은 사실 국가도 다르지 않다. 재정적자가 심해서 늘어난 빚과 이자로 고민이라면 가장 먼저 고려할 것은 지출을 줄이는 것일 게다. 그러면서 동시에 수입을 늘릴 궁리도 해야 한다. 바로 세금이다.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 적자를 줄여보겠다고 벌이는 짓거리들이 우습다는 것이다. 물론 재정적자가 심하니까 낭비를 줄여야 하기는 한다. 불필요한 예산 가운데 줄여야 할 것이 있으면 최대한 줄여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필요한 최소한은 남겨둘 수 있도록 수입을 늘리기 위한 궁리도 해야 할 텐데 그것을 오로지 관세 하나에만 집중하려는 모양새다. 하긴 트럼프 자신도 대놓고 말하고 있기도 했었다. 관세를 더 많이 걷으면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니까 다른 세금은 더 걷지 않고 관세만 늘리면서 지출만을 최대한 줄여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게 어디서 많이 보던 꼬라지다. 지금 삼성이 그렇고 과거 인텔이 그랬고 보잉도 그렇게 기업이 망가졌었다.

 

지금 미국이 너무 세금을 많이 걷어서 더이상 올릴 여력이 없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지금 유럽이 그렇다. 유례없이 높은 세율로 인해 돈 좀 있다면 외국으로 거의 빠져나가는 상황인데 여기서 더 세금 올리겠다 하면 진짜 공산주의 하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유럽에서 정부가 나서서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보겠다 하면 사람들이 코웃음부터 치는 이유일 것이다. 과연 유럽의 국가들에 그만한 재정적인 여력이 있을 것인가. 세금을 더 거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처럼 국채로 재원을 조달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그에 비해 미국은 어떤가? 그래서 웃기는 것이다. 역대 공화당 정부마다 부자들 세금을 있는대로 낮춰 주었었는데, 정작 민주당이 집권해서도 그 세금을 다시 원래대로 되돌려놓지 않았었다. 오죽하면 워렌 버핏마저 자기가 비서보다도 세금을 덜 낸다며 현재 미국의 징세정책을 비판하고 나설 정도였다. 그런데 여기서 더 세금을 낮추면서 재정적자만 줄이겠다 한다. 가장 필요한 부분에서까지 지출을 줄여가면서 관세만으로 그 부분을 보전하겠다고.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일 것인가. 

 

관세는 말하자면 간접세다. 상품에 직접 부과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결국 상품의 가격에 포함되어 소비자가 지출하게 될 세금인 것이다. 그에 비해 소득세와 재산세는 자신이 얻는 수입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산에 비례해서 내게 되는 세금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재산을 가진 만큼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국가에서 소수의 부자들이 세금수입의 상당부분을 실제 책임지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부자들이 내야 하는 직접세는 그동안 깎아준 것에서 더 깎아주고 모든 미국인들이 공평하게 내야 하는 간접세인 관세는 더 높이겠다 한다. 그러고는 부족한 것은 필요하든 필요하지 않든 가리지 않고 지출만 줄여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게 가능한 일일 것인가. 그 전에 그것이 과연 옳은 방법일 것인가. 미국답다면 미국답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와중에도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진짜 재정적자가 문제라면서 가장 쉽고 빠르게 상식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금이라는 대책을 외면한 채 다른 방법만 찾는 것이 과연 현명할 것인가.

 

한 마디로 세금을 더 내야 하는 부자들의 책임은 외면한 채 실제 소비를 해야 하는 미국 국민 다수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미국에 상품을 팔아야 하는 다른 나라들에 그 고통을 나누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아메리칸 퍼스트가 아니라 아메리칸 리치 퍼스트다. 미국의 부자들을 위해서 미국 국민과 미국 경제와 미국의 시스템과 나아가 세계의 경제까지도 희생시키겠다. 그래서 과연 미국의 부자들은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 가능은 할 것이다. 경제위기란 또한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헐값에 더 많은 자본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니. 대신 그 댓가는 그 외의 나머지가 치르게 될 것이다. 그것이 과연 미국과 미국 국민들에게 얼마나 이익이 될 것인가. 

 

그래서 더 어이가 없는 것이 미국도 아닌 한국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열광하는 자칭 단군이래 가장 똑똑한 세대들인 2030 남성들일 것이다. 정확히는 반PC주의자들이다. 트럼프는 똥을 싸도 옳다. 심지어 되도 않는 궤변이나 늘어놓는 대변인마저 쇼츠로 퍼와서 찬양하느라 제정신들이 아니다. 조류인플루엔자로 닭들이 죽어나가 계란값이 오르는 상황에 그를 담당해야 할 공무원들을 자르고 있는 상황에도 오히려 잘한다고 빨아주느라 열심이다. 트럼프에 대해 분석하는 놈들도 다르지 않다. 어째서 트럼프의 재정정책을 이야기하면서 증세 이야기는 빠지는가. 감세가 가지는 모순을 지적하는 놈들이 없다. 미국놈들이야 못배워 먹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대부분 대학들도 나왔을 텐데. 하긴 민주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려 한 내란을 지지하는 병신새끼들이기도 하다. 남의 욕 할 때가 아니다. 바로 한국에 그런 병신새끼들이 자라나고 있다. 유전자의 문제일까? 하여튼 한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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