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지금에 와서까지 검찰이 조국 전장관 일가족에 집착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당사자인 윤석열과 그 따까리들이야 자기들이 벌인 일이니 어떻게든 수습해야겠지만 그래봐야 전체 검찰 가운데 한 줌에 불과한 무리들일 뿐이다. 나머지 검사들 입장에서는 차라리 조국 전장관 재판을 통해 윤석열과 그 따까리들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생기면 그만큼 자기들 자리가 많아질 것이니 더 좋을 수 있다. 총선에서 여당이 압승하고 차기 대선까지 확실한 상황에서 괜히 정부와 여당과 대립하느니 윤석열과 그 따까리들 내주고 적당히 타협하며 한 자리씩 나눠갖는 게 더 이익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지금 언론이 조국 전장관 일가족 재판과 관련해서 검찰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받아쓰는 것은 비단 검찰과의 관계만을 고려해서가 아니란 것이다. 언론에 법조팀 기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검찰을 통하지 않고 직접 취재해서 기사를 쓰는 기자도 얼마든지 있다. 언론사 가운데서도 MBC처럼 다른 언론사들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방송사도 있다. 그런데도 조국 전장관 일가족 재판에 대해서는 아주경제를 비롯한 아주 소수의 비주류언론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사실을 취재해서 보도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다. 심지어 MBC조차도 아예 조국 전장관 일가족 재판에는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어째서겠는가.
말한 그대로다. 조국 전장관 재판이 완전한 무혐의로 검찰이 무리한 표적수사와 기소를 했다는 결론으로 끝날 경우 검찰은 윤석열과 그 따까리들만 잘라내면 그만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윤석열과 그 따까리들이 주도해서 밀어붙였을 뿐 전 검찰이 나서서 조국 전장관을 몰아간 것이 아니었었다. 1월부터는 여러 사안들에 대해 이성윤 등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나타나면서 알리바이도 충분히 만들어 둔 터다. 윤석열과 그 측근들이 조국 전장관을 겨냥해서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했을 뿐 자기들은 아무 잘못도 책임도 없다. 오히려 그렇게 윤석열과 그 따까리들에게 책임을 물어 잘라내고 나면 그 자리는 나머지 검사들에게 기회로 돌아올 것이다. 그래도 검찰총장은 한 번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좌천되었다지만 검사장급에 한 번 이름은 올려 놔야 퇴임 이후가 즐거운 것이다.
문제는 언론이다. 당장 KBS만 하더라도 김경록PB 인터뷰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이 법조팀 위에 사회부장이었었다. 심지어 그 사회부장 옹호하겠다고 최경영이 저널리즘 토크쇼J까지 하차한 바 있었다. 댓글읽어주는 기자들 역시 KBS 정상화를 위한 파업을 주도했던 사회부장을 이해하고 감싸느라 욕만 오지게 쳐먹고 있었다. 지금도 차마 자신들의 사회부장과 법조팀에 대한 비판까지는 대놓고 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아니 모른다. 뒤에서는 사회부와 법조팀을 찾아가서 그들을 위로하며 편들고 있을 것인지. 법조팀 기자들과도 친하고, 사회부장과 법조팀장을 존경하는 선배로 여기고 있다. 특히 지난 KBS 정상화를 위한 파업을 주도했었기에 지금 KBS의 정체와도 연관된 이들인 것이다. 이들을 부정한다는 것은 지금의 KBS를 부정하는 것이다. 지금 KBS가 김경록PB 논란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검찰의 입장만을 받아쓰며 일방적으로 조국 전장관 일가족을 죄인으로 몰아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자신들은 잘못하지 않았다. 자신들이 존경하는 선배, 상사, 동료들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아니면 KBS라는 자체를 부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비단 KBS만일까? 일단 기본적으로 법조팀 기자 위에 팀장이 있을 테고, 팀장 위에 사회부장이 있을 테고, 부장 위에는 편집국이 있을 테고, 그 위에 사장이 있을 것이다. 수직적인 구조만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이 언론사에 속한 누군가에게 선배이고 상사이고 동료고 후배들인 것이다. 하어영이 검찰을 구하기 위해서 스스로 오보를 자처한 것이나, 김완이 검찰출입기자들의 편에서 김어준을 대놓고 욕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KBS와의 검언유착 의혹을 폭로한 것을 두고 유시민에게 악의적이라며 비난을 퍼붓던 것이 바로 한겨레 김완이었었다. 바로 카르텔이다. 채널A 기자가 검찰과 유착해서 유시민을 몰아가려 협박취재를 한 사실에 대해 거의 대부분 언론들이 침묵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그래도 같은 언론인데 다른 언론사가 일방적으로 내몰리는 상황은 막아야만 한다. 역시 같은 언론이기에 서로가 동료고 친구고 선배고 후배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언론이 총동원되어 조국 전장관을 공격했던 사실들에 대해 언론은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아마 민주당이 조국 전장관에 대해 히스테리에 가까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과도 상당한 관계가 있을 것이다. 언론의 아킬레스건임을 안다. 오히려 민주당이 아닌 언론의 역린이기에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모든 언론이 단결한 힘과 맞닥뜨리게 될 지도 모른다. 조국 전장관의 이름만 나오면 거의 발작처럼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과 맞서기에는 당장 앞둔 총선이 너무 중요하다. 코로나19의 극복에 더이상 방해가 되어서는 안된다. 마찬가지로 MBC 역시 검찰은 공격해도 다른 언론 전부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검찰과 채널A 기자의 유착은 비판해도 조국 전장관과 관련해서 모든 언론의 암묵적 합의를 함부로 깰 수는 없다. 조국 전장관은 유죄여야 하고 그동안 자신들의 보도는 사실이어야 한다.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렇게 결론나야만 한다.
말하자면 지금 조국 전장관 일가족 재판을 이끌어가는 것은 오히려 윤석열 검찰이 아닌 언론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윤석열 검찰도 잊지 않게 상기시켜준다. 과연 검찰이 몰라서 정경심 교수 PC에서 직인파일을 찾았다는 SBS의 오보를 법원에서 확인시켜준 것일까. 검찰이 터뜨리면 오보가 드러나서 망신을 넘어 큰 위기에 내몰릴 언론이 이미 한가득이란 것이다. 그러니까 받아쓰라. 전체 검찰도 아닌 윤석열 검찰이다. 검찰총장 윤석열과 그의 측근들이 전부다. 그들을 위해서만 기사를 쓴다. 생존본능인 것이다. 여기서 멈추면 모든 언론이 다 죽는 수밖에 없다.
모르긴 몰라도 언론사 고위인사 가운데 법원에 연줄이 있으면 연락을 넣느라 지금도 매우 바쁠 것이다. 검찰을 위해서가 아니다. 검찰이 그러고자 해서가 아니다. 언론이 살기 위해서다. 당장 KBS 입장에서도 동료와 선배, 상사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조국 전장관 일가족의 혐의는 모두 사실이어야 한다. 취재라기보다는 바람이다. 검찰의 편이라서가 아니란 것이다. 언론이야 언제나 자신들의 편이었다. 한겨레가 가장 신뢰하는 언론이 바로 조선일보다. 경향일보가 가잘 닮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언론도 바로 조선일보인 것이고. 그것이 진실이다. 언론이라는. 새삼스럽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