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나라도 굳이 그렇게 죽은 사람의 조문까지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을 것이다. 무책임하지 않은가. 그래도 천 만 넘는 서울시민들의 삶을 챙겨야 하는 서울시장이란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고 책임질 일 또한 얼마나 많은가. 당장 현직 시장이 그렇게 사라졌으니 서울시민들은 새로운 시장을 뽑기 위해 귀한 시간과 비용을 써야 하고, 무엇보다 나름대로 상처와 억울함이 있어 고소한 당사자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래도 대통령까지 꿈꾸던 정치인 아니었던가. 그 정도 책임감도 없이 정치를 해왔던 것인가.

 

죽은 이를 모욕하는 것과 죽은 이를 추모하지 않는 것은 별개란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전두환이 뒈지면 길거리에서 맥주와 치킨을 뿌리며 발광할 예정이기는 하다. 이명박과 박근혜가 뒈지더라도 마찬가지다. 다만 유승민부터는 아니다. 홍준표까지도 아니다. 설마 안철수가 죽었다고 그렇게까지 하겠는가. 감정적으로 싫은 것과 정치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것과 심지어 대립까지 했던 것과는 전혀 별개란 것이다. 내가 아무리 싫어한다고 심상정이나 윤석열 죽었을 때 그 죽음마저 조롱하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다. 그래서 류호정이 박원순 시장의 죽음까지 모욕하고 조롱한 것인가.

 

그냥 가기 싫다는 것이다. 그런 파렴치한 혐의로 고소까지 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빈소까지 찾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더 큰 충격과 상처를 받고 심지어 지지자들의 공격까지 받게 되어 버린 피해자의 편을 들고 싶다. 지지한다. 원래 정의당은 그런 정당이었으니. 더구나 같은 여성으로서 피해자일 수 있는 여성의 입장을 우선으로 하겠다. 내가 얼마나 정의당 싫어하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류호정도 절대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정치인일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다. 그래서 그 정도 판단도 선택도 할 수 없는 것인가.

 

굳이 죽은 사람 이름 앞에 '성추행으로 고소당한'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못해 안달인 한겨레, 경향이나 기타 언론들의 경우와는 다른 것이다. 한 사람의 죽음마저 정쟁의 수단으로 삼으려 하는 미래통합당의 입장과도 다른 것이다. 그냥 가기 싫다. 그러니까 나도 가기 싫다고. 내가 분노하는 것은 수사도 시작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정사실로 만들고 온갖 조롱과 저주와 모욕을 퍼부어대는 일부들일 테니. 심지어 와인잔을 마주치며 축하하는 사진마저 그래도 시민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올리고 있었다. 인간의 기본에 대한 것이란 뜻이다. 역시 너무 지나치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날이 너무 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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