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간단한 산수다. 문제가 되었던 지난 1분기 가계소득동향에서 최하위인 1분위와 최상위인 5분위를 제외한 나머지 3분위에서 모두 소득이 상승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사업소득의 하락이 눈에 띌 정도로 소득이 하락하며 1분위로 이동한 상당수 자영업자를 감안하면 1분위에서 2분위로 이동한 계층에서는 소득이 증가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1인 가구를 포함한 최근의 통계에서는 1분위에서도 근로소득은 7.7%가 오르고 있었다. 35시간 이하의 질낮은 단시간 단기 일자리가 늘었다며 비판하는 가운데.

 

한 마디로 숫자장난질인 것이다. 뻔히 보이는 숫자 뒤에 진실을 숨긴 보도인 것이다. 알면서 숨긴 것인지. 아니면 보고도 모르는 수준들인 것인지. 당장 나만 해도 작년에 비해 일하는 시간이 일주일 기준으로 4시간이 줄었다. 그러면 수입이 줄었을까? 오히려 월급은 꽤 큰 폭으로 올랐다. 그래서 여기서도 몇 번 자랑도 했었다. 덕분에 월급이 많이 오르면서 그만두는 사람이 줄어들어 일하기 편해졌다고. 한 달도 다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더 많았던 작년에 비해 그만두는 사람도 그만큼 줄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최저임금이 올랐다.

 

2017년 6470원에 비해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1880원이나 올랐다.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거쳐서 거의 26%이상 오른 것이다. 그 말은 곧 같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라면 전보다 26% 적은 시간만 일해도 실제 임금은 같아진다는 뜻이다. 6470원 최저임금으로 209시간 일해서 받을 수 있는 월급을 8350원 기준으로 하면 162시간만 일하면 받을 수 있다. 한 달에 40시간을 덜 일하는 것이다. 한 달을 4주로 봤을 때 한 주에 10시간을 덜 일해도 되는 것이다. 주휴수당이 똑같이 적용된다 가정했을 때 사실상 주 35시간 일하는 것과 주 27실시간 일하는 임금이 같아진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차피 받는 임금이 같다면 35시간 일하는 것과 27시간 일하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노동자를 위해 좋겠는가.

 

고용률과 더불어 실업률까지 덩달아 오르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이전에는 주 17시간 일해봐야 10만원 겨우 넘는 돈을 받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주일에 17시간만 일해도 14만원이 넘는 돈을 받을 수 있다. 한 달이면 40만원 남짓과 거의 60만원으로 차이가 벌어진다. 그래서 단기 일자리라도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조금 일하는 시간이 적어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것이다. 그래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 최저임금인상의 부작용으로 주장하던 물가인상조차 오히려 디플레이션을 우려해야 할 정도로 안정된 상태다. 그러니까 노인들도, 가정주부도, 청년들도, 잠시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층도 부담없이 단기 단시간 일자리도 얼마든지 찾아 나설 수 있다. 무슨 말인가.

 

바로 이것이 소득주도성장의 결과라는 것이다. 더 적은 시간만 일해도 전과 같은, 아니 오히려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지어 영세자영업자 가운데 아예 사업을 접고 임금노동자로 옮겨가는 경우마저 늘고 있다. 자영업자의 수는 주는데 정작 전체고용률은 늘고 있는 이유인 것이다. 원래 자영업자도 고용률 통계에 포함된다. 집안일을 돕는 무급가족종사자 역시 고용률 통계에 들어간다. 다시 말해 자영업의 수가 주는데 전체 고용률이 올라간다는 것은 자영업자 가운데 임금노동자로 옮겨간 수가 늘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 가운데 상당수가 1분위로 떨어지는 와중에 전체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오히려 늘고 있었다. 자영업을 그만두고 임금노동자가 된 원래 자영업자들의 소득도 한 편으로 늘고 있었다. 단시간 단기간 일자리가 얼마나 늘었는가와 상관없이 그것이 펙트다.

 

소득이 늘고 있다. 심지어 1인가구까지 포함할 경우 하위 10%까지도 오히려 근로소득은 늘고 있었다. 노동시간이 줄어들었음에도 최저임금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근로소득 자체는 늘고 있었다. 그러니까 최하위를 제외한 나머지 중위층에서, 1인가구 포함해서는 최하위층에서도 근로소득이 늘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시장에서 소비로 내수로 전환시키는가. 물론 갈 길이 멀다. 1500조가 넘는 가계부채를 해결하기에 지금 가계의 소득은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럼에도 그만큼 근로소득자에게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그 다음이 문제다. 경제가 위기라니 실제 소득이 늘어난 사람들마저 겁나서 자꾸 움츠려들게 된다. 소비를 꺼리게 만든다. 누가 경제를 망치는 것인지.

 

아무튼 그래서 요즘 생각하는 것 가운데 하나다. 차라리 월급을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일하는 시간을 더 줄이면 어떨까? 한 달에 209시간 일하던 것을 188시간까지 줄여도 월급은 같다. 주 40시간 일하던 것을 36시간으로 줄여도 역시 같은 월급을 받는다. 역시 작년과 비교하니 그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데, 그렇다고 재작년과 비교하자니 당시 최저임금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는다. 역시 혼자 살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만큼 월급이 오른 것에 비해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어째서 문제인 것인가? 하지만 문제여야만 한다. 그래서 더 고약한 것이다. 나의 이 여유가 누군가를 더 빈곤하게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나라경제를 망친다. 내가 누리는 현실의 여유와 그들의 주장 사이에 무엇이 진실이며 현실일 것인가.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기에 내가 직접 떠들어야 한다.

 

미중무역전쟁도 사라진다. 한국의 대미 대중 무역의존도 역시 지워지고 만다. 한국경제를 이야기할 때 이같은 대외요인은 철저히 배제된다. 오로지 최저임금. 오로지 근로시간단축. 그마저도 뻔히 보이는 산수조차 외면한다. 세계의 무역량이 줄어들고 그로 인해 세계의 경기마저 둔화되고 있다. 한국의 사회와 시장구조 역시 크게 바뀌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소득주도성장 하나로 뭉뚱그려진다. 쓰기 쉬워서일 것이다. 생각할 필요도 고민할 필요도 공부할 필요도 더욱 없다.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다. 한국 언론의 수준이다. 그냥 웃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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