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예만 하나 들겠다.

 

대기업 공장이다. 월급 200만원, 하루 12시간씩 주 6일 근무에 비정규직이라 해고도 자유롭다.

 

동네 작은 식당이다. 월급 220만원에 하루 9시간 주 5일 근무, 해고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과연 노동자 입장에서 어느쪽이 더 나은 일자리이겠는가. 물론 동네 작은 식당이야 언제 어떻게 망할 지 모른다는 문제가 있다. 설마 대기업인데 망하기야 하겠는가. 하지만 망하지 않더라도 그 전에 노동자가 내쫓길 수 있다.

 

당장 공무원만 하더라도 받는 임금만 놓고 보면 다른 직업에 비해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법으로 정한 노동자의 권리가 보장되고 무엇보다 신분이 보장됨으로써 실직의 두려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공무원연금의 존재가 나중에 정년을 맞아 일을 그만두더라도 경제적으로 크게 곤란하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을 준다. 그래서 사람들이 공무원에 매달리는 것이기도 하다. 잠시 쉴 틈도 없이 오히려 연장근무에 휴일근무까지 해야 할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그래서 공무원이 좋은 일자리라 많은 사람들이 여기고 있는 것이다.

 

하긴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제조업 일자리라는 것이 반드시 생산직 일자리는 아닐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도 사무직이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이지 생산직이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생산직도 정규직이 더 안정적이고 대우도 받는 것이지 비정규직은 아예 어림도 없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기업에서도 생산직 노동자를 직접 정규직으로 고용하기보다 용역업체를 끼고 계약직으로 간접고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중이다. 그런 제조업 일자리가 늘어나면 노동자에게는 좋은 것인가. 그보다는 더 급여도 처우도 지위도 안정적인 다른 서비스업 일자리는 과연 나쁜 일자리인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을 보조하며 보살피는 요양보호사는 당연히 노인이 존재하는 이상 일자리를 잃을 걱정 따위 없는 것이다. 일이야 힘들지만 만일 정부에서 지원해서 이들 요양보호사들의 급여와 처우를 개선하면 딱히 나쁜 일자리라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다. 장애인을 돕는 일은 어떨까? 어린이집 교사나 유치원 교사도 오히려 더 충원해야 하는 이들이다. 그들이 더 많은 급여를 받고 더 안정적인 지위를 보장받으며 보람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과연 이런 일자리들이 제조업 일자리들에 미치지 못할 것인가.

 

개소리들인 것이다. 지금도 떠들어대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들이 너무 많은 돈을 받으면서 너무 많이 놀고 또 아예 해고도 안되는 철밥통들이다. 그러니까 월급도 줄이고 일하는 시간도 늘리고 쉽게 해고도 할 수 있도록 해달라. 너무 좋은 일자리라 그러는 모양이다. 그러다가는 그런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으니 일자리 정책이 잘못된 것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정작 생산에 필요한 노동자의 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었다. 4차산업혁명이란 자체가 그런 것이다. 아예 무인공장까지 속속 지어지고 있는 것이 제조업의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었으니 전체 일자리가 늘어도 잘못된 것이다. 잘못된 것은 네놈들 대가리속이 아닐까.

 

그냥 편의점 알바라도 좋은 일자리로 만들면 된다. 하다못해 물류센터 상하차조차 몸은 힘들지만 그래도 보람있는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문제다. 그러려면 급여도 올려야 하고 처우도 개선해야 한다. 보다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단기일자리라도 장기일자리처럼 안정적일 수 있도록 보다 사회적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정반대다. 제조업도 편의점 알바처럼. 대기업 정규직도 물류센터 상하차처럼. 그러니까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드는 게 잘못인 것이다. 다른 일자리는 그럼에도 제조업 생산직만 못해야 한다. 기준인 것이다. 그 밖의 다른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여야 한다. 차라리 그런 바람이 담겨 있다.

 

진보언론이라고 다르지 않다. 결국에 일자리도 같지 않다. 노동자라고 같지 않다. 무엇이든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라는 같은 존엄과 권리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생활인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모든 것들을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보편성이고 일반성인 것이다. 그래서 대중이다. 서비스업이 나쁜 일자리라 말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 역시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도록 변화하는 시대에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절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일단 기자새끼들부터 모두 자르고 일용직으로 만든 다음에 시작하자.

 

제조업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인가. 하긴 당장 중소기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어째서 그토록 좋은 일자리인데 중소기업으로, 더구나 생산직으로 가려는 사람이 이리 적은 것인가. 많은 중소기업들이 정작 사람이 없어서 불법체류노동자를 써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좋다는 조선업마저 이제는 사람이 없어서 수주가 있는데 일을 하지 못할 지경이다. 무엇이 원인인가 고민해 볼 시점이다. 물론 몰라서 그리 떠드는 것은 아닐 테지만.

 

하여튼 언론의 경제기사같은 것은 일부러 찾아볼 것이 못된다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우연히 봤다면 눈을 씻어야 한다. 진짜 몰라서 그리 쓰는 것인지 알면서도 그리 쓰고 있는 것인지. 역겨운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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