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간다면 한 번 지난 기사들을 찬찬히 살펴보라. 코로나19 이전과 특히 신천지사태 이후 정의당이 정부와 여당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일선에서 방역을 책임지는 장관을 보수야당과 함께 공격하고, 대통령의 탄핵을 거론하고, 위급한 상황에 추경안에 대해서까지 정면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내놓는다.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차피 코로나19로 인해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폭락할 테니 거기에 휩쓸리지 않겠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에 대해 거리를 둠으로써 이탈한 중도층의 지지까지 자신들이 가져가겠다.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를 거부한 이유란 것도 자신들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순수하고 거창한 명분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당시 신천지로 인한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진자의 급증사태로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이 커져가는 상황에 괜히 여당과 하나로 묶여서 좋을 것이 없겠다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이다. 어차피 지지율이 폭락할 것이 뻔한 여당과 하나로 묶이기보다 그런 정부와 여당을 비판함으로써 거리를 두고 이후 이탈한 지지자들을 자신들이 흡수해야겠다. 그 쪽이 지역구에서나 비례의석에서나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 것이라 판단한 것이었다. 더구나 지지율이 폭락한 민주당이 그래도 살아남기 위해 정의당에 연대를 제안한다면 더 유리한 고지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했는가.
물론 나중에라도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문제라면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아예 폭락할 것을 예상하고 그동안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말을 너무 세게 질러 놓았다는 것이다. 당장 불리하다고 이미 뱉어 놓은 말들을 도로 물리기에는 벌써 너무 나간 상황이었던 것이다. 돌이켜 보라. 코로나19에 대한 훌륭한 대처의 결과로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지지율이 예상만큼 폭락하지 않으며 - 아니 심지어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의당에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전 정의당이 비례연합정당에 대해 어떤 말들을 뱉어내고 있었는지. 그런데 그런 말들을 모두 씹고 뒤늦게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하기에는 너무 명분이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당이라면 어떻게든 명분을 만들어 참여해야 했을 테지만 정의당은 이미 심상정의 사당에 가까운 상태였다. 자기 모양 빠지는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러니 망하더라도 정의당은 민주당과 따로 가야겠다.
그 결과가 느닷없는 조국소환이었던 것이다. 하다하다 안되니 그나마 문재인 정부와 여당에 조금이나마 흠집을 낼 수 있을만한 소재를 찾아서 조국에 비판적인 민주당 지지자나 중도층의 지지라도 얻어보려 한 것이었다. 하긴 미래통합당이나 여우라 불리던 박지원조차 철저히 오판하여 대놓고 정부를 비판하며 나섰던 상황이었으니. 순진하게 볼 것이 아니란 것이다. 외신의 보도가 아니었다면 명분이 아닌 실리를 얻었을 것이다. 아무리 정의당이라도 현실정치에 몸담아 온 세월이 얼마인데. 정치는 전쟁이다. 이 모든 게 문재인 정부의 덕분이다. 어찌보면 다행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