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건은 조범동과 공범으로 기소되었다가 다른 재판에서 무죄로 판결났기 때문에 아예 정경심 재판에서는 심리조차 진행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재판관련 기사라고 나오는 것을 보면 죄다 표창장 위조 관련인데, 아무리 표창장 위조로 유죄판결을 받는다고 형량이 구속기간보다 더 나오기란 힘들다. 더 나오면 그 순간 사법부 적폐인증이다. 더구나 윤석열 장모가 사문서위조와 행사로 엮여 있기 때문에 더욱 연관되어 비판받을 소지가 크다. 문제는 그렇다고 형량을 낮게 줄 경우 그동안 검찰이 수사한다고 온 나라를 뒤집어 놓은 것에 대한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추미애 장관이 조국 전장관 일가족에 대한 검찰의 과잉수사를 묻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이유다. 고작해야 표창장 위조다. 실제 위조되었다고 해봐야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를 지방 3류대의 봉사표창장이란 것이다. 오죽하면 지원자도 없어서 교직원들에게 원서를 쓰게 해서까지 겨우 신입생 수를 기준에 맞추고 있었겠는가. 총장이라는 사람이 학력까지 사칭하던 대학의 표창장이 뭐 그리 대수라고 그것 위조한 것 밝히겠다며 그토록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것인가. 언론은 고작 표창장 위조 하나 파헤치려 그 난리를 피운 것인가. 

 

이래서 사법시험에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사법고시 합격할 때까지 죽어라 골방에서 법전만 파다가, 사법고시 합격하고 나면 각각 법원과 검찰이라는 좁은 세상에 갇혀 거기가 전부라 여기며 살아간다. 조금만 머리가 있어도 지금 표창장 가지고 유무죄를 다투는 자체가 크게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온 나라를 뒤집어 엎고 재판만 1년 가까이 끌어서 나온 결론이라는 게 표창장 위조가 사실이라는 것인가. 고작 표창장 따위가 그렇게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이었다는 것인가. 다른 의도가 없었다면 그런 정도 범죄로 이렇게 시끌벅적하게 수사와 기소를 이어가지도 않는다.

 

당장 주위에 물어보라. 정치적으로 아예 입장이 정해진 경우를 제외하면 고작 표창장 하나 때문에 온 나라가 그렇게 시끄럽고 재판만 1년 가까이 끌어 온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고 있을 것이다. 차라리 조국 전장관이나 그를 임명한 대통령을 비판한다면 그렇게 온 나라를 오랜동안 시끄럽게 만든 자체를 문제삼고 있을 것이다. 비례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표창장을 위조했다 치고 그게 그렇게 국가적으로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인가. 설사 유죄판결이 나왔더라도 고작 그런 정도 사안으로 수사든 기소든 구속이든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그러니까 정부와 여당 내부에서도 전과 달리 조국 전장관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냥 조범동 재판에서 사모펀드 건이 모두 무죄로 판결난 이상 끝난 사안인 것이다. 표창장 위조와 관련해서 유무죄 여부는 정경심 개인이나 가족들에게나 의미가 있지 나같은 제 3자에게는 전혀 아무 상관 없는 그저 남의 일에 지나지 않는다. 생각을 잘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섣부르게 유죄판결을 내릴 경우 괜히 후폭풍만 커질 수 있다. 면피로 삼기에도 검찰 스스로가 너무나 크게 일을 벌인 탓에 자위용으로나 겨우 쓰일 뿐이다. 대신 이재용 재판까지 맡아야 하는데 자칫 40% 넘는 지지율의 살아있는 권력과 174석의 거대여당과 사법부 전체가 대립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차라리 사실에 근거하여 법대로만 판결을 내린다면 검찰은 조금 더 곤란해지겠지만 사법부는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 문제는 공부만 잘하는 머리 좋은 바보들이 사법부나 검찰이나 너무 많다는 사실인데. 머리 좋다고 다 똑똑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아무튼 오히려 이번 정경심 교수의 재판결과에 더 크게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사법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경심 교수 자신이나 가족, 혹은 주변인들이 아닌 이상 재판결과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은 판결을 내리는 사법부 자신이게 되는 것이다. 검찰은 끝났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봉사표창장이란 검찰이 그동안 해 온 수사와 재판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한 것이다. 그런 검찰을 위해서 과연 사법부 전체를 끌고 들어갈 수 있는 판결을 내리고 말 것인가. 사소한 일에 너무 큰 것을 거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 것인가. 김명수가 언제까지고 사법부를 지켜 줄 수는 없다.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 역시 내 일이 아니라 그렇다. 정경심 교수가 유죄판결을 받는 것이지 내가 유죄판결을 받는 것이 아니다. 조국 전장관 아내이지 내 가족인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모든 언론이 하나가 되어 생난리를 쳤어도 전혀 흔들림없이 정부를 지지하던 국민이 무려 40%를 넘어가고 있었다는 사실만 명심하면 된다. 그들의 앞에 양승태가 아닌 사법부 전체가 청산해야 할 적폐로써 그 정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조국 전장관이나 가족들에게 더 큰 빚을 지게 되는 셈일 테지만 역사의 한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과연 머리 좋은 바보일 것인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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