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영국의 의료진 가운데 4분의 1 가량이 코로나19로 인해 자가격리중이라 한다. 자가격리가 풀리면 다시 영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검사도 하고 치료도 하다가 도중에 확진자와 접촉하면 자가격리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악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부실한 보호장비에 의지한 채로 영국의 의료진들은 코로나19와의 거대한 싸움에 필사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스페인에서도 미국에서 역시 수많은 의료진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고 심지어 사망자가 속출하는 와중에도 은퇴한 의사와 간호사들까지 현장으로 달려가 시민들을 검사하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중이다. 그야말로 총동원상태다. 레벨D 방호복이 없이는 안전이 위험하므로 어떤 의료행위도 하지 않겠다는 어느 의사의 말과는 달리 쓰레기봉투로 몸을 친친 감은 상태에서도 저들 의사들은 죽음을 무릅쓰고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임하고 있었다. 어떤가. 저들 나라들에서는 의사들의 희생과 헌신이 아주 없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상당수 언론과 그만큼이나 많은 사람들이 당당히 대한민국의 지금 상황에 대해 그리 주장한다. 정부가 잘한 것이 아니다. 의사들이 잘한 것이다. 의사들이 헌신하고 희생한 결과 지금과 같은 성공적인 방역이 가능했던 것이다. 의사들이 잘했고 질병관리본부가 잘한 것이지 정부는 오히려 잘못된 판단과 행동만을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앞서 예로 든 나라들에도 질병관리본부에 해당하는 정부기관은 있었을 것이고, 역시나 말한 그대로 코로나19의 확산과 그로 인한 시민의 희생을 막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분투중인 의료진의 헌신이 있었을 것이다. 쉬운 말로 의사들이 갈려나갔다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의사들은 과장 없이 수도 없이 죽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어째서 지금 저들 나라와 우리나라의 코로나19의 방역이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일까.

대부분 군인들은 용감하다. 지켜야 할 대상이 있는 군인들은 용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전장에서 모든 군인이 용감한 것은 아니다. 한 마리 사자가 지휘하는 백 마리 양과 한 마리 양이 지휘하는 백 마리 사자의 비유는 흔히들 들어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가진 자원들을 적재적소에 충분한 동기마저 부여한 채 배치하고 활용할 것인가. 같은 자원을 가지고도 어떻게 훌륭히 활용해서 최대의 효과와 효율을 이끌어낼 것인가. 그것이 리더십이다. 다른 나라들과 우리나라와의 차이는 이것 한 가지 밖에 없었다. 차라리 욕을 먹더라도, 그로 인해 선거에서 크게 지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절대 숨기지 않고 일부러 늦추지도 않고 신속하게 감염병과 정면으로 부딪힌다. 있는 의료진들을 어떻게 동원하고 관리하며 어디에 투입하고, 질병관리본부는 어떻게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 그를 위해 필요한 지원은 어떻게 하면 되는 것인가. 그러니까 레벨D급 방호복 없으면 위험하니 아무것도 않겠다는 의료진들 달래가며 필요한 모든 물품을 어떻게든 준비해서 공급해 온 것이 바로 정부당국이란 것이다. 그 모든 지휘를 하는 것이 장관이고 총리고 대통령이다.

웃기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나라 의료진의 수고와 헌신을 폄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우리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의료진들이 고생하는 것이 비단 우리만의 일은 아니란 것이다. 의료진들이 대가없이 고생하고, 그로 인해 생명의 위협까지 받고, 그럼에도 오로지 코로나19로부터 시민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것이 우리만 그런 것은 결코 아니란 것이다. 마치 다른 나라 의료진들은 놀고 있는 것처럼. 받을 것 다 받고 누릴 것 다 누리면서 여유를 부리고 있는 것처럼. 아니라는 것이다. 모두가 고생하고 있고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고 있지 않은 의료진이 있다면 다들 그만한 이유가 있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오히려 그런 의료진들을 절망으로 몰아넣는 현실과 오히려 더 오만하게 정부에 싸움을 걸며 가짜뉴스까지 생산하는 그 차이를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만 하는 것인가.

물론 그렇다고 정부가 다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 혼자 잘해서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다. 다만 정부의 공을 인정하기 싫어서 다른 나라 의료진과 전문가, 관계자들의 노력까지 폄훼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더욱 같은 의사라면. 더욱 더 위험한 현장에서 더 고통스런 싸움을 치르고 있는 그들에게. 그냥 인정할 것만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 정부도 잘했고, 질본도 잘했고, 의료진도 잘했다. 100점은 아니더라도 합격점을 줄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게 그리 쉽지만 않다. 의료진도 잘했고 질본도 잘했는데 정부만 못했다. 그러니까 다른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의료가 정치가 된다. 참혹한 현실이다. 감염병보다 정치가 더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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