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삼 확인하는 것은 대기업 사무 정규직이 아닌 이상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의 영향 아래 있다는 것이다. 돈 많이 준다고 해서 찾아가 보면 결국 최저임금에 수당 좀 더 붙이는 정도다. 어째 일도 괜찮은데 돈도 많이 준다고 해서 갔더니만 주말과 휴일은 당연히 근무하고 잔업과 야근도 때때로 있다는 말을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 휴일근무수당과 야근수당까지 더하니 이건 완전 최저임금도 안되는 자리다.

 

즉 그나마 최저임금에 수당이나 붙여서 임금 맞춰주는 정도면서도 그마저도 아깝다고 근무시간 임의로 늘리려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이고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얼마전 썼던 아파트 경비가 그 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휴게시간을 빼면 최저임금 딱인데, 휴게시간을 대기로 돌리니까 최저임금에서 시급이 1000원 이상 까인다. 급여 많다고 찾아갔더니 일 힘든 건 둘째 치고라도 끝나야 할 시간에 끝나지 않고 다음날 출근도 2시간 일찍 하라는 말이 너무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리저리 계산해 보니까 그냥 시간당으로 계산해서 노가다 뛰는 게 더 현실적이다.

 

청년들이 결혼을 않으려 하는 이유도 그래서 새삼 몸으로 깨닫게 되었다.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었다면 저런 지랄맞은 조건에도 어쩔 수 없이 하나 잡아서 해야만 했을 것이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부모님께 생활비나 얼마간 보내드리면 나머지는 그저 혼자 먹고 살 정도만 되어도 충분하다 보니 그렇게까지 절박하지는 않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도 있어서 올해까지는 아무 일 않고 놀고 먹기만 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을 듯하다. 임금이며 노동시간이며 근로조건이 죄다 이따위인데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꼼짝없이 거기 잡혀 인생을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결론은 전문직이나 대기업 사무직 아니면 체력은 필수라는 것. 시간당으로 꼬박꼬박 챙겨서 받을 수 있는 자리란, 더구나 수당까지 더해서 최저임금 이상을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자리들이란 대부분 근력과 지구력을 필요로 하는 것들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그토록 부모들이 공부하라 아이들을 닥달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은 저런 현실을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 내가 대기업 사무직이 될 수 있으면 저들이 고생하는 모습이야 말로 보상이고 보람이 될 테니.

 

진짜 연말까지 모아놓은 돈 쓰면서 놀고 먹기만 했으면 싶은 마음까지 들고 있다. 일하기 싫다. 그런데 일해야 한다. 어차피 혼자 사는 것 돈 많이 받는 건 기대도 않고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놀며 지낼 수 있는 정도면 족하다. 대신 근무강도는 조금 세다. 다행히 다른 건 몰라도 힘과 체력은 자신이 있다. 아니 지금 와서 유일한 장점이라 할 수 있는 것이 힘과 체력 정도다. 그냥 구질한 현실의 이야기다. 대부분 사람들은 별 관심도 없는. 놀고 싶다. 복권이나 당첨되라!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