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 내내 2030, 특히 남성들은 공정을 아예 입에 달고 살다시피 다양한 분야에서 그 공정의 기준을 제시했었다. 그 가운데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현안도 꽤나 중요하게 포함되고 있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더 열심히 일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사이에 변별력이 떨어진다. 더 노력하지 않는 사람은 고통받아야 하고 더 노력하는 사람은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노동만 하는 사람은 고통받을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낮추고 더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사람은 그럴 수 있도록 근로시간을 늘려야 한다. 괜히 윤석열이 120시간 노동을 주장했을 때 2030에서 지지율이 올랐던 것이 아니다. 전경련에서도 2030들이 주 69시간근로를 지지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었다.

 

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면 비정규직은 끝까지 비정규직으로 남아야 한다. 시험을 치르지 않고 취업했는데 고용이 보장되거나 정규직에 준하는 복리가 제공되는 것은 공정에 위배되는 것이다. 워낙 일이 힘들어서 하려는 사람이 없어 추천으로 채용한 것을 두고 불공정 운운하는 대가리들이란 것이다. 그런데도 무기직으로 전환해서 고용도 안정화시키고 복리도 충분히 제공하려 했더니 그를 불공정이라고 비난하던 것이 바로 2030이었다. 그러면서 2030들이 하던 말이 있다.

 

"하기 싫으면 말던가."

"그런 조건에 동의하고 일한 것 아니던가."

 

그래서 정작 김용균법에 대해서도 2030들은 비판적이었었다. 김용균법을 아예 무효화하려는 시도를 지지하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인 것이다. 그마저도 공정의 하나로 여기는 것이다. 더 위험한 곳에서 더 힘들게 일하며 고통을 받아야 더 노력하려는 동기가 생긴다. 

 

같은 이유로 건강보험도 돈이 더 많은 사람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하고, 건강보험도 늙어서 놀고먹지 못하게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전기와 가스와 수도를 쓰는 것도 불공정한 것이니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들이 더 많이 쓸 수 있게 민영화하는 것이 옳다. 그래서 대중교통도 주로 이용하는 사람이 부담해야지 자기차로 이동하는 사람이 부담해서는 안된다. 오죽하면 그런다.

 

"나랏돈을 없는 사람에게 쓰는 것은 낭비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에게 몰아주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어째서 2030은 정작 한동훈에게는 분노하지 않는가. 오히려 열광하고 있는가. 그래서인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공정이다.

 

다시 말해 2030과, 특히 남성과 관련한 노동이슈에서 괜히 그들을 동정하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인국공 사태 당시도 정작 자회사 무기직으로 전환되었을 대상자 다수는 그를 비판하던 2030 자신들이었을 것이다. 2030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다. 더 적은 돈을 받고 더 오랜 시간 일하면서 더 위험하고 더 더럽고 더 힘들게 일할 수 있어야 공정하다. 사회적인 보장과 투자는 불공정하니 각자 알아서 살아남자.

 

그래서 최근 노동이슈들에 대한 2030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지지하는 목소리만 간간히 내 귀에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말한 것이다. 2030 남성들의 공정에 우리가 귀기울일 필요는 없다.

 

나야 앞으로 10년만 더 버티면 되니 크게 상관은 없다. 집도 있고, 저축도 어느 정도 있고, 딸린 식구도 없어서 꽤나 자유롭다. 우리 세대가 시대의 발전이라 여겼던 것들을 아예 부정당하고 있는 지금 과연 굳이 더 싸울 필요가 있을 것인가. 어차피 앞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야 하는 것은 저들일 것이니.

 

그래서 요즘 정치뉴스를 잘 안 보는 중이다. 크게 분노하거나 하지도 않는다. 저들이 바라는 것이니까. 지난 정부 내내 저들이 분노하던 것이니까. 저들의 정의가 실현되는 과정이다. 선거에서 진 결과다. 그냥 지켜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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