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명의로 된 아파트 월세를 놓으려 했더니 시세가 월 70만원 정도라 한다. 전세로 월 70만원의 소득을 기대하려면 도대체 얼마를 받아야 가능할까? 연으로 따지면 840만원인데 요즘 이자로 계산하면... 아무튼 대충 집값보다는 더 비쌀 듯하다.

 

전세의 맹점이다. 전세금 받아서 진짜 미친 듯 잘 굴려야 집값 온전히 다 받아도 월세 만큼 수입을 얻기가 어렵다. 전세 1억 놓으면 연 40만원 정도 받는다. 전세 10억 되어야 연 400만원 이자 나온다. 그 돈 받자고 큰 돈 들여 집 사서, 더구나 직접 수리까지 해가며 전세를 놓겠는가. 그러면 다른 기대수익이 필요하다.

 

한국에서만 유독 전세제도가 존속해 올 수 있었던 이유다. 예전에는 금리도 비쌌다. 그러니 이자만 받아도 그리 나쁘지 않은 수준은 되었다. 거기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물가도 많이 올랐다. 1980년대 집 한 채 사는데 1천만원도 채 안 들었었단다. 당연히 집값이 오르면 전세값도 따라서 오르니 그저 새로운 세입자를 받아 새로 전세계약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금리도 낮아지고, 물가도 더이상 전처럼 급속히 오르지 않으면 어찌 되겠는가.

 

그래서 이명박이 전세대출이라는 희한한 제도를 도입한 것이었다. 더이상 집값이 전처럼 오르지 않으니 전세값을 올림으로써 그를 벌충하려 한 것이었다. 전세를 얻는데 대출을 받을 수 있으면 세입자가 더 좋을 것 같은데 정작 집주인들이 대출 받을 수 있을 만큼 전세값을 올려서 받았다. 전세값이 오르니 집값도 따라서 오르고, 더불어 오른 전세값으로 다른 데 투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대표적인 곳이 바로 집이다. 아파트다. 집 사서 대출 받고, 다시 전세 받아서 다시 집을 사고, 그렇게 자기 돈 없이 여러 채의 집을 갖는 것을 언론에서 재테크라며 포장했다. 사실상 합법적인 사기다.

 

집값이 오를 때는 괜찮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에는 대출한 돈이며 전세값으로 받은 돈 이상을 오른 집값으로 벌충할 수 있을 테니. 전세금 돌려주는 것도 전세 오른만큼 돌려주고 나면 오히려 돈이 남았고, 오른 집값에 집을 팔면 또 돈이 남았다. 그런데 사람 욕심이 그런가? 그래서 더 오를 때까지 기다리느라 한 사람이 수 십, 심지어 수 백 채의 집을 소유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영원할 수 없고 집값도 영원히 오를 수 없다. 한계를 맞게 된다. 어떻게 되겠는가?

 

내가 전세라는 제도를 신뢰하지 않는 이유인 것이다. 차라리 전세금 매몰시키고 전세대출 이자까지 갚느니 그 돈으로 월세 내고 남는 돈으로 맛있는 것 사먹겠다 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은 괜찮은데 조금만 삐끗하면 전세보증금이 하늘로 날아가게 된다. 더이상 집주인들이 감당할 수 없게 되면 전세는 허수로 돌변하게 된다. 망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목돈인데. 대부분, 특히 젊은 사람들에게는 전재산이나 다름없을 텐데.

 

지난 정부에서 언론이 담합해서 미친 듯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결과인 것이다. 더이상 오를 수 없을 때까지 올린 결과 결국 떨어질 일만 남게 되었다. 집주인들이 그동안 올려받은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면 누가 피해를 보는가? 집주인들 돈 없다니까? 돌려줄 돈이 없다. 집만 있다. 그러면 그 집 다 팔면 되지 않는가? 그래서 그렇게 한꺼번에 전셋집들이 시장에 나오면 집값은 유지될 것인가?

 

지난 정부에서 전세폐지론 나왔을 대 20대 특히 남성들이 발광을 했었다. 전세가 존속되어야 돈을 모을 수 있다. 다달이 내는 월세 대신 다시 돌려받을 수 있는 전세금으로 재산을 유지할 수 있다. 참 병신같은 것들이다. 전세가 세입자를 위한 제도가 아닐 텐데도 집주인을 위해 스스로 앞장서서 분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과가 어떠한가. 자기들도 부동산투기로 돈 벌고 싶다고 대출 안해주는 것에 지랄하던 것이 바로 그 놈들이다.

 

아무튼 당시 전세에 대한 민주당 내부의 비판적인 의견들에 앞장서서 공격하던 놈들 가운데는 자칭 진보도 있었다는 것이다. KBS도 그에 앞장서고 있었다. 반면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에 9억만 쓰겠다는 현정부에 대해서는 어떠한가. 전세사기에 대한 명확하고 강력한 대처 없는 현재 상황에 대한 입장들은 어떠한가.

 

그냥 속편하게 전세 놓고 목돈 받아 쓰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동생의 말에 그냥 월세 놓겠다 말했던 이유였다. 결국에 돌려줘야 할 돈이다. 그때 상황이 어찌될지 모르는데 과연 내가 그 이상의 가치를 스스로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회의가 든 것이다. 내가 전세를 믿지 못하듯 나 자신도 전세금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러면 그냥 월세가 낫다.

 

민주당 욕할 때만 모두가 정의롭다. 민주당과 민주당 정부에 대해서는 이상론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에는 현실론을 앞세운다. 그래서 어떻게 할 것인가. 여전히 대통령은 문재인인 모양이다. 자칭 진보 버러지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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