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들으면 그럴싸하다. 최저임금 올려서 임금노동자의 임금은 올랐다. 그러나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은 어찌하는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게 된 저임금저숙련노동자들에 대한 연민과 염려가 가득하다. 사람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 나보다 못한 사람을 걱정하며 배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면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 이미 오른 임금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야 한다는 것인가.

 

52시간 근로제 역시 마찬가지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좋아하는 노동자들도 있다. 겨우 더 많이 쉴 수 있고 자기 시간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되었다며 행복해하는 노동자들도 분명 적잖이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더 많다. 하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수입 역시 줄어들게 된 다른 노동자를 들멱이며 그들을 압박한다. 너희들이 지금 느끼는 기쁨과 행복으로 인해 이 사람들이 희생당했다. 불이익을 강요당하며 일방적으로 피해입고 있다. 그러니까 너희들이 잘못이다. 그렇다고 다시 주말까지 주 68시간을 일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그래서 과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줄어든 일자리란 얼마나 된다는 것인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것인가? 그와 관련한 명확한 통계를 보여주는 언론보도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각분위별 소득통계는 참고가 되지 않는다. 가장 소득이 적은 최하 20%의 1분위에는 취업 자체가 힘든 고령층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원래 일자리가 있었는데 실직했거나 혹은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소득이 줄어들었다고 보기 힘든 이들이다. 갈수록 고령화가 심해지며 고령인구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런 통계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가. 재미있는 건 그런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사업마저 세금낭비라며 비판하는 소리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1분위 소득이 감소하는 건 문제인데 그 1분위의 다수를 이루는 고령층을 위한 일자리예산은 낭비다. 그러면 고령인구의 증가를 제외한 실제 고용시장에서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자리 통계는 그냥 고용률 하나만 보면 된다. 고용률이란 한 마디로 전체 일할 수 있는 인구 가운데 실제 일하고 있는 인구의 비율이다. 한 마디로 자영업이든 무엇이든 지금 현제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인 것이다. 그러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률은 얼마나 나빠졌을까? 최업자수가 아니다. 최업자수는 해당 연령대의 분모가 줄어들면 비례해서 함께 줄어들 수밖에 없는 수치다. 의외로 그렇게 나쁘지 않다. 조금 낮아지기는 했지만 실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늘어닌 임금소득에 비해 딱히 더 크게 줄어들었다 말하기 힘들다.

 

이를테면 정책의 비례성이라 해야 할 것이다. 정책으로 인한 이익과 손해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가.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임금이 오름으로써 노동자가 얻는 편익과 그로 인해 일자리를 잃음으로써 생기는 손해 가운데 어느 것을 더 크게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인가. 당연히 나같이 일자리를 유지한 입장에서는 임금인상으로 인핸 급여의 인상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최저임금 올랐다고 인건비 아끼려 감원당한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느 쪽이 사회적으로 편익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는가. 그러니까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와 오른 임금 사이의 균형이다. 그러면 어느 쪽에 더 방점을 두어야 하는가. 그런데 없다. 심지어 진보언론의 보도에서조차 그로 인해 좋아진 임금노동자의 현실은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 아예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고약한 것이다. 근로시간단축으로 인해 더 좋아진 노동자가 있을 텐데 보수든 진보든 언론들은 그들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는다. 최저임금인상으로 소득이 늘어 더 좋아진 노동자가 있을 텐데도 이들 역시 언론에서 전혀 다루지 않는다. 그로 인해 피해입고 고통받는 사람들만을 다룬다. 그들이 전부다. 오로지 그들만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패한 정책이다. 과연 그런가. 그런 논리에 넘어가 똑같이 반복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정작 자기가 근로시간단축으로 혜택입고 최저임금인상으로 이익을 보면서도 마치 그것이 잘못된 일인 것처럼. 그러면 당장 근로시간 늘리고 임금을 낮춰 볼까? 생각을 안하는 것일까? 아니면 못하는 것일까?

 

대부분 최저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의 혜택을 보는 것도 저임금저소독노동자들인 것이다. 어차피 대기업에 다니며 많은 임금을 받는 상위노동자들은 이런 정책들과 전혀 무관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노동시간도 줄고 임금도 올랐으니 그래도 아예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보다는 나은 처지다. 더 나아진 것이지 원래 좋았던 것은 아니다. 그나마 조금 나아진 것조차 죄인취급을 한다. 너희들이 좋아하고 정책을 지지하는 것마저 잘못되었다.

 

그리고 노동자의 이기심을 자극한다. 차라리 임금을 낮추고 더 많은 시간 일하게 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자기는 그럴 수 있다. 자기는 그래도 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삶을 온전히 누리고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더러 희생하라 양보하라 강요한다. 이기심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자신은 여전히 가난하고 열악한 조건에 있으니까. 약자는 얼마든지 염치없어도 된다.

 

하여튼 재미있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통한다는 사실이. 진보언론까지 나서서 떠들어대니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 당연하게 여겨진다. 이익을 본 사람은 사라지고, 혜택을 본 사람도 지워진다. 그리고 실패만 남는다. 그래서 언론이 개새끼들이란 것이다. 좋은 것을 좋다 말하지도 못한다. 썩을 놈들이다. 아니 속는 놈들이 더 바보인지도 모르겠다. 당장 자기 월급이 오르고 일하는 시간이 줄며 여가가 늘어난다. 하지만 잘못이다. 무슨 논리인가. 그냥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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