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 10일 이른바 운동권이라 불리우는 대학생들 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인들은 물론 버스기사며 택시기사에 상인들까지 모두 거리로 쏟아져나와 민주화를 외쳤었다. 정확히 당시 시민들이 외친 구호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독재타도, 다른 하나는 호헌철폐. 독재타도야 당연하고 호헌철폐란 무엇이었는가. 그때까지만 해도 대통령은 체육관에 정부가 임명한 대의원들이 모여서 간접선거로 선출했었다. 박정희가 다시 선거를 치르면 김대중에게 질 것 같으니 유신개헌으로 바꿔 놓은 것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었다. 그것을 다시 다음 대통령선거에서도 그대로 간접선거로 치르겠다며 현재의 헌법을 유지하겠다고 대놓고 선언했으니 사람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그게 바로 6월 항쟁이다.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우상호였고, 그래서 우상호와 우현이 같이 찍은 사진이 꽤 사람들 사이에 회자되기도 했었다. 이원욱도 아마 그 세대였을 것이다. 63년생이니 얼추 맞다. 우상호가 62년생이다. 그런 이원욱이 직접민주주의는 나치라 주장한다. 하긴 그래서 내가 전부터 말했을 것이다. 우상호든 권인숙이든 당시 민주화운동을 깊이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가 기억하는 운동권 집행부의 모습이라는 것도 학생들은 전경이랑 싸운다고 밤새 피터지고 있을 때 기숙사에서 아주 편히 쉬고 있던 것이었다. 그때 선배 몇 명도 전경에게 피투성이가 되도록 얻어맞고 끌려갔었고, 다음날 거리는 온통 최루탄 투성이었었다. 아, 이런 게 바로 운동권이라는 거구나. 내가 학생운동 집행부를 신뢰하지 않았던 이유다. 이후 김민석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보인 행보에도 그래서 상당부분 이해하고 있었다. 원래 그런 새끼들이다.

 

직접민주주의는 나치다. 직접민주주의는 틀렸다. 그러므로 소수에게 다수를 대표할 자격을 주는 간접민주주의가 옳다. 그래서 유신헌법이 옳았다는 것 아닌가. 민주당 대의원이라는 것이 권리당원에 의해 직선제로 선출되는 대의기구라면 또 모르겠다. 대개는 지구당을 장악하고 있는 소수에 의해 의도적으로 임명되듯 만들어지는 신분인 경우가 더 많다. 말하자면 조직과 기반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만들어낸 신분이란 것이다. 그래서 유신정권의 체육관선거와 대의원에 의한 선거의 차이는 무엇인가? 대통령을 간접선거로 선출하는 대의원들도 어찌되었거나 유권자들일 터다. 어쨌든 정부가 선별해서 임명한 이들이다. 무엇보다 이들이 정당한 대의기구로써 존재한다면 어째서 대의원과 일반 당원 사이에 의견차이가 이토록 극단적으로 벌어지는 것인가? 더구나 그렇게 의견차이가 크다면 민주주의의 원칙에 있어 다수인 당원과 소수인 대의원 중 누구를 따라야 하는 것인가?

 

70년대부터 이어진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한 마디인 것이다. 소수의 자격이 있는 엘리트가 지배하는 것이 옳다. 무지한 대중이 아닌 소수의 자격을 인정받은 이들이 이끌어가는 것이 바르다. 바로 어제인가 2찍 진보가 대의원제 수호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썼던 그 맥락이다. 더불어 이원욱에게 역사교육을 다시 시켜주자면 직접민주주의는 그리스의 폴리스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왕이 없던 아테네 등의 폴리스들에 한정된다. 로마는 민주정이 아닌 공화정이었다. 시민을 대표하는 원로원 의원들의 합의에 의해 이끌어가던 체제였다. 차라리 로마의 공화정이 민주당의 대의원제와 유사하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참정권이 없었다. 그래서 로마의 시민들이 경제적으로 몰락해가는 상황에서도 로마의 시민들은 사실상 자신들을 위한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었다. 그리고 직접민주주의를 채택했던 아테네의 몰락은 직접민주주의 자체보다는 시민들이 더이상 참정권을 행사하기를 포기하면서부터였다. 페리클레스 시대부터 이미 아테네의 직접민주주의는 한계에 이르렀고 소수의 유력한 시민들에 의한 과두적인 체제를 유지하게 된다. 당연히 독일의 나치는 민주주의에 의해 선출되었지만 그 민주주의에 의해 심판할 기회 자체를 부정하며 권력을 유지했었다. 역시 소수의 유력자의 독점에 의해 유지된 체제이지 나치 치하에서 나치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의견은 전혀 반영될 방법이 없었다.

 

아무튼 새삼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저런 새끼들이 민주화운동을 했다고 거들먹댄다. 아니 민주화운동을 한 이유 자체도 원래는 주위에 거들먹거리고 싶어서 시작한 것일지 모르겠다. 민주화운동 한다면 먹어주거든. 더구나 집행부에 한 발 걸치고 있으면 특히 대학생들은 꺼뻑 죽어준다. 당시 문화가 그랬었다. 송강호의 저 유명한 '현정화' 그 장면이 바로 민주화운동 선후배사이의 토론장면이다. 일반적인 주입은 있어도 쌍방향적인 토론은 없었다. 그런 새끼들이 나더러 쁘띠라며 욕질하고 했었으니. 다시 말하지만 소수의 대표자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공화제와 민주정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것이다. 도대체 학교 다니며 뭘 배웠기에 저딴 개소리를 지껄이는 것인지. 이런 새끼들이 민주당을 장악하고 있었으니 민주당이 제대로 돌아갈 리 있나. 어이없을 뿐이다.

 

조금 더 부연하자면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아테네가 몰락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솔직히 몰락이라고 하기에는 당시 상황이 좋지 못했었다. 무엇보다 전염병으로 당시 정치지도자이던 페리클레스까지 죽어나갈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은 상태에서 스파르타와 전쟁을 치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테네가 정치적으로 크게 후퇴했다는 것은 시민들이 더이상 정치에 참여하기를 꺼려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페리클레스와 같은 소수에게 맡기고 방임하는 것을 선택하면서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는 빛을 바래게 되었다. 그런 것을 바라는 것인가. 80년대 민주화세대의 학생운동을 부정하는 선언인 것이다. 박정희와 전두환이 옳았다. 민주화는 틀렸다. 그래서 민주화인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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