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그리 말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면 임금과 처우에 대한 요구를 계속해서 더욱 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꿔주면 안된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늘리게 된 것이다.

월급쟁이에게 보람이라고 해봐야 결국 월급 오르고 직급 오르는 것일 게다. 오래 열심히 일한 만큼 이름 뒤에 붙이는 호칭도 달라지고 당장 통장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도 달라진다. 그런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대우는 열악하고 월급도 겨우 먹고 살기도 빠듯한 정도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안 할 것인가. 어차피 알아서 올려줄 테니 그저 회사만 바라보고 열심히 일만 할 것인가.

그래서 아예 그런 요구를 하지 못하게 비정규직을 만든 것이었다. 처우를 개선해달라 요구한 순간 그냥 계약해지해 버리면 된다. 월급 올려달라 요구하면 그냥 계약연장을 하지 않으면 된다. 더구나 대부분 비정규직들은 파견업체에 고용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직접 어떻게 인사조치를 할 필요도 없이 파견업체에 연락해서 알아서 처리하도록 만들면 된다.

한 마디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서는 안된다는 그 논리가 바로 원래 정규직이던 일자리까지 모두 비정규직으로 만든 논리 그대로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더 많은 임금을 요구해서도 안되고 더 나은 처우를 바라서도 안된다. 그저 회사의 이익을 위해 죽으라면 죽고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

같은 노동자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인간이라고도 여기지 않는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처음부터 그런 당연한 노동자로서의 권리 같은 건 주어지지 않았다. 인정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그런 요구를 하는 자체가 부당하다. 아니라 여기는가. 그러면 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이 되어 사측에 요구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인가.

어려서부터 그렇게 들으며 자란다. 저렇게 되지 마라. 저렇게 살지 마라. 그렇기 때문에 지금 노력하라. 그러므로 그 사람들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노력하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벌을 받아야 한다. 인세를 지옥으로 만든다. 그러면 자신들은 영영 계약직 같은 건 안 될 것 같은가. 자기는 저들과 전혀 다른 존재라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원래는 다른 거 쓰려 했는데 보다가 열받아서 쓴다. 어차피 파견업체를 통해 고용한 것이면 파견업체로 해당 인건비와 각종 부대비용이 지불된다. 새삼 정규직 되었다고 추가로 인건비가 나가는 것이 아니다. 직렬도 다르다. 하다못해 작은 중소기업에서도 사무직과 생산직은 아예 서로 섞이거나 하지 않는다. 정규직이라도 그런데 하물며 비정규직이야. 그래서 공공기업 정규직이니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시험까지 쳐가며 들어가고 싶을 것인가.

언론이 쓰레기이기는 하지만 거기에 아무 생각없이 넘어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문제다. 지금 자신들이 비판하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고민해 볼 수 있어야 한다. 노동자 이전에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였음을. 자유한국당이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개돼지로 여기는 검찰이 정의의 사도가 된다. 웃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