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맞다. 지난번 재난지원금 받았을 때 나 역시 그 절반을 안경 바꾸는데 쓰고 있었다. 안경점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몇으로 오르든 해당사항이 없는 업종이다. 대부분 주인 혼자서 손님을 상대하는데다 항상 손님이 붐비는 것도 아니어서 코로나 유행 이전에도 안경점은 대개 한산했었다. 반면 뻔히 영업시간 줄어들고, 정상영업도 못하면서, 심지어 영업 자체를 금지당한 업소들에서는 과연 얼마나 돈을 썻을까?

 

대부분 재난지원금 받아서 먹는 데 썼다고 한다. 오랜만에 외식도 하고, 혹은 장을 봐서 푸짐하게 집에서 만들어 먹고, 역시나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몇몇 업종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출이었을 것이다. 설사 누군가 재난지원금으로 돈을 쓰고 싶다고 해도 아예 영업을 금지당했는데 돈이 있다고 쓸 수 있을 리 없다. 가장 크게 피해를 입었는데 정작 재난지원금이 풀린다고 생기는 건 개인에게 주어지는 얼마간의 돈 뿐이다. 과연 타당하다 생각하는가.

 

물론 나는 지금도 보편적 지금에 더 마음이 가 있는 상태다. 기왕에 돈을 줄 것이면 모든 국민에게 다 주라. 비용도 수고도 시간도 모든 면에서 훨씬 유리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코로나19로 더 크게 피해를 입은 계층을 위한 선별적인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실질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편적 지급이라는 당위를 넘어서는 실질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말한 바 있다. 기왕에 지원금 주는 것 폐업했던 업종과 단축영업했던 업종과 제한을 받았던 업종 등에 차별해서 화끈하게 도움이 될 만큼 돈을 풀자.

 

아예 문을 닫았다면 영소당 4천만원 씩, 단축영업을 했다면 2천만원 씩, 영업에 제약에 있었다면 각 1천 5백만원 씩, 당연히 그 이상 주는 것도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 이 정도로도 부족할 것이다. 그동안 영업도 못하면서 내야 했던 건물 임대료며, 각종 공과금이며 따지면 과연 얼마나 남기는 남을 것인가. 그래도 의미가 다른 것이다. 실제 도움이 될 만큼 쓴다. 선별이라는 목적에 걸맞게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이들을 위해 도움이 될 만큼 주어지는 것이다. 그런 선별지급에 보편적 어쩌고 떠들어봐야 모양만 우스워지는 것이다. 공동체가 방역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제약을 가하고 불이익을 강요했는데 이 정도는 해 주어야 형평성에 맞지 않겠는가.

 

말을 지키란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진의도 아마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재정건전성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이다. 지금 이낙연에게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기왕에 선별지급과 보편지급으로 이재명과의 사이에 전선이 만들어졌다면 선별지급을 앞세워 보편지급론을 누를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실력이고 정치력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더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서. 더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서. 그럴 수만 있다면.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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