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개정안에 저토록 결사반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바로 홍문종 때문이다. 혹시라도 홍문종 의원처럼 비례대표 노리고 뛰쳐나가 다른 당으로 가버리는 경우를 막기 위해서인 것이다.
당연히 홍문종도 알 것이다. 아무리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 같다고 당을 나와봤자 다른 곳에서 당선될 가능성은 그보다 더 낮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여야가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만 그대로 통과되면 득표율만 어느 정도 확보해도 비례대표로 다시 국회로 돌아갈 수 있을 지 모른다.
지난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갈라져 나온 국민의당이 지역구에서는 호남을 제외하고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음에도 비례대표에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며 제 3당으로서 입지를 굳혔던 것을 기억한다. 지역구는 그나마 유력한 민주당에 표를 몰아줬어도 분당해 나간 새정치민주연합의 구정치인들에 대한 지지가 그대로 정당투표로 이어지고 있었다. 더구나 이번 선거법개정으로 연동성이 강화되며 정당에 대한 투표가 의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그렇다면 여전히 박근혜에 대한 동정론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친박의 기치를 든 자신들에게도 그 정도 지지가 모이게 될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먼저 뛰쳐나가 비례순번에 침발라두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홍문종 한 사람 만이겠는가 하는 것이다. 자칫 선거법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되면 같은 생각을 하는 당내 이탈자가 더 많이 생겨날 지 모른다. 분당은 공멸이다. 최소한 지금보다 의석수가 더 줄어드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의석수가 지금보다 더 줄어들면 차기 대선도 날아간다. 자칫 최악의 경우 오히려 바른미래당에 먹히는 상황마저 가정할 수 있다. 어떻게든 이탈자를 막기 위해서는 아예 그런 가능성 자체를 미연에 차단해야 한다. 국민의당과 같은 경우가 자유한국당에서도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래서 아예 비례대표 자체를 없애려 한다. 비례대표가 사라지면 지역구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도 심지어 바른미래당조차 자유한국당에 흡수되는 수밖에 없다.
결국은 자기 국회의원 배지 하나 지키는 것이 저들의 첫째 목적인 셈이다. 공수처법은 그냥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법이야 말로 자유한국당을 분열시키고 다시 선거에 당선될 가능성을 지우는 최악의 법안인 것이다. 물론 이제는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사법처리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지만. 판결만 제대로 나오면 아예 한동안 출마는 엄두도 낼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것만은 막아야 한다.
왜 저렇게 선거법개정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가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었다. 그냥 자유한국당의 의석수가 지금보다 줄어들 것 같아서? 다른 소수정당의 의석수가 늘면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 같아서? 바로 그 소수정당의 의석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문제였던 것이다. 자유한국당에서 분리되어 나가면 그들 역시 소수정당이 된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자유한국당 역시 많은 내홍을 겪었었다. 그럼에도 탈당하는 이들이 드물었던 것은 탈당해서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능성이 생겼다. 그 가능성이 보이게 되었다. 막지 않으면 안된다.
두 가지가 쟁점이다. 선거법과 그리고 국회선진화법에 따른 고발들. 한 마디로 다음 총선에서도 다시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싶다. 원초적인 것이다. 눈치도 보지 않는다. 재미있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