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정치인이든 언론인이든 국가적으로 중요한 판단을 해야 하는 위치가 되려면 군대는 반드시 갔다 와야 하는 것이다. 여자들도 군대 가라. 국회의원 되고 기자 되고 싶으면 군대 갔다 와서 군대가 어떤 곳인가 알고 와라. 내가 어떻게 비정규직에 대해,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허드렛일들에 대해 잘난 척 떠들 수 있는 것인가. 경험해 봤으니까. 실제 몸으로 겪어 봤으니까. 그래서 어떤 그럴싸한 개소리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있다.

 

다른 중대라. 내가 군대 있을 때 원래 있던 사단이 재편되면서 부대원 전체가 다른 사단으로 옮겨 간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군대 있는 동안 거쳐간 사단장이며 연대장 대대장들이 딱 다른 사람들 두 배가 된다. 사단장 네 명에, 연대장 네 명에, 대대장 네 명,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거의 북한 수준으로 군생활하고 나온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원래 사단에서 다른 사단으로 함께 옮겨가는 동안에도 중대가 다르면 말조차 거의 섞지 않았다. 한 개 중대가 한 개 대대로 편입해 들어갔는데 각각 다른 중대에 배치되고 나니 새로운 부대의 선임들이 같은 사단 출신의 다른 중대 병사들과 어울리는 자체를 무척 불편하게 여기고 있었다. 네가 지금 소속된 곳은 지금 여기 이곳이다. 하물며 아예 처음부터 별다른 인연도 없던 다른 중대 병사들이야 그냥 상관없는 아저씨에 지나지 않았었다.

 

요즘 군대가 어떤지 모르겠지만 원래 군에서 병영이란 중대 단위로 꾸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동도 배치도 거의 중대단위로 이루어진다. 파견근무 역시 중대단위로 파견되어 근무하게 된다. 그래서 중대가 하나의 단위가 되어 중대를 넘어서면 그때부터는 아예 남이 되어 버린다. 같이 훈련소에서 훈련받은 동기가 있거나, 혹은 나처럼 거기에 더해 전입할 때 함께 온 같은 중대 출신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오다가다 얼굴은 익혀도 이름도 몰라, 말도 섞어보지 못해, 뭔 일이 있든 그런가보다 하지 세세하게 사정까지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개인화가 이루어진 현재의 군대라면 더욱 중대를 넘어서까지 서로 관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중대도 다른 당직사병이 다른 중대 병사의 휴가에 대해서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었다?

 

하긴 그러니까 금토요일에는 점호도 않는다는 개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미군은 그럴 수 있다. 미군은 모병제이고 대부분 병사들이 정부가 약속한 급여와 혜택들을 바라고 모인 직업군인들이니까. 강제로 붙잡혀 있는 것이 아니기에 차라리 잘리거나 받게 될 급여와 혜택이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면 걱정했지 군대를 벗어나기 위해 도망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업군인으로서 필요한 업무는 수행해야 하겠기에 평일 일과시간 전에는 점호도 하고 그런 과정에서 탈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한 마디로 무단결근에 업무거부인 상황이다. 그러면 한국군은 어떨까? 카투사라고 일반 한국군 병사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기왕에 끌려갈 군대라면 조금이라도 편한 곳으로 가고 싶다. 그래서 시간이 되면 병영을 지키는 것조차 한국군 병사들에게는 군인으로서 주어진 업무의 일환인 것이다. 먹고 자고 싸는 모든 것이 통제와 관리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카투사도 한국군의 규정이 적용된다며 난리친 것이 불과 며칠전이다.

 

하지만 모르니까 국민의힘이나 보수언론에서 떠들면 사실이라 여기고 그대로 쓰고, 당연히 민주당은 거짓말을 할 테니 민주당쪽 반론은 아예 쓰지도 않고, 그래서 이런 무식 똥물튀기는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중대도 다른데 남의 중대 병사의 휴가에 대해 당직이라고 세세하게 알고 있다? 그렇게 돌아가는 군대가 워낙 병사수가 적어서 대대가 중대같고 소대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있는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모르면 물어보고 기사를 쓰던가.

 

아침부터 황당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중대 출신이니 저렇게 아는 척 떠들 수 있겠거니. 그러니까 같은 중대면서 평소 안좋은 감정도 있었기에 저렇게까지 악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다르단다. 같은 중대 출신도 아니었단다. 그러면 23일 복귀였는데 25일에서야 아무것도 모른 채 미복귀를 알았다는 사실도 설명이 된다. 남의 중대에까지 휴가연장 사실을 알릴 이유가 있었겠는가. 병신들이 지랄이다. 정치인이나 기레기나. 더러운 똥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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