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같은 여성으로서 여성과 여성주의에 대한 이해와 판단이 서로 다르다면 논쟁을 통해 자기들끼리 해결하는 것이 원칙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이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기성의 국가와 사회를 비판하면서 흔히 쓰는 말이 남성에 의해 만들어진 폭력적인 권력구조라는 것이다. 검찰이란 조직에서 다수를 차지하며 그 구조를 지배하고 있는 이들 역시 대부분 남성들일 텐데 그런 남성들에게 단지 의견이 다른 같은 여성의 징계를 의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긴 한가?

 

그래서 벌써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여성주의의 엘리트주의를 비판하면서 했던 말이 바로 기생페미니즘이란 것이었다. 스스로 쟁취한 무언가를 가지고 이루고자 하는 여성주의가 아닌 단지 남성의 권력에 기생해서 이루고 싶어 하는 여성주의란 뜻이다. 자신들과 다른 판단과 지향을 가지는 이들과 논쟁을 통해 설득하며 하나씩 쟁취해 나가기보다 권력을 가진 이들의 눈에 들어 그들의 비호 아래 권력에 기생하여 일시에 폭압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여성주의란 것이다. 그래서 실제 대부분 여성주의자들은 설득의 대상이어야 할 일반 남성 대중이 아닌, 심지어 일반 여성 대중조차도 외면한 채 오로지 권력을 가진 특수한 소수를 향해서만 부르짖는 경우가 많다.

 

진혜원 검사의 판단은 틀렸다. 진혜원 검사의 주장이 잘못되었다. 그렇다면 왜 틀렸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근거를 제시하며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도 설마 같은 여성인데 남성 일반들보다야 근거만 타당하다면 설득하기도 더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차라리 대화를 통해 설득하기보다 진혜원 검사가 속한 검찰이라는 조직의 힘을 빌리고자 했다. 남성인 검찰총장과 그를 정점으로 이루어진 검찰이란 권력의 구조를 이용하고자 했었다. 같은 여성조차 대화와 설득의 대상이 아닌 권력을 통한 억압과 배제의 대상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박근혜를 탄핵당하는 그 순간까지 지지했던 것이기도 하다. 여성이 대통령이 되어야 그 힘을 빌어 자신들도 권력을 휘두르며 여성주의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 그나마 여성에 우호적인 남성권력이 들어서니 오로지 그에 기대서만 설득과 공감이 아닌 억압과 폭력을 통한 강제로써 그를 이루려 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마초 페미니즘이라 할 만하다. 여성주의자들이 그토록 비판하는 남성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자기 권력이 아닌 남성의 권력에 기대서. 남성의 권력을 이용해서. 그래서 그 권력만 빌려준다면 어느새 자신들의 편이 되는 것이다. 장자연 사건도, 김학의 사건도, 여성의 인권을 처참히 유린한 그런 사건들을 철저히 은폐해 온 언론들과 어느새 한 편이 되어 손잡고 있는 것이다. 조중동이야 말로 진정한 페미니즘 언론이다. 과거 전력은 중요하지 않다. 원래 매춘부에게 손님이 과거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법이다. 몸을 팔려는데 상대가 얼마나 대가를 주려는가가 중요하지 손님의 정체가 무엇인가가 무에 그리 중요하겠는가.

 

그래서 기생페미니즘이란 것이다. 그래서 마초페미니즘인 것이다. 권력에 기생해서 그 권력을 사용해 억압하고 강제하는 것 말고 소통의 방법을 모른다. 그만한 위치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이들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2차 가해라는 억지도 그래서 가능하다. 증거를 대가며 구체적인 진술을 하는 자체를 성가시고 피곤해 한다. 그냥 들으라. 그냥 믿으라. 아니면 너희를 벌하겠다. 확실히 박원순에게도 원죄가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다. 버릇을 너무 잘못 들였다. 여성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전에 먼저 여성 스스로 투쟁을 통해 쟁취하는 방법을 배우게 했어야 했다. 소통법을 배우도록 했어야 했다.

 

여성주의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본주의다. 여성보다 우선하는 것이 인간이란 가치다. 여성이 절대 인간보다 우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여성 위에 남성이 없듯 남성 위에도 여성은 없다. 그런데 남성 위에 여성 있고, 그 여성 위에 권력있는 남성이 있고, 그런 남성들과 가까운 자신들이 있는 듯 여긴다. 여성주의에는 여성이 없다. 권력에 취한 여성을 도구화하는 소수의 엘리트들만 있을 뿐. 더욱 확신을 가진다. 여성주의는 사회를 넘어 인간의 해악이다. 분명한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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