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좌파들에게 사람이란 단지 수단이며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게 사회주의다. 한 사회를 이루는 구조, 단위, 조각들. 이른바 유물론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래서 정작 가지지 못한 약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겠다면서 혁명을 일으키고 가장 먼저 한 것이 그들 약자들을 억압하고 탄압하는 것이었다. 진정한 약자들을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조금만 더 당신들이 참으라. 그게 볼셰비키고 중국공산당 아니었던가.

 

정의당이 추미애 장관 아들 논란에 끼어든 이유일 것이다. 더구나 그동안 정의당의 주류는 더이상 무산자 남성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는 극렬 페미니스트 집단이란 것이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이 극렬 페미니스트라고 모든 남성을 적대하지는 않는다. 주류남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동경하며 동질감을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남성들이야 말로 여성인 자신의 격을 높여주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흑인 남성은 멸시하고 배척하더라도 부유한 백인 남성을 그럴 수 없는 것이다. 실제 한국의 극렬 페미니스트 가운데도 선진국의 백인 남성들에 대한 동경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같은 한국 남성에 대한 혐오와 경멸의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지금도 부모성을 모두 써서 김신명숙이라 불리는지는 모르겠다.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군대 가지 않고 사회에서 가족과 연인과 친구들과 함께 지내며 공부도 하고 자기계발도 하고 싶다는 어느 젊은 남성의 하소연을 한 마디로 일축하고 있었다.

 

"그래서요?"

 

아니 이건 그냥 조롱이었다. 그건 네 사정이지 내 사정이 아니다. 그건 네가 감당해야 할 일이지 내가 고민할 일이 아니다. 그러니까 그런 건 네 일기장에나 쓰라. 지금 자기는 숭고하고 엄숙하게 오로지 여성의 권익만을 위해 토론에 임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시시껍절한 개인의 감상따위 갖다 치우고 엄정한 논리와 합리적인 근거를 가지고 들을 만하게 주장이란 것도 펴야 한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바로 진보를 자처하는 인간들 말하는 싸가지가 거의 그렇다. 오로지 자기들만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이고 명징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 나머지는 그냥 충동이고 감정의 배설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아주 친절하게 자기와 토론하려면 어떤 책을 읽고서 그 논리를 근거삼아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도 한다. 

 

그렇게 이해하면 된다. 어차피 자기들은 군대 갈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여성이니까. 더구나 그래도 공당에서 제법 목소리도 낼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 페미니스트라는 타이틀만 앞세우면 주류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자신들의 주장을 들어주고 해주니까. 그러니까 징병제 아래에서 강제로 끌려간 군대에서 아파서 수술까지 받고서 휴가를 연장해야 하는 절박한 사정을 전혀 이해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아파서 병신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복귀한 다음에 규정에 따라 휴가를 연장하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다행히 정의당은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주장하는 정당이기도 하다. 혹시라도 그 과정에서 무릎이 잘못되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 자기들이 장애인 운동을 통해 그 권리를 지켜 줄 것이다. 설마 그렇게까지 생각할까 싶지만.

 

스포츠 매니지먼트를 전공한 입장에서 기회라 여기고 평창올림픽 통역병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식으로 민원을 넣어 물었다. 그조차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무릎이 아파서 병가를 내려 하는데 어떻게 하면 되는가, 병가를 연장하려면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병가를 더 연장하려 하는데 그러면 어떤 요건을 갖추면 되겠는가, 그조차도 해서는 안되었다는 것이다. 그냥 나라에서 시키니까 군대에 가서 뒈지든 병신이 되든 시키는대로 구르다 만기 되면 집으로 돌아가서 한남짓이나 하라. 그러니까 진중권도 저리 당당히 나설 수 있는 것이다. 아들 군대 안 가도 되거든. 자기 아들은 군대 갈 일이 없으니 마음놓고 떠들 수 있다.

 

그러니까 내가 자칭 진보들 앞에 반드시 '자칭'을 붙여 부르는 진짜 이유란 것이다. 저들의 진보에 인간은 없다. 나와 같은 평범한 서민들은 없다. 지방대 다닌다고 조롱하고, 서울대 아니라고 비웃고, 가난해서 험한 일 한다고 멸시한다. 8,90년대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서 명문대출신으로 보장된 미래를 포기하고 직접 기술까지 배워가며 그들이 있는 현장으로 들어갔던 선배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도 자기가 명문대 출신이라는 자부심에 마치 장식처럼 그와 같은 희생조차 누리려 했던 이들이 없지 않다. 변절한 놈들이 대개 그런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이 페미니즘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손에 넣었으니 어떻겠는가. 어차피 군대나 가는 변변치 못한 남자놈들 뒈지든 병신되는 자기들은 알 바 아니다. 그 오만과 무례가 실제로 드러난 것이 지금 자칭 진보의 스탠스란 것이다.

 

그동안 군대 많이 좋아졌다. 많은 부분에서 사병들의 권리가 인정되고 강화되어 왔었다. 그런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데 그마저 조롱한다. 저들이 계급적으로 얼마나 나와 같은 변변치 못한 부류들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인가 새삼 확인하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듣기 좋은 말들로 저 높은 곳에서 고공전은 어떻게든 하는 것 같은데 내 현실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저들이 더 역겨워지는 이유인 것이다. 한겨레도 마찬가지. 군대 좋아졌다면 오히려 그것을 반기며 국민들에 알려야 할 언론들이 좋아진 군대를 부정하고 조롱하며 모욕한다. 설사 당장 죽을 병에 걸렸어도 전화로 휴가연장따위 해주지 마라. 죽든 병신되든 무조건 복귀시키고 절차를 밟아 휴가를 더 내주라. 미친 것들 같으니.

 

결국은 당시의 재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요? 민간병원에서 무릎을 수술하느라 병가를 내고 그러고도 회복이 되지 않아 휴가를 더 연장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아예 듣지 않는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군대란 관성을 따르도록 강요한다. 정치인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하긴 정치인의 딸이라고 특별히 연대하려는 것 같지는 않다. 그냥 민주당이 싫은 것이다. 나경원은 같은 여성으로서 지지하지만 조민은 여성임에도 동정조차 하지 않는다. 여전히 이 사회의 주류는 누구인가. 그러니까 주류로써 대접받기 위해서는 누구와 연대해야 하는가.

 

페미니즘이란 어떤 점에서 계급주의 운동이라 여기게 되는 이유인 것이다. 페미니스트들이 신경쓰는 것은 못배우고 못가진 하류층 여성들일까? 아니면 자신들과 같은 남성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중류 이상의 여성들일까? 그래서 여성주의가 남성혐오라는 오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남성을 혐오하는 게 아니다. 주류가 아닌 남성을 혐오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을 대하는 저들의 다른 태도가 그 증거다. 그야말로 병신같은 것이다. 쓰잘데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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