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지금쯤 정의당 지도부는 모여서 파티를 열며 춤이라도 추고 있을 지 모르겠다. 모르겠는가? 하필 박원순 시장의 조문정국에 맞춰서 심상정 당대표가 민주당 2중대라는 말을 꺼낸 이유를? 심상정이 정치를 해 온 세월만 수 십 년이다. 그 극성맞은 NL들 다 때려잡고 진보정당 최초로 사당화를 이룬 인물이란 것이다. 그런데 생각없이 그런 말을 뱉었을까?

 

몇 년 전엔가 유시민과 함께 통진당에서 떨어져나와 정의당을 만들 무렵 한 축을 이루었던 참여계 출신들이 대거 탈당한다 했을 때 오히려 정의당은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그래도 정의당에서 노회찬과 함께 가장 대중적으로 인지도도 인기도 높았던 유시민을 어떻게든 내쫓지 못해 안달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었다. 당연하다. 참여계는 원래 열린우리당에서 떨어나온 노무현 전대통령의 지지자들이었다. 자칭 진보주의자 입장에서 그들은 진보도 당연히 아니었고, 더구나 진보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지지하던 떨거지들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처음 정의당을 만들 때야 세가 필요하니 함께했지만 어느 정도 자리도 잡고 했으니 불편한 가짜들은 나가주는 것이 좋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원순 지사를 성추행 가해자로 공격했을 때 반발하며 뛰쳐나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의 평소 정치적인 성향이 어떠했을 것인가. 아무리 시민운동과 진보운동을 오랜동안 함께 해 온 사이라 할지라도 지금 소속되어 있는 당이 민주당이고, 장차 민주당의 대선후보를 노리고 있는 중이란 것이다. 그를 과연 진보의 동지로 볼 것인가? 단지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으로 볼 것인가? 그러니까 민주당 소속의 지자체장을 같은 진보의 동지로 여길 사람들은 이제 그만 나가라. 그래서 심상정이 민주당 2중대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렇게 정의당에서 민주당 정치인이나 지지하는 불순한 무리들을 모조리 걸러냄으로써 순수하고 순결한 진보의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

 

류호정이나 장혜연 같은 초짜들이 무슨 대단한 깡이 있어 당대표까지 참석하는 그래도 대한민국 정치계의 거물이며 한때 시민운동과 진보운동의 거물의 장례식에 가지 않겠다 당당히 선언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냥 개인적으로 가지 않는 것을 넘어서 대놓고 박원순 시장을 가해자로 몰면서 고인에 대한 모욕까지 서슴지 않고 있었다. 과연 당대표인 심상정의 의지와 상관없이 단지 초짜 정치인다운 섣부르고 성급한 정의감과 패기가 그런 무리수를 두게 된 것이라 믿는 사람이 진짜 있기는 한 것인가. 

 

이를테면 정의당의 정화과정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당에 몸담고서 어디 가서 민주당의 편에서 민주당에 유리한 발언을 하는 불순한 무리들을 모두 정의당에서 솎아내고야 말겠다. 이를테면 신장식이 끝내 비례후보에서 사퇴해야 했던 진짜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더이상 정의당의 이름으로 민주당에 유리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용납지 않겠다. 싫으면 나가라. 나가도록 판을 짜 주겠다.

 

처음에는 속시원하다 여기다가 이제는 박원순의 죽음마저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판을 짜는 심상정의 정치력에 감탄하게 된다. 즉 지금 조금이라도 박원순 시장의 죽음에 애석함을 느끼는 사람들은 정의당에서 나와 주는 것이 정의당과 심상정 대표를 진정으로 위하는 행동이란 것이다. 녹색당이 그런 것처럼 조금이라도 민주당 2중대라 불릴 만한 부분을 더이상 정의당 안에 남겨 두지 않겠다. 확실히 얼마전부터 정의당 출신들이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 나와 하는 말이나 태도가 많이 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떠나야 하고 떠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마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도 자칭 진보들과 직접 어울리기 전에는 전혀 상상조차 못하고 있었다. 진보파쇼다. 순혈과 순결의 진보적 가치를 집착하듯 추구한다. 그래서 정작 진보인사들이 정의당이 아닌 차라리 민주당을 선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노회찬도 정의당에서는 죽는 그 순간까지 철저히 비주류일 수밖에 없었다. 당연한 것이다. 정의당에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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