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관심없다. 내가 받는 수당이라고 해봐야 근속수당 하나다. 심지어 교대근무라 주휴수당도 못 받는다. 주휴수당까지 받는 경우와 비교해서 근무시간이나 강도는 더 높은데 임금차이는 별로 나지 않아서 그렇지 않아도 불만을 가지고 있던 터다. 과연 나만일까.
식대니 교통비니 정기상여금이니 꾸준히 받고 있는 노동자라면 그래도 좀 규모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일 것이다. 사실은 그런 수당들조차 원래는 기본급에 포함되어 있어야 했는데 편법으로 쪼개느라 그렇게 덕지덕지 각종 수당이 붙게 된 것이었다. 한 마디로 그만큼 수당을 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실제 받는 월급이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대부분 다른 수당따위 없이 기본급만으로 나머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노동자가 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이란 누구를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
어차피 최저임금 없이도 충분한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이야 최저임금이 오르든 말든 거의 상관없다. 최저임금 낮을 때도 각종 수당으로 최소한 다른 비정규직이나 일용직, 혹은 영세사업장 노동자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았을 터였다. 진짜는 기본급 말고는 아무것도 받지 못하는, 그것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더 많은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일 것이다. 그러면 민주노총은 과연 누구를 위한 투쟁에 나선 것인가.
확실히 같은 노동자이기에 민주노총 역시 노동자인 나의 편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귀족노조네 뭐네 욕해도 그런 노조가 있으니 나의 여건이나 환경도 더 좋아지는 것이라 지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깨달았다. 노동자에도 계급이 있다. 받을 것 다 받는 노동자와 기본급이 전부인, 아니 그마저 다 받지 못하는 노동자의 사이에도 넘지 못할 간극이 있다. 각종 수당을 줄이는 대신 최저임금을 보다 수월하게 올릴 수 있다. 최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올려줄 수 있다. 그것은 누구를 위한 정책일 것인가. 그리고 누구를 위해 받대하는 것인가.
궁극적으로 통상임금 산입범위 조정은 진보정당이던 정의당에서 주장했던 최고임금법과도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은 올리고 수당으로 채워지던 상위의 임금은 조정한다. 단순히 최저임금만을 올리는 것이 아닌 상위임금까지 조정해서 전체적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 수월하게 동의를 이끌어낸다. 말하자면 상위소득 노동자들의 양보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임금쉐어링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싫다는 것은 상위 노동자들의 이기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것이기에 당연하다 할 수 있겠지만 나 역시 이기적이므로 그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다.
서로 처지와 환경이 다른 탓이다. 같은 노동자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지향하는 바도 다르다. 누구를 위한 민주노총인가. 사회정의의 측면에서도 이번 조정은 옳다. 쪼개기는 편법이다. 급여는 기본급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너무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