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인데, 원래 아랍권에서 여성들에게 부르카나 히잡, 차도르 등을 씌우는 이유는 무엇보다 여성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 강했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들이 외출할 때 쓰던 장옷도 비슷한 용도였었다. 세상은 흉험하고 여성은 약하니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노출되지 않게 최대한 몸을 가려야 한다.

 

남성이란 욕망이며 폭력이다. 여성은 단지 그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은 여성을 보면 당연하게 욕망을 느끼고 폭력으로 해결하려 할 것이므로 여성은 그를 회피하기 위한 다른 수단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무엇이겠는가. 짧은 치마를 입지 않았으면 성폭행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깨가 드러나는 옷을 입지 않았다면 추행을 당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가슴이 도드라진 옷을 입었으니 희롱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일상적으로 통하는 논리다. 그러므로 그런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남성의 욕망으로부터도 일정하게 회피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논리다. 아니 최근 아주 질리도록 듣고 있는 논리일 것이다. 첫째 남성은 욕망과 폭력의 존재다. 둘째 여성은 단지 그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셋째 그러므로 남성과 여성 사이에 벽을 세워야 한다. 다만 부르카나 차도르 같은 천이라는 물리적인 벽이 아닌 인식에 의한 사회적 장벽이다. 성인지감수성이다. 남성은 여성에게 가까이 다가가서도 안되고, 말을 건네서도 안되고, 감히 몸이 닿아서도 안된다. 여성은 너무나도 여리고 연약한 존재이기에 감히 보려 하지도 말고 그저 위하고 보호해주어야 한다. 중세의 기사도가 그랬었다. 여성을 동등한 인격으로 존중해서가 아닌 여성을 약자로 보았기에 기사들은 연약한 여성을 보호하려 했던 것이었다.

 

페미탈레반이란 말이 더없이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이유인 것이다. 탈레반이 여성에 대해 적대적인 이유는 성장기에 여성을 직접 접해 볼 기회 없이 전통적인 관습과 관념에 의해서만 머릿속에 구성하여 각인하게 된 때문이라 한다. 집에서 시키는대로 좋은 대학 가기 위해 공부만 하다 보면 여성이든 남성이든 관념으로만 존재하게 된다. 망상은 실제보다 항상 더 과격하고 극단적이다. 그래서 그들의 머릿속에 남성과 여성이란 실제가 아닌 관념화된 대상인 것이다. 그러므로 남성은 성적인 가해자이고 여성은 성적인 피해자일 뿐이다. 실제로 그러한가.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면서, 아니 여성의 지위가 바닥이던 전근대에도 흔치 않게 권력을 거머쥔 기득권 여성 가운데는 남성을 상대로 억압과 폭력을 자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었다. 남성을 납치하고, 감금하고, 강간하고, 남성을 단순한 성적인 대상으로만 여긴다. 여성과 남성 사이에서만이 아닌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도 그런 일들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남성들만 보인 군부대에서 성추행은 물론 성폭행사건까지 일어나는 것도 그 한 예일 것이다. 감옥에서도 그들이 반드시 동성애자여서가 아니라 단지 대상이 약자이고 자신이 강자이기에 성폭력이 저질러지는 경우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성욕과 권력욕은 때로 같은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수면욕과 식욕이 인간의 체내에서 비슷하게 인지되는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런데도 반드시 남성을 가해자로 여성을 피해자로 단정짓는 것은 얼마나 위험한 사고인가.

 

그래서 이슬람권에서는 여성들에게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르카와 차도르를 강요했던 것이었다. 조선시대 여성들도 문밖출임을 금지당했고, 설사 외출을 하더라도 장옷으로 자신을 가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유럽에서도 여성이 외출을 하려면 남성의 보호가 반드시 필요했었다. 남성의 보호가 없이는 여성은 무슨 짓을 당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었다. 그러므로 한국에서도 여성들이 남성과 아예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자.

 

어느새부터 여성을 보면 괜히 몸을 움츠리며 피하게 된다는 것이다. 말을 거는 것도 꺼려진다. 괜히 몸이라도 스칠까 멀리 돌아가게 된다. 전에는 진짜 아무 문제없이 농담을 주고받던 것도 이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조심스럽고 피곤해지기까지 한다. 여성이 불편하다. 여성이 피곤하다. 그런 세상을 여성주의자들은 바라는 것인가.

 

탈레반들을 보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과연 탈레반과 한국 여성주의자들의 여성에 대한 인식에 어떤 차이가 있기는 한 것인가. 실제 하는 행동을 보더라도 위상적으로 크게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본질은 같다. 남성만 억압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에 대해서까지 강요하며 강제하려 한다. 다르지 않다. 그래서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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