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백설공주나 인어공주를 영화나 연극으로 만들면 당연히 주인공은 아시아인이어야 한다. 그러면 한국에서 백설공주나 인어공주를 드라마로 만들려면 백인 배우를 캐스팅해야 하는가? 그리고 미국은 트럼프 이전까지 백인과 흑인과 아시아인과 히스페닉이 공존하는 다인종국가였다. 그런데도 그런 다인종국가 미국에서 유럽의 원작을 영화로 만들면서 미국을 이루는 구성원 중 하나인 흑인과 히스페닉을 캐스팅했다고 멀리 바다건너 한국에서 개난리들이다. 원작은 어쨌다고 따질 것이면 원작이 있는 헐리우드 영화는 절대 봐서는 안된다. 언제부터 그렇게 원작에 충실해가며 만들었다고.

 

중세에는 성소수자가 없었는가? 트랜스젠더야 당연히 없었다. 성전환수술 자체가 최근에 와서야 가능해진 것이니. 하지만 중세에도 게이가 있었고, 레즈비언이 있었고, 바이섹슈얼이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을 봐도 하필 문종의 세자빈이 레즈비언이라 문제가 되어 폐비된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단지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프리드리히 2세를 성에 가두고 애인의 목을 그 앞에 매달았던 프리드리히 1세처럼 그런 소수성정체성에 대한 강력한 억압과 차별이 이루어졌을 뿐이었다. 그런데 중세를 소재로 한 게임에서 성소수자가 등장하니 말이 되지 않는다.

 

아무튼 그토록 반PC를 부르짖으며 트럼프에게 열광하는 한국 청년세대들 - 특히 2030 남성들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반PC가 무엇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주셨다. 미군의 역사에서 여성과 흑인과 히스페닉과 그리고 젠더와 관련한 모든 사항을 삭제하라. 당연히 그동안 미군에는 백인 뿐만 아니라 흑인과 히스페닉과 아시아인과 여성과 성소수자들도 복무했을 텐데 그들과 관련한 모든 기록들을 내려서 보지 못하게 하라. 심지어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폭격기 에놀라 게이도 게이라는 이름 때문에 사진을 지워야 한다 한다. 이 얼마나 위대하신 업적인가? 트럼프가 뭐를 하든 심지어 일론 머스크가 그렇다고 하니 독일의 극우정당도 빨아주던게 바로 그들 반PC 청년들이었을 텐데.

 

이게 바로 그들이 바라는 반PC의 결론이라는 것이다. 저런 것을 바라고 그들은 반PC를 외쳤던 것이었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한 가지다. 게임과 영화, 드라마, 만화 등에서 쭉쭉빵빵 잘생기고 잘빠진 백인만 보고 싶다. 아시아인도 백인을 닮은 아시아인만 보고 싶다. 그러니까 늬들 그냥 아시아 원숭이 새끼들이라고. 미국 반PC주의자들이 아시아인 앞세운다고 자기들이 명예백인 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하여튼... 역시나 트럼프가 트럼프했다. 반PC가 반PC하는 것처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