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도 썼지만 노무현 정부 당시 지지자들이 열린우리당에 요구한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었었다. 이후 노무현을 지지하고 문재인을 지지한 민주당 지지층에서 진보정당에 투표하며 기대했던 것도 바로 이런 것이었다. 아무래도 중도적인 입장에서 보수적인 국민들도 신경써야 하는 대통령이나 거대정당인 민주당과 달리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열린우리당이나 그보다 더 이념적으로 선명한 진보정당들이 보다 왼쪽에서 더욱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갈 동력을 만들어주기를 바란 것이었다. 그러면 당시 대통령이나 이후 거대정당 민주당도 보수적이고 중도적인 유권자를 끌어안으면서도 보다 안정적으로 개혁과 진보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아다시피 노무현 정부 당시 대통령이 가장 왼쪽에 있었고 열린우리당은 그 오른쪽에서 대통령과 보수정당인 한나라당 사이에서 편하게 꿀만 빨고 있었다. 욕은 대통령이 다 들어 쳐먹고,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오히려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긴 채 아무에게도 욕먹지 않을 좋은 자리만 찾아 다니고 있었다. 딱 이낙연 대표체제의 민주당을 떠올리면 된다. 정동영과 김한길이 당시 하던 짓거리가 그것이었다. 그래놓고는 지지율 떨어졌다고 대통령을 아예 당에서 내쫓고, 정당개혁하겠다며 만든 정당을 자기 손으로 해체해 버렸다. 그때 한 자리 하던 새끼들이 노무현 어쩌고 하는 것 보면서 어찌나 웃기던지. 괜히 유시민이 있는 당대표한테나 잘하라 그런 것이 아니다.

 

진보정당들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진보정당 뿐만 아니라 진보언론, 진보지식인들 대부분이 하나같이 보수의 눈치를 보며 진보로서 자신을 인정받고자 발버둥치는 모습만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정작 노무현 정부 당시 진보정당이 정책적으로 연대한 대상은 오히려 한참 오른쪽에 위치한 수구정당 한나라당이었었다. 괜히 상당수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녹색정의당에 등을 돌린 것이 아니다. 사실상 지금 녹색정의당에 남아 있는 지지자들이란 이준석에 대한 80% 가까운 지지가 말해주듯 원래 그런 성향이었던 지지자들 뿐이란 것이다. 노무현 때도 그랬었고, 문재인 때도 당연하게 반복하고 있었고, 그러고보면 진보정당이 수구정당과 이슈파이팅을 하던 시기는 그토록 종북이라 욕하던 통진당 때가 마지막이 아니었을까. 그나마 NL들이 주도한 진보정당이 아니면 이준석이 그랬던 것처럼 민주당을 좌우에서 포위한다는 것이 저놈들의 당연한 전략이었었다. 민주당은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그러면 중도여야 하는데 수구정당 입장에서는 좌파고 진보정당 입장에서는 보수다. 그러니 저놈들은 가짜다. 진짜인 수구정당과 자신들 진보정당에 투표하라. 그것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 바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나온 '민주당만 빼고'였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식으로 진보정당마저 수구정당과 붙어먹는 상황에서 얼마나 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진보적인 아젠다를 끌고갈 수 있을 것인가.

 

지난 2022년 대선에서도 원래는 심상정이 앞장서서 노동이슈든 소수자 이슈든 진보적인 아젠다를 끌고 가면서 보다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방향으로 다른 후보자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동력과 계기를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그것이 민주당과 이재명에게 도움이 될까봐 심상정은 대선기간 내내 거의 노동자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조차 않았었다. 진보정당의 목소리에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아마 거의 유일한 선거였을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은 대선 내내 마음편하게 더욱 더 오른쪽으로 편향된 입장을 내보일 수 있었다. 그를 비판하는 후보가 사실상 이재명 하나였으니, 더구나 심상정은 이재명이 더 진보적이지 않다고 욕만 해대고 있었으니 굳이 보다 중도적이고 진보적인 유권자들까지 신경쓸 이유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나서도 정의당과 한겨레, 그리고 이른바 2찍 진보 지식인들은 민주당의 잘못을 들추는데만 열심이었지 정부와 어떤 이슈를 두고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죽하면 민주노총이 빨갱이몰이를 당하면서도 저토록 조용히 침묵만 지키고 있겠는가. 문재인 정부였으면 정부타도를 외치고 나섰을 놈들이 윤석열 정부에서는 때리면 때리는대로 그냥 쳐맞다가 민주당에 꼬투리 있으면 그것만 물고 늘어지는 중이다. 가장 왼쪽에 있는 놈들이 이 지랄인데 그러면 민주당 내부에서 심지어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놈들은 또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여줄 것인가.

