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말했던 것이다. 자칭 진보가 바라는 이상적인 정치구도란 수구가 집권하고 자기들이 유일한 진보세력으로서 그에 맞서는 것이다. 굳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도 없이 그저 수구정권이니 반대만 해도 자기들은 진보로써 선명함을 드러낼 수 있다. 지난 이명박근혜 시절 자칭 진보가 그러했었다.

 

민주당은 그런 점에서 피곤하다. 민주당과는 진보진영에서 진보이념을 두고 경쟁해야만 한다. 아니 경쟁이라는 말조차 무색할 정도로 현실에서의 영향력에서 그 차이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결과로써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민주당에 비해 정의당의 주장은 그저 주장으로 그칠 뿐이다.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는 주장따위 과연 누가 얼마나 관심을 가질 것인가. 그래서 존재감 좀 드러내 보이겠다고 민주당에 반대만 하는 사이 어느새 수구정당과 입장을 같이 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다. 과연 수구정당과 정치적 이해를 같이하는 자신들은 진보정당인가.

 

더구나 자칭 진보 대부분은 오로지 자신들만이 진보라는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 집안도 좋고 학벌도 괜찮다. 한 마디로 선택받은 엘리트들인 것이다. 그런 자신들이 해외로부터 수입된 진보적 이념과 가치를 이 땅에 설파하고 있을 텐데 주류에도 속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되도 않는 얼치기로 어설프게 그것을 이루어내려 하는 중이다. 가짜다. 사이비다. 차라리 스스로 주류라 여기는 입장에서 국민의힘과 더 유대감을 느끼는 것에 더해서 사이비 가짜인 민주당에 대한 증오가 더해지며 민주당에 대한 반대는 맹목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노무현을 죽인 것이다. 그나마 민주당은 김대중이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거물이 만든 정당이지만 노무현은 거기에도 속하지 못하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다. 가짜가 권력을 가졌으니 찬탈에 준해 죄를 물을 밖에.

 

그래서 법정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이명박과 박근혜에 대해서조차 그 태도가 노무현을 대하던 것과 크게 다른 것이다. 아니 어떻게든 문재인을 그보다 더 큰 죄인으로 만들려 발악하는 것이다. 원전폐쇄도 정권의 책임이고, 김학의를 재수사한 것도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할 중대한 범죄다. 문재인도 노무현처럼 죽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차라리 이명박과 박근혜를 다시 불러들이기라도 해야 한다. 그런 자칭 진보의 태도가 윤석열과 이준석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칭 진보가 윤석열을 지지하는 이유는 크게 둘이다. 하나는 서울대, 그것도 법대 출신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윤석열이야 말로 문재인을 죽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다. 그리고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정권을 잡는다면 그때는 민주당까지 박살내고 자기들만이 유일한 진보로써 존재하게 될 것이란 확신 또한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권 당시 친위쿠데타를 모의했다는 김무성의 자백에도 자칭 진보 가운데 누구 하나 분노를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것이야 말로 자기들이 바라는 것일 테니. 

 

이번 검찰인사에 대한 정의당의 논평을 보며 새삼 가지게 된 확신이다. 이성윤 고검장이 기소당한 이유란 바로 김학의의 재수사와 관련해서 출국금지를 시킨 절차에 대한 것이었다. 김학의를 출국금지시키려, 혹은 재수사하려 무리한 수단을 사용했으니 그를 기소해서 처벌해야 한다. 정의당은 그런 검찰의 논리에 동의하는 것일까? 진정 김학의를 무고한 시민으로 여겨 그 권리를 지켜주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다 여기는 것인가? 페미니즘은 그러면 어디다 팔아먹은 것인가?

 

이미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수사를 시작한 순간 정의당 역시 저들과 입장을 함께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필사적으로 공수처법을 막아섰던 것이었다.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며 똑같은 비례정당을 두고도 오로지 민주당만을 겨냥해서 공세를 퍼부었었다. 코로나의 확산을 위해 광화문 집회까지 지지하고 있었다. 위안부문제마저 박근혜 정부에 팔아넘겼다. 그 의도가 너무 뻔하게 보이고 있지 않은가.

 

김학의가 저지른 범죄는 애써 눈감는다. 아니 너무나도 당연하게 무시하고 넘어간다. 하긴 지킬 가치가 없는 여성의 인권일 것이다. 지켜져야 하는 것은 그런 일반 여성들의 인권이 아닌 자신들과 같은 특별한 존재들의 권리인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국민의힘이 자신들과 더 가깝다. 실제 이번 21대 국회에서 정의당의 정치적 행보는 거의 국민의힘과 일치하고 있었다. 국민의힘은 과연 진보인가? 보수인가? 그러면 정의당은 과연 진보정당일 수 있는 것인가?

 

하다못해 이준석까지 빨아제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을 빌미로 차라리 민주당을 욕하지 이준석이 평소 해 온 반진보 반인권적인 발언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며 침묵하고 있다. 그게 지금 자칭 진보의 현실일 것이다. 그래서 절대 자칭 진보인 것이고. 저들에 기대를 가지는가? 차라리 이준석을 기대해 보라. 벌레는 벌레다. 약을 쳐 죽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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