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처음 추판증후군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바로 입력이 되지 않아서 추간판증후군으로 바꿔 부르고 있었다. 원래 그렇다. 자기가 익숙지 않은 단어나 개념을 들으면 그것을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단어나 개념으로 바꿔서 이해하려는 경향이 사람들에게 있다. 그냥 목 아프니까 목디스크고, 허리 아프니까 허리디스크다. 무릎 수술했다니 십자인대다.

 

그래서 중세에는 그리도 기적이 많이 일어났더란 것이다. 바로 최근까지도 주변에서는 귀신과 관련한 일들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억지로 이해하려다 보니 신이 일으킨 이적이 되는 것이고, 귀신이 개입한 장난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된다는 이유인 것이다.

 

사실 추미애 장관 아들 휴가와 관련한 논란의 출발도 그에 대한 반론도 비슷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일요일 당직을 서는데 복귀자 가운데 추미애 장관 아들이 없으니 미복귀겠구나. 장관 아들이니까 휴가연장이면 빽을 쓴 것이겠구나. 마찬가지로 사회 있을 때 무릎수술을 받았다 하고 군대 있을 때도 수술을 받았으니 아마도 십자인대겠구나. 아마 무릎과 관련해서 수술받았다 하면 허리디스크 만큼이나 바로 쉽게 떠올리는 것이 십자인대일 것이다. 워낙 유명 스포츠선수들도 이것으로 인해 수술받고 부상자명단에 오르고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딱 그 정도 관계인 것이다. 전우라고 하지만 실제 군대 있으면서 부대원들과 그렇게 속깊은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남이고, 군대 나가면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인 때문이다. 오히려 그래서 군대 안에서 서로 연기하는 경우도 많다. 군대 제대하고 연락이 닿아 만났더니 그동안 하던 말이 죄다 생구라였더라. 아니 그 정도면 굉장히 친한 사이이고 제대하고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보니 몰랐던 것이 많았다는 사실만 새삼 확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재판정에서 어느 일방에 의한 증언만을 기사로 내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인가 하는 것이다. 이쪽에서 보았을 때는 이렇게 보였는데 저쪽에서 보니 또 다르게 보이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취합해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재판이란 것이다. 검사가 심문하면 바로 기사로 나오고 변호사의 심문은 아예 기사로 나오지도 않고. 다만 검찰이 관여된 검언유착 재판은 변호인 주장만 기사로 나오고 있는 중이다.

 

당시 병장이었다는 점에서 당시 당직사병이었다는 제보자에게 악의가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접게 되었다. 귀찮은 것이다. 아마 확인전화도 안했을 것이다. 그냥 미복귀인 것을 보고 내버려두고 있다가 담당장교가 와서 휴가연장되었다 하니 그런 것이로구나 대충 넘겨짚고 확신해 버린 건 아닐까. 군대가 뭐 좋은 곳이라고 병장씩이나 되어 일일이 확인까지 하겠는가. 앞서 당직 선 놈들 가운데 누가 알아서 잘 처리했겠거니.

 

추미애 장관 아들의 십자인대와 관련한 주장들이 의미없을 수 있다는 이유인 것이다. 오히려 허리 아프면 디스크와 거리가 멀 수 있는데도 그냥 디스크부터 떠올린다. 목이 뻣뻣하니 목디스크다. 참고로 내 경우 목디스크보다는 그냥 승모근이 항상 과긴장해 있는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는 그런데 목디스크처럼 보인다. 사람 일이란 대부분 그렇다. 별 것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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