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징병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허리병신 다리병신에 제정신 아닌 인간들까지 죄다 끌고가는 대한민국에서 왜 이리 미필들이 많이 보이느냐는 것이다. 내가 군대 있을 때도 자리에만 누우면 헛소리를 하며 발버둥치던 후임 하나가 결국 청원휴가 나갔다가 영영 의병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벌써 90년대에도 그런 사람들까지 군대에 갔었는데 뭐가 똥인지 뭐가 된장인지도 모르는 놈들이 참 말만 그럴싸하게 잘도 떠들고 있다.

 

하긴 직장생활만 해봤어도 모를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별 것 아닌 일이더라도 일과 관련해서 사람들과 만나기 시작한 순간 수많은 검증 안된 카더라들이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어느 대기업에서 어떤 걸 지금 준비하고 있다더라. 어디서 어떤 큰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더라. 정부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중인데 현실화되면 현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더라. 회사가 다른 회사에 넘어간다는 이야기도 들었었다. 제발 좀 넘기라고 모여서 기도했었는데 결국 사장놈 빚잔치만 하고 끝나더라. 그래서 그런 모든 카더라들 가운데 몇 개나 실제 사실로 드러났을까?

 

이른바 말하는 찌라시라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에는 유비통신이라 불렀다. 시쳇말로는 말한 그대로 카더라다. 하지만 그 가운데 실제 사실도 있을 테니 일단 들었으면 위에 보고도 하고 동료들끼리 공유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가운데 회사에 영향을 줄 만한 내용들을 가려내어 철저히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대응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경영진의 역할인 것이다. 일선 부서에서 말단직원이 우연히 들었을 수도 있고, 회사 임원 가운데 외부활동을 하던 도중 넌즈시 전해받은 것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적으로 믿고 행동에 나설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조사하고 확인하고 검증한 뒤 그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회사차원에서 결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바로 그 이전, 아직 판단의 근거가 되지 못하는 상태의 불확실한 내용들을 첩보, 이후 확인을 거친 뒤 판단의 근거로 삼게 되는 확실한 내용들이 정보인 것이다. 과연 기업이라면 첩보에 바로 반응해야 할까? 첩보를 정보로 만든 다음에 대응해야 하는 것일까?

 

첩보와 정보의 구분은 이미 입대하자마자 훈련소에서부터 배우는 내용이란 것이다. 네가 초소에서 근무를 서면서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은 단지 첩보에 지나지 않는다. 밤에 근무를 서는데 멀리서 불빛이 보이더라. 총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 누군가 비명을 지르더라. 초소 울타리에 걸려 나부끼던 비닐조각을 보고 귀신 봤다고 기절한 소대장까지 있었다는 것이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사실이다. 입에 거품까지 물고 아주 발광을 하더라. 평소 고문관으로 유명하던 소대장이었는데 그날 귀신소동 덕분에 아주 대대단위로 찍혔었다. 불빛이 보였으니 누가 불을 지른 것이다. 폭발음같은 것이 들렸으니 누군가 총을 쏜 것이다. 비명소리가 들렸으니 사람이 다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사람의 인지란 것이 항상 불완전하고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확인을 거쳐야 한다. 일단 인지가 되었으면 첩보로써 보고는 하되 첩보의 내용을 확인하고 정보로 가공한 뒤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로지 지휘부의 권한인 것이다. 그러라고 지휘계통에서 상부로 올라갈수록 더 크고 강력한 조직과 인력이 준비되어 있기도 하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국정원 쯤 되면 북한과 관련한 온갖 확인되지 않은 첩보들이 하루에만도 수 백 건, 혹은 그 이상 쏟아져 들어오고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은 전방 부대에서, 어떤 것들은 바다에 나간 어선들에서, 어떤 것들은 해외에 주재한 기업들에서, 어떤 것들은 국정원 차원에서 파견하거나 포섭한 정보원들에게서, 그러면 그렇게 모아들인 첩보들이 모두 사실일 것인가. 그래서 기자새끼들이 확인도 않고 그냥 기사부터 써제끼는 것이로구나. 첩보가 들어왔는데 사실여부도 확인하지 않고 바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은 그를 근거로 명령을 내려야 한다. 청와대가 언론이냐? 아니 그따위로 기사쓰는 건 한국 언론들 뿐이다. 지들 하는대로 한 나라의 정부도 똑같이 할 줄 아는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저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첩보가 들어오면 그 가운데 신빙성이나 중요성, 혹은 시급성 등을 따져서 내용을 분류하고, 다시 그와 관련한 다른 첩보들을 취합해서 검증하고 보완하여 구체적인 사실로 만들어간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국정원에서 말하는 북한의 통신을 감청한 내용과 해군이 보았다는 북한 영해에서의 불빛은 모두 다른 시간대 다른 경로를 통해 접수된 첩보들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처음부터 그 모든 첩보들을 국정원이 정리한 것도 아닌 듯 보인다. 군은 군대로 첩보를 입수해서 취합하고 분석하고, 국정원은 또 국정원대로 따로 첩보를 입수하고 취합해서 분석한다. 그 최종단계까 바로 청와대인 것이다. 군과 국정원, 통일부 등 서로 별개의 경로로 첩보를 입수한 주체들이 다시 한 번 모여서 서로가 확보한 내용들을 공유하며 첩보가 아닌 정보를 재구성해낸다. 북한의 통신을 감청했더니 이런 내용들이 나왔는데, 일선 해군 함정에서 이런 보고들이 들어왔고,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과 관련해서 이런 사실들이 있더라. 그래서 다 모아봤더니 아마도 이런 상황이 아닐까. 그러면 대통령에게 보고는 어느 단계에서 해야 하는 것일까?

