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눈치챈 사람도 있을 테지만, 나 역시 평소 쌍욕 섞어가며 막 쓰다가도 뭔가 점잖은 척 할 필요가 생기면 말도 가려가며 글을 쓰는 편이다. 그래서 한 때 두 가지 용도로 다른 필명으로 게시판에 글을 쓰기도 했었다. 하나는 그냥 감정 실리는대로 가리지 않고 막 쓰는 필명으로, 하나는 굉장히 점잖은 척 말 가려쓰는 필명으로. 당연히 전자는 내가 쓰고 싶어 쓰는 막말로 배설이고, 후자는 그래도 누군가에게 읽히고 싶은 목적에 상대를 배려하면서 쓴 말 그대로 글이다. 예의인 것이다. 남 듣는 앞에서 함부로 욕하거나 막말을 쓰지 않는 것은.

 

그래도 대학교수다. 말 한 마디가 여러 지면을 통해 순식간에 사회 전반에 전파되는 대단한 신분과 지위에 있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 이 블로그의 글을 사람들이 많이 보는 다른 매체에 퍼나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나 역시 그 순간 표현에 더 신중을 기하게 될 것이다. 말과 행동에 있어 품위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게 자신이 가진 위치에 따른 책임이기도 한 것이다. 그 책임이 그 말의 무게를 더해주기도 한다. 쌍욕이야 점잖게 말하려 해도 차마 어찌 표현해야 할 지 모르는 나같은 필부필부들이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뱉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식인을 자처하면서 욕설로 자신의 주장을 대신한다? 지식인이기는 한 것인가.

 

유시민이나 박노자가 자신의 성향과 주장으로 인해 많은 적을 가지고 있음에도 쉽게 비웃음과 비난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유시민에게 쌍욕을 하는 것과 진중권에게 쌍욕을 하는 이유는 서로 전혀 다르다. 박노자를 모진 발로 빈나하는 것과 서민을 그렇게 하는 것 역시 그 목적과 동기가 전혀 다르다 할 수 있다. 전자는 적대감이고, 후자는 경멸이다. 차마 논리로 상대하기 버거우니까 말한 것처럼 욕설이라는 편한 수단을 빌리려는 것과 차마 논리로 상대하기에 가치가 없기에 그냥 욕설로 대신하는 것의 차이다.

 

그래도 진중권이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었다. 상대를 조롱하고 비아냥거리면서도 최소한의 지식인으로서의 품격은 지키려 애쓰고 있었다. 논리가 바닥난 것인가? 아니면 없는 논리를 억지로 끄집어내느라 이제는 힘에 부치는 것인가? 서민이야 뭔 소리 하는지 아예 관심조차 없었고. 글을 대충 읽어보면 이 사람이 하는 말이 진심에서 우러난 것인지 억지로 꾸며낸 것인지 얼추 읽어낼 수 있는 탓이다. 진중권은 변한 것이고 서민은 그냥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란 그래도 대학교수 출신에 지식인을 자처하는 이들의 비천한 바닥이다.

 

나도 공식적으로 글을 쓸 때는 저렇게까지는 쓰지 않는다. 오래전 어딘가 기고할 때 바로 문체부터 바꿔 쓰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마음대로 쓸 때는 진짜 표현을 아예라 해도 좋을 정도로 가리지 않는다. 욕하고 싶으면 욕하고, 조롱하고 싶으면 조롱하고, 속어며 비어며 전혀 가리지 않는다. 혼자 떠들 때는 그래도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블로그 방문자 많으면 불편해하기도 한다. 보는 사람이 많으면 아무래도 말을 가려 쓰게 된다. 지식인도 아니다. 저 놈들은. 유독 민주당에 대해서만 저래도 된다고 생각하는 놈들이 너무 많다. 병신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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