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라면 길 위의 깡통 하나도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 모닝을 타고 가는데 앞에서 오토바이가 길을 막고 있으면 역시 비켜주기를 바라거나 다른 길로 돌아서 가는 수밖에 없다. 캐딜락을 타고 있어도 당장 이 길을 지나가야 하는데 앞에서 비켜주지 않는다면 정중히 요청하거나 협상을 시도하는 수밖에 없다. 차의 상태나 사람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힘으로 밀고 지나가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괜히 고장이라도 나면 가다가 멈춰설 수도 있다. 그런데 밀고 지나가는 것이 덤프트럭이고 심지어 탱크라면 과연 어떨까? 그래도 여전히 비켜주기만 기다려야 하는 것일까?

 

177석, 아니 우호의석까지 더해서 181석이 가지는 의미란 것이다. 얼마든지 단독개원도 가능하다. 단독으로 상임위를 구성하고 국회를 열어서 법안들까지 처리할 수 있는 의석수인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이 정의당과 바른미래당 등 그나마 대화가 통하는 다른 야당들과 연대하고 있었음에도 여전히 수적으로 훨씬 소수인 보수정당에 끌려다녀야 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없는 의석까지 다 끌어모아 봐야 당시 자유한국당이 표결에 응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이라는 비상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안되었고, 그마저도 상당한 방해를 감수해야만 했었다. 유치원 3법과 검찰개혁법안들을 통과시키는데 걸린 시간이 거의 1년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그나마 그만한 의미를 갖는 법안들이니 패스트트랙이라도 태웠지 그렇지 못한 법안들은 매번 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멈춰서기 일쑤였었다. 자유한국당과 대화를 통해서 협력을 이끌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국회 자체가 마비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되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미래통합당이 반대하든 말든, 아니 정의당마저 미래통합당의 편에서 막아서든 어쨌든 그냥 민주당이 하고 싶으면 그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상임위도 마음대로 18개 모두 가져가고, 국회도 단독으로 열어서 모든 법안을 임의로 처리하고, 그래도 미래통합당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아무것도 없다. 장외투쟁에 나서도 그냥 무시하면 되는 것이다. 언론이 아무리 미래통합당의 장외투쟁을 중요하게 보도해도 앞으로 4년 동안은 민주당이 압도적 다수의 여당으로서 필요한 모든 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이다. 혹시라도 국회 안에서 실력으로 입법을 저지하려 하면 국회선진화법이 그나마 있는 의석마저도 모조리 날려버릴 것이다. 뭘 할 수 있는가. 언론이라도 없으면 지금 미래통합당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가.

 

아반떼로 길을 막고 있는데 탱크가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사정해야 하는 것은 탱크의 조종수가 아니다. 아반떼의 운전사다. 탱크는 그냥 아반떼를 밟고서 지나가면 되는 것이다. 탱크에는 조금의 흠조차 없이 아반떼만 박살나고 마는 것이다. 엎드려 무릎꿇고 제발 멈춰주기를 빌어야 하는 것은 아반떼 운전사지 탱크 조종수가 내려서 비켜달라 사정해야 할 상황이 아니란 것이다. 그 정도 차이가 난다. 민주당 일부만 그 사실을 모른다. 태산의 힘을 가지고도 겨자씨만한 간담으로 지레 알아서 긴다. 유시민의 과거 평가였다. 그놈들이 아직 민주당 안에 남아 있다.

 

지금 이해찬과 김태년이 하고 있는 일은 그런 사실을 야당과 무엇보다 언론과 여론에 알리는 작업인 것이다. 민주당이 지금 가진 힘이 어느 정도인지. 그 힘으로 과연 앞으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을지. 경고의 차원이기도 하다. 과거처럼 밖에서 민주당을 흔들려 해봐야 의미가 없다. 박용진 같은 놈들 몇 부화뇌동해봐야 내쫓아도 대세에는 전혀 아무런 지장도 없다. 윤미향 하나 붙잡고 달려들어도 전혀 상채기조차 나지 않는다.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발악일 뿐. 한겨레와 경향이 어째서 저토록 필사적으로 민주당을 저지하려 달려드는가. 저들의 공포이기도 하다.

 

양보해야 하는 것은 민주당이 아니다. 양보가 아닌 구걸을 해야 하는 것은 오로지 소수야당인 미래통합당인 것이다. 감히 양보라는 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지금 미래통합당은 국회에서 무언가를 할 만한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민주당의 단독개원조차 명분을 제외하고는 저지할 힘이 없다. 아니 명분조차도 없다. 국회법에 따라 국회를 열겠다는데 어떤 명분을 가지고 그를 저지할 것인가. 제발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것이다. 언론이 미래통합당을 망치고 있다. 모든 언론이 자기들 편이니 민주당과도 한 번 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호영이라 다행이다. 참 볼 것 없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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