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얼마전까지 모든 보수언론에서 일본의 경제정책을 찬양하고 있었다. 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이 일본에서 일자리도 늘리고 기업의 성장도 이끌었다. 일본이 긴 불황에서 헤어나와 다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


오히려 그동안 노동자들의 임금소득은 감소하고 있었다. 일자리는 늘었는데 그러나 정작 일을 하고도 충분히 생활할 수 있을 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저축이 한 푼도 없다는 3,40대 인구가 부려 23%에 이르고 있었다. 3,40대 장년층에서 한 달 일해서 한 달 겨우 사는 사람의 수가 4명 가운데 1명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런 사람들에게 소비여력이라는 것이 있을까?


일본의 물가가 안정적이라지만 그러나 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물가 역시 오르지 않으면 안된다. 그만큼 시장에 돈이 돌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소비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 입장에서도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시장도 활력을 되찾게 된다. 그런데 벌써 수십년 째 일본의 물가는 제자리다. 왜? 물가를 올리면 임금이 정체된 일본 국민들의 소득으로는 감당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출을 늘리기 위한 엔저정책으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입물가가 오른 결과 오히려 임금이 줄어든 일본 장년층에게 저축할 수 있는 여유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그토록 저축을 좋아하는 일본 국민들이 더이상 저축을 생각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과연 이것을 경제가 좋아진 것이라 말할 수 있는가.


바로 오늘 아침에도 일본의 양적완화와 확장재정을 찬양하던 언론이 정부의 확장재정을 가지고는 재정건전성을 해친다며 비판 아닌 비판을 하는 기사를 보았었다. 이제 더이상 일본식 경제정책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일까. 그저 돈만 많이 찍어내서 기업에 몰아주는 것으로는 안된다는 것을 조금은 깨닫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정부의 임금정책에 대한 여전한 부정적인 평가들이 말해주고 있다. 일본처럼 임금을 동결하거나 낮춰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면 그것으로 경제는 좋아질 것인가. 임금노동자들의 저축도 줄고 그만큼 소비가 위축되어 다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려는 일본경제를 보면서 그런 말이 당당히 나올 수 있는 것인가.


임금을 낮춰서 일자리를 더 늘리자. 지금보다 임금을 더 줄이고 노동시간을 더 늘려서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하자. 그래서 누구 좋으라고? 저축할 여력도 없이 소비마저 줄여가며 겨우 한 달을 살아야 하는 노동자의 수만 늘린다. 그렇지 않아도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세계의 경기가 좋지 않으면 어디서 기업들은 활로를 찾아야 하는 것인가.


그냥 보수언론들이 떠들어대던 그대로 돌려주면 된다. 일본을 보라. 아베노믹스의 현실을 보라. 노동자의 임금상승 없는 일자리증가가, 수출만을 위한 정책이 어떻게 경제를 망치는가. 80년대 벌어놓은 것 없었으면 참 볼 만했을 것이다. 우리는 그조차도 안된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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