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회사 건물의 보일러만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직원이 필요하다. 그러면 어떻게 뽑을까? 사무직 뽑듯이 국어, 영어, 수학, 상식 시험을 치러 뽑아야 할까? 아니면 필요한 자격증과 경력을 보고 면접을 통해서 뽑는 것이 옳을까?
어이없는 것이다. 가만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뀌었다는 노동자들 보면 대부분이 그런 기술직이거나 아니면 보조업무를 하는 경우들이다. 이름만 정규직이지 결국 시험봐서 입사한 다른 정규직들과 달리 - 아니 그런 기존의 정규직들 가운데서도 정작 시험같은 건 치르지 않고 채용된 경우가 있을 것이란 사실이다. 그런데 시험을 치르지 않았으니 어쩌구, 시험을 봐서 새로 정규직을 뽑았어야 저쩌구, 모르는 걸까? 모르고 싶은 것일까?
아마 자기 다니는 직장에서도 가만 보면 시험봐서 정규직 된 자신과 다른 직렬로 다른 승진경로를 거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채용경로나 방식도 다르고 따라서 회사에서 대우도 전혀 다르다. 그런데도 정규직이라니까 모두가 같은 것으로. 그래서 보일러 기사도, 전기기사도, 배관기사도, 모두 정규직이니까 자신들처럼 시험 쳐서 들어가라. 그런데 그런 시험 치를 만한 학력 가지고 그런 일 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니 하지도 못한다. 그런 일 할 때 필요한 것은 해당 분야의 기사자격증일 테니 말이다. 물론 그런 자격증 역시 시험을 봐서 취득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이라니 아무 자격도 없이 그저 연줄로 들어와 그 일을 하는 것처럼. 아예 전문적인 기술이나 경력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분야도 있기는 하지만 당연히 그런 일은 채용시험이라는 자체가 무의미하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만큼 아무나 데려다 시키면 된다. 그만큼 직장에서 대우 역시 그다지 좋지 못하다. 대부분 최저임금이나 겨우 받고 진급도 기대하지 못한다. 거의 일을 그만둘 때까지 최저임금이나 겨우 받으며 다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일을 굳이 하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일을 하면서 정규직이 된다고 좋은 것이 또 뭐가 있을까? 괜히 정규직 시켜줬는데 좋은 게 없다며 정작 반발하는 경우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무식한 것도 정도가 있다. 정규직이라고 다 같은 정규직이 아니다. 정규직으로 채용된다고 다 같은 경로로 방식으로 채용되는 것이 아니다. 정규직으로서 요구되는 자격 역시 모두가 다르다. 그리고 자격만큼 이후 회사에서의 역할이나 대우, 이후 장래에 대한 기대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런데도 정규직이니까 다 같은 정규직이니 자기처럼 시험치러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인사를 맡아 본 적이 없다는 것은 알겠다. 주위에 인사관련해서 업무를 해 본 사람이 없다는 것도 알겠다. 무식할수록 목소리는 더 크다.
지금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생각보다 좋아진 게 별로 없다. 차라리 비정규직일 때 비정규직이라고 더 이익을 누리던 것들이 있다. 그럼에도 어째서 정규직으로 전환했는가? 여기서도 개별 사안이 아닌 공동체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이니 모두 시험을 쳐야 한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자신과 같은 정규직이 되려면 자신과 같은 시험을 치러서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세상을 모르거나, 아니면 모르고 싶거나. 사람을 뽑아 쓰는 원리를 전혀 알지 못한다. 웃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