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전쟁 당시 역사적인 미드웨이 해전을 앞두고 미국 정보당국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분명 일본 함대가 미드웨이를 목표로 진격 중인 것 같기는 한데 확신을 못하겠다. 혹시 모를 가능성을 대비해서라도 보다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다. 자칫 부정확한 정보를 근거로 잘못 판단할 경우 엉뚱한 곳에서 힘만 빼고 정작 일본군의 공격을 무방비한 상태에서 맞게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미끼를 뿌렸다. 일본이 자신들의 무전을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해서 역정보를 흘린 것이었다. 미드웨이에 식수가 부족하다. 그리고 일본은 멋지게 미국의 의도대로 그 미끼를 물고야 말았다.

 

정보전에서 역정보는 기본중에 기본이다. 상대가 자신들의 정보를 다양한 경로로 획득할 것을 전제로 함정을 파 놓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를 근거로 오판을 유도하거나, 혹은 상대의 반응을 이용해서 상대가 정보를 획득한 경로를 역추적할 수 있다. 아예 작정하고 흘린 잘못된 정보이기에 정보를 획득한 경로는 당연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멀쩡히 살아있는데도 사살되었다 여기고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하거나, 혹은 시신을 훼손하지 않았음에도 훼손되었다면서 대응에 나서는 경우를 가정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시신을 훼손했다면 어떤 식으로 훼손되었는가 구체적인 내용까지 알고 있다면 어디서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가 새어나갔는가 유추할 수 있다. 만일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무심코 주고받는 대화를 들은 정도라면 그렇게 상세한 내용까지 파악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분명 실시간으로 지근에서 감청한 것이다.

 

북한군의 무전을 듣고도 군이 바로 대응하지 않았던 이유였다. 첫째 실제 일어난 일인지 확신이 없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한국군의 감청여부를 파악하고 이용하거나 혹은 대응하기 위해 흘린 역정보일 수 있었다. 자칫 북한이 의도적으로 흘린 역정보일 경우 괜한 성급한 대응으로 한국군의 감청사실만 북한에 알리고 마는 결과를 낳을 수 있었다. 아무리 뻔히 서로의 무전을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실제로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더구나 심지어 그렇게 북한이 역정보로 흘린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북한을 외교적으로 비난하거나 했을 경우 오히려 역공을 맞을 수 있었다. 불법적으로 자신들의 무전을 감청하는 것도 모자라서 자기들이 잘못 파악한 정보를 근거로 오히려 북한을 비난까지 하고 있었다. 아무리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되어 있는 북한이라지만 상황이 그렇게 되면 명분상 꽤나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그러니 신중해야 한다.

 

확실히 언론이 편들어주니 편하다. 군이 애써 감추고자 했던 첩보자산을 언론에서 대놓고 떠들어도 비판하는 언론 하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MBC 혼자 무엇이 문제인가 짚어주고 있을 뿐 공영방송이라는 KBS마저 같이 떠들면 떠들었지 그것이 얼마나 중대한 문제인가 지적도 비판도 하지 않는다. 한 시간이면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게 쉬우면 첩보전이란 필요가 없다. CIA도 KGB도 다 의미가 없다. 국정원은 왜 있는가? 실시간으로 무전을 확보했어도 그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로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가운데는 실제 북한 내부의 협력자 - 이른바 휴민트를 통한 추가적인 확인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확보한 첩보들을 교차해서 철저하게 검증하고 나면 비로소 확실해진 정보를 근거로 다음 단계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 정도가 아닌 국가적인 이익이 걸린 사안인데 그렇게 허투루 허술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언론이 개새끼라서 그렇다. 국민의힘은 그래도 된다. 돈을 3천억을 해 쳐먹든, 재산을 11억을 속이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훼손하든, 심지어 불과 몇 년 전 월북자를 사살하고 기념비까지 세웠던 사실마저 철저히 지운 채 의도적으로 여론을 몰아간다. 그래도 되니까 국민의힘은 그렇게 한다. 그래도 되는 것을 보니까 정의당도 자칭 진보들도 그대로 따라간다. 자칭 진보언론들도 보수언론이 쓰는대로 대세니까 그냥 우루루 몰려다닐 뿐이다. 박용진을 이해한다. 김해영도 이해한다. 현실이 이런데 언론이 얼마나 두렵게만 여겨지겠는가.

 

북한이 진짜 의도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려서 한국의 정보력을 떠 본 것이라면 주호영이 제대로 넘어가 준 것이란 뜻이다. 의도적으로 한국이 감청하는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연유'란 단어를 쓴 것이라면 제대로 그 경로를 확인시켜 준 것이다. 실제 무전 주파수를 비롯해 암호까지 모두 바꿨다고 한다. 이것 뚫으려면 다시 상당한 시간과 비용과 수고를 들여야만 한다고 전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것인가? 확실히 현직 주사파와 전직 북한 고위외교관이 몸담고 있는 정당답다 할 것이다. 그러면 언론은? 정부가 싫으면 나라도 팔아먹을 수 있는 것인가.

 

주식 할 때도 마찬가지다. 찌라시로 돈다고 그대로 믿고 투자하는 멍청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있어도 일찌감치 돈 다 잃고 떨어져 나간지 오래다. 확인해야 한다. 어디가 좋다. 어디가 좋지 않다. 그러니까 어디를 사고 어디를 팔아야 한다 떠도는 말들을 액면 그대로 믿지 않고 한 번 더 의심한 뒤 확실해지면 돈을 움직인다. 주식할 때도 그래야 하는데 하물며 한 나라의 이해가 걸린 문제라면야. 그래도 사람의 생명이 우선 아닌가? 그러니까 진짜 지금 사람이 죽고 사는지 그것부터 확인하고 나서의 문제란 것이다. 너무 기본이라 설명하기도 애처롭기만 하다. 진짜 병신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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