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찍 진보들의 흔한 말버릇이다.

 

민주당이 잘못했다? 당연히 민주당을 욕한다.

 

보수정당이 잘못했다? 민주당까지 싸잡아서 정치권 전체를 욕한다.

 

2찍 진보들이 보수정당만을 특정해서 비판하는 경우란 거의 없다. 그래서 2찍 진보인 것이다. 민주당은 바로 공격할 수 있는데 보수정당은 오로지 민주당과 함께 싸잡을 때만 비판할 수 있다.

 

당장 민주노총만 하더라도 문재인 정부 때는 그리 정부와 여당만 욕하고 공격하더니 정권 바뀌고 나니까 아예 정치권 전체를 싸잡아 욕하고 있지 않던가. 노랑봉투법을 반대하고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여당이고 대통령인데 그에 대한 논평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것이었다. 마찬가지로 결국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선거에서 정의당의 선택은 역시나 그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게까지 덧씌우는 거대양당책임론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잘못도 민주당이 잘못해서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과연 같은 야권이라고 같은 편이라 이해해야 하는 것인가.

 

실제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의석 6개가 민주당을 위해서 민주당에 유리하게 움직인 경우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일 것이다. 하다못해 노동자들 하루라도 더 쉬게 하자는 대체휴일조차도 정의당은 반대하고 있었다. 중대재해법도 자기들 생각대로 안됐다는 이유로 반대했었고, 공수처법도 야당이 반대하면 들어주어야 한다며 대놓고 국민의힘 편을 들고 있었다. 검찰개혁법과 언론개혁법에 대한 입장들은 또 어떠했었는가? 그래서 정의당 의석 포함해서 190석이라고 진보진영의 승리라 했었는데 얼마나 정의당의 의석이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대로 민주당을 보다 개혁적으로 진보적으로 끌고가는데 역할을 하고 있었던가? 차라리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면 움직였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바라는 방향은 절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정의당 의석 6개가 모두 사라지고 온전히 민주당과 실제 민주당과 우호적인 정당들만 남게 되었다.

 

의석수로 보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선거의 결과가 고무적이라는 이유일 것이다. 국민의힘에 우호적이던 6석이 빠지고 대신 국민의힘에 최소한 비판적인 의석들로만 거의 채워진 190석이 만들어진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 입장에서 어느 쪽이 더 나은가는 따라서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더불어 그나마 진보진영에서 지지정당을 잃은 한겨레와 경향은 더욱 본격적으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내게 될 테니 헷갈릴 일도 더이상 없다. 아직도 한겨레와 경향은 진보언론이라며 진보언론으로부터도 비판받는 민주당이라는 프레임을 써먹는 저쪽 지지자들 보고 있으면 어찌나 화딱지 나던지. 정의당에만 올인하던 한겨레와 경향이 과연 그동안 백안시하던 진보당에 눈길이라도 줄 것인가.

 

이래저래 한겨레와 경향마저 끈떨어진 연이 되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결과인 것이다. 한 마디로 국민의힘 지역구 의석이 는 것보다 정의당이 망한 게 민주당을 위해서는 더 좋은 일일 수 있다. 김활란 욕했다고 분노하고, 선량한 노동자는 검찰수사따위 받지 않는다며 검찰개혁에 노골적으로 반대하던 것이 녹색정의당이었는데 그것들이 더이상 원내에서 설칠 수 없게 되었으니 최소한 진보로 불리는 쪽에서 훼방놓고 나올 세력이 더이상은 없게 되는 것이다. 아무튼 민주노총이 검찰에 의해 간첩몰이당하는 꼬라지를 보았으면서도 선량한 노동자 운운하는 놈들이 진보를 자처하는 현실 자체가 웃기지도 않는 역설이었을 것이다. 민주노총도 검찰로부터 탄압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그렇게 조용했던 것일까? 아니 그래서 민주노총은 그런 상황에서도 민주당만 욕했던 것일까?

 

정의당이 망했으니 이제 뒤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왼쪽은 내버려두고 오른쪽으로만 전력을 투사하면 된다. 거슬리는 것들을 모두 치웠으니 이제는 자기 갈 길만 가면 된다. 어차피 처음부터 같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묶으려 하는 놈들 때문에 성가셨는데 이제 더이상 그럴 일이 없다. 너무 다행스럽다. 나로서는 최선이라는 이유다. 일단 정의당부터. 언론은 한겨레와 경향부터. 한 발 씩 하나씩 그렇게 바꾸어 나간다. 그게 진보다. 시대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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