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한 말을 지켰다. 설마 이런 식으로 사퇴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확실히 검찰의 인질극이 성공한 모양이다. 건강도 안좋은 사람을 앞에 세워두고 11시간이나 가택압수수색을 하고, 몇 번이나 불러서 출석조사를 하고, 그때마다 10시간은 기본으로 넘긴다. 그냥 죽으란 소리다. 언론들이 바라는 것도 얼른 죽어서 자신들의 면을 세워달라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한 사람도 죽지 않고 끝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번 개혁안에 자신이 있다는 뜻일 게다. 일단 자신이 만든 개혁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후임이 그것을 추진하면 된다. 여기까지 했는데 검찰이 다시 후임 장관을 건드리기란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 같은 식으로 후임 장관까지 건드렸다가는 바로 역풍을 맞게 된다. 그래서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티고 후임자에게 그 공을 넘긴다. 개혁안이 후임자에 의해 철회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리고 조국이 사퇴하고 나면 지금 정국에서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하나만 남게 된다. 여당이 기다려 온 순간이다.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 등 검찰개혁 법안에 힘을 실으며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하긴 보니까 지금 당장 법무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개혁안이 거의 들어있었다. 전관예우를 금지하고, 형사부와 공판부를 강화하는 한 편 특수부수사는 약화시키며, 무엇보다 검찰총장 중심의 검사동일체원칙 자체를 근본적으로 손본다. 여기서 더 이상 나가려면 검경수사권조정과 공수처라는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있는 법안들을 통과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것 말고 법무부로서 할 수 있는 개혁안은 다 내놓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실제 현실에서 실행할 수 있을 것인가. 그래서 검찰개혁이라는 국민의 요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스스로 물러나며 조국사퇴라는 또 하나 주장을 지우려 한 것이다. 조국은 반대하지만 검찰개혁에는 찬성한다던 여론을 검찰개혁이라는 한 방향으로 모은다.
더불어 검찰 내부에서 그나마 검찰개혁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을 흔들려는 의도를 감지한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당시 조사관으로 참여했던 여러 법조인들의 주장을 들어봐도 분명 이상하다. 이건 조사단 차원에서 흘러간 것이 아닌 검찰에서 흘러간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런 정보를 흘린 목적이 무엇이겠는가. 한겨레가 그런 뻔한 정보를 받아서 기사로 낸 이유는 무엇이겠는가. 조국이 물러나면 윤석열은 정치적인 부담을 덜고 더욱 내부를 단속하며 청와대와 함께 검찰개혁에 매진할 수 있다. 조국이 사퇴했으므로 조국 가족에 대한 수사 역시 지금처럼 크게 관심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출구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첫째는 문재인 대통령과 국민,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고, 둘째는 검찰 내부에서 개혁을 이끌어야 할 윤석열을 위한 것이다. 지금 윤석열로서는 스스로 출구를 찾으려 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신의 개혁안만 확실하다면, 그것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되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까지 등에 업을 수 있다면, 오히려 자신이 아니라서 검찰이 노골적으로 반발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너무 조국 한 사람에게 집중한 결과 조국이 스스로 빠져 버리면 커다란 공백이 생겨 버리고 만다. 물론 이렇게 쓰면서 합리화하면서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조국 장관은 자기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가장에게 가장 괴로운 일이 무엇이겠는가.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이 어떤 것이겠는가. 가족이 힘들어 할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다. 가까이서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다. 성실한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다. 조국 장관이나 정부 여당을 향해 무어라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다. 청와대와 여당 역시 지금까지 있는 힘껏 조국을 지키며 그와 그의 의지를 함께 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이제 정부와 무엇보다 여당의 몫이다. 우리들 자신의 몫이다. 이번 주말에는 집회가 있다면 여의도에나 나가볼까? 거리가 멀기는 한데 굳이 못 갈 것도 없을 듯하다.
이제는 윤석열에게 모든 공이 넘어갔다. 청와대와 여당은 자기 할 몫을 다하려 할 것이다. 윤석열 자신도 조국 장관을 사퇴시킨 만큼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만 한다. 한겨레와 하어영의 배후 만큼은 확실히 조지도록. 그들이 지금 이 상황을 만든 모든 원흉일 것이다. 다시 윤석열을 신뢰해 보려 한다. 아무리 그래도 한겨레보다는 윤석열이 더 신뢰할만 하다. 조국 장관이 남긴 공이다. 검찰개혁은 모두의 사명이 되었다. 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