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오지 원시부족의 삶을 보면 사냥을 통한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역시 원시적인 사냥도구로 사냥에 나선다고 반드시 사냥감을 잡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사냥에 성공할 때도 있고 실패할 때도 있다. 자칫 사냥꾼이 사고로 다치거나 죽게 되면 역시 사냥감은 구경조차 할 수 없다. 그러면 그때 원시인들은 어떻게 식량을 조달했는가.


불과 얼마전까지 대부분의 사회에서 인간의 삶이란 그다지 크게 다르지 않았었다. 농사 등 중요한 생산에 종사하는 이외의 나머지 잉여인구는 산으로 들로 바다로 흩어져 먹을 수 있는 자연의 생산물을 찾아나서야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논에 나가 메뚜기를 잡고, 산으로 들어가서 버섯을 따고 나물을 캐고 산열매를 줍고, 역시 그 대부분은 저탄수고지방 다이어트에서 주장하는 동물성 포화지방과는 전혀 거리가 먼 것들이었다. 아니 당장 야생상태에서 구할 수 있는 동물들 가운데 그렇게 유의미하게 고지방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지방을 충걱한 경우도 매우 드물다. 돼지도 사람이 우리에 가둬놓고 기르니 지방이 끼는 것이지 야생의 돼지들은 지방의 두께가 훨씬 얇다. 원시의 삶은 얼마나 달랐을까?


인간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까운 원숭이나 유인원들을 보더라도 역시 육식만을 주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 대개는 육식과 채식을 병행하고, 자연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먹을거리인 과일들은 대부분 탄수화물인 당을 포함하고 있다. 정확히 과일에 포함된 당분이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것이다. 아주 초기의 인류 역시 유인원과 비슷한 삶을 살았다면 역시 대부분의 먹을거리는 지방이 적은 야생의 짐승이거나 당분이 많은 과일들이기 쉬운 것이다. 인간의 몸은 당연하게 그같은 당시의 식생활에 맞게 진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과연 탄수화물을 극도로 억제할 경우 케톤이 그를 대신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인간의 몸은 충분히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을까?


고지방식이라는 자체가 어쩌면 문명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가축들을 가두어 기르며 열량 높은 먹이를 먹인 결과 가축의 고기에도 기름이 끼기 시작했다. 맛있는 고기를 평가할 때 기준인 마블링조차 사실은 근육에 지방이 낀 심각한 장애상태일 수 있는 것이다. 식물의 열매나 동물의 지방에서 기름을 정제하기 시작한 것도 인류의 문명이 발전하며 가능해진 것이었다. 그런데 지방을 많이 먹으니 오히려 인간의 몸에 좋다?


많은 과일들이 굳이 몸에도 안좋은 당을 머금는 것도 그 연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당이 몸에 좋지 않다면 식물들 역시 동물의 생존에 더 유리한 형태로 열매를 진화시켰어야 했다. 열매가 진화를 선택하고 강요했어야 했다. 하지만 육식동물들조차 열매의 당에 의존한 식생활로 연명하는 경우가 아주 없지 않다. 그런데 그런 당을 줄이고 동물성 지방의 비중을 늘린다. 현명한가?


원래 적당히 비만인 쪽이 흔히 말하는 건강한 근육질 체형보다 훨씬 더 건강하고 오래산다는 연구결과가 아마 몇 년 전 발표되었을 것이다. 당연하다. 피하지방이란 여분이다. 필요하기에 굳이 필요한 만큼의 영양을 제외하고 지방으로 축적하도록 몸이 만들어져 있는 것이다. 지나치다는 것은 최근의 경향이다. 영양섭취가 너무 지나쳐서 살을 빼야 한다면 가장 옳은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


괜히 살뺀다고 밥을 줄였다가 정신이 몽롱해져서 하는 말이 아니다. 커피마저 설탕 없이 블랙으로 마신 지 몇 주 되었다. 몇 배 더 피곤하다. 정신도 혼미해지고. 계속 졸리기만 하고.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과연 남들 한다고 따라하는 이것이 정상이고 옳은 방법인가? 언론이 문제다. 그저 시청률에만 급급해서 일시적 가십에 쉽게 휩쓸리고 만다. 당을 늘려야 한다. 심각한 위기다. 남들 한다고 무조건 따라하는 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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