 

전제왕조시대의 군주가 아니란 것이다. 대통령이 모든 국정을 일일이 다 구체적인 내용까지 신경쓰며 살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정부도 여러 부처로 나뉘는 것이고, 책임과 권한 역시 서로 분리되어 협력하고 경쟁하게 만든다. 군이 이렇게 사실들을 파악했다. 국정원에서는 그에 대해 이런 첩보들을 확보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나 통일부에서는 이런 내용으로 첩보들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상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칫 대한민국의 국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기에 더 면밀히 살펴서 더 확실한 정보를 확보한 뒤 판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오히려 그렇게 하지 않느냐고 묻고 싶은 것이다. 기자새끼들이나. 자칭 지식인이라는 쓰레기들이나. 정치인이라는 벌레새끼들이나.

 

누군가 어떤 사실들에 대해 제보했다. 그래서 제보 내용이 과연 사실인가. 어디까지 사실이고 만에 하나 이 내용을 보도하게 되면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미치게 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파장이 큰 기사일수록 더욱 엄정하게 사실확인을 하고 더욱 철저히 교차검증을 통해 확신을 가지게 된 상태에서 기사를 써도 써야 하는 것이다. 학자가 논문을 쓰는 것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지식인이 책을 내려 해도 그와 같은 과정을 거치고서야 비로소 남들에게 내놓을 만한 책을 쓸 수 있는 것이다. 하다못해 블로그에서 몇 줄 쓰는 것조차도 혹시나 싶을 때 자료를 찾아본다고 그 몇 배의 시간을 인터넷 검색하며 보내고 하는데. 

 

미필이 문제가 아니라 개념의 문제라 봐야 할 것이다. 저 새끼들이 어째서 저따위로 무책임하게 되도 않는 소리를 당당히 떠들어댈 수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대통령이 그러면 안된다. 청와대가 그런 식으로 움직여서는 안되는 것이다. 한 나라의 정부가 그따위로 아무 생각없이 행동하다가는 진짜 큰 일 치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개인의 감정을 이성으로 억누르라고 있는 게 바로 언론이란 것일 텐데 오히려 감정을 부추기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붓고 있는 중이다. 지식인이란 새끼들이 이성으로 판단하기보다 감정과 충동으로 선동하는데만 급급하다. 저 새끼들에게 더이상 지식인다운 냉철한 이성 같은 건 보이지 않는다. 현정부에 대한 막연한 증오와 원망만 보일 뿐. 차라리 감정이면 모르겠는데 감정이란 매우 고귀한 것이다. 감상이다. 그냥 그럴 것 같다는 인상. 무지렁이들이 믿는 미신 같은 것이다.

 

그냥 사회생활만 제대로 해봤어도 알 수 있는 사안이란 것이다. 나 역시 얼마전 하던 일 그만둘 때까지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듣고 또 흘렸었게? 어떤 건 사실이고, 어떤 건 그냥 떠도는 소리들이다. 그 가운데 그냥 떠돌던 소리들은 그토록 바랐음에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들이었다. 한 나라의 국정을 책임진 군과 정보기관과 정부부처와 청와대에 들어가는 정보의 양이 과연 얼마일 것인가. 상상할 필요도 없다. 그냥 생각만 하면 된다. 화를 내야 하는가 내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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