 

그래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몰고 오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2찍 진보들의 태생적 오판이 드러난다. 민주당만 욕하면 중도적이고 진보적인 유권자들이 보다 진보적인 자신들을 지지할 것으로 생각했다. 민주당을 건너뛰고 자신들이 수구정당과 연대하면 보다 중도의 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조국혁신당의 돌풍이란 비단 민주당 강성지지층의 지지에만 힘입은 것이 아니란 것이다. 오히려 민주당 강성지지층은 이재명 당대표를 위해서라도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이 어떻든 일단 민주당에 올인하자는 입장에 더 가까울 것이다. 지금 조국혁신당을 지지하고 나서는 것은 그런 민주당에 평소 불만을 가지고 있던, 민주당이 그다지 선명하게 하는 것도 없다고 여기고 있던 심지어 보수적인 유권자들까지 포함한 그 나머지 유권자들이라는 것이다. 이재명의 민주당도 윤석열과 정면으로 시원하게 싸우고 있지 못하는데 조국혁신당이면 마음에 안드는 윤석열과 제대로 싸워 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싸늘하게 식고 있는 와중에도 윤석열 정부를 놔두고 민주당만 물어뜯느라 바빴던 2찍 진보들의 자승자박인 것이다. 그보다는 원래 태생이 그랬다. 수구로부터 인정받는 진보가 진짜 진보다. 수구가 인정하는 진보만이 진짜 진보일 수 있다. 조선일보가 불러준다고 좋아라 가서 원하는대로 써주고 지껄여주는 진중권을 보라. 지금의 진중권과 김규항, 홍세화, 강준만 무리들과 과연 보이는 모습에서 어떤 큰 차이가 있을 것인가.

 

그렇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이 민주당의 대안이 되지 못하니 민주당조차 싫다던 사람들이 조국혁신당을 보고 투표장에 갈 마음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왕에 투표하러 간 것 비례대표만 찍을 수 없으니 지역구도 그나마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정당에 투표해야겠다. 그런데 그 대안이 진보정당이 아닌 것이다. 노무현 정부까지만 해도 거의 10%를 넘어 20%까지 바라보던 진보정당의 지지율이 지금에 이르러 3%도 안나오는 이유인 것이다. 저놈들 지지해봐야 진보는 커녕 그냥 수구세력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 민주당 2중대는 아닐지 모르겠는데 그 민주당과 싸울 때는 아예 수구정당의 선봉대들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이 아니면 조국혁신당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아닌데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당까지 기웃거리던 유권자들이 아예 더 선명하게 윤석열 정부와 싸울 것을 천명한 조국혁신당으로 모여든다. 2찍 진보들의 무려 20년 넘는 전략의 종착점이라고나 할까? 놈현 관장사라 지껄이던 놈들의 끝이 보이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속이 시원한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 2찍 진보새끼들이 결국에 2찍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조국혁신당을 통해 보다 선명히 드러내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던 저 새끼들의 대가리속이 얼마나 썩은 똥구더기였는가 새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겨레나 녹색정의당이나 민주당만 아니면 된다. 그놈들과 손잡은 여성주의자들도 오로지 민주당만 바라보고 있다. 그런 것들이 민주당 안에서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그냥 코미디다. 얼마전에 아예 민주당 엿먹으라고 공보물에까지 장난쳐 놨더만. 경향일보야 어차피 친검기관지고. 비로소 원하던 그림이 만들어졌다. 너무도 만족스러운 요즘이다. 조국혁신당의 돌풍은 더 거세져야 한다. 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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