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역시 무심코 넘어갔는데, 그러면 과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줄어든 자영업 일자리란 모두 최저임금 때문에 줄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여러 경제지나 일간지 등에서 보도했던 자영업의 구조변화에 대한 기사들이 그 한 예일 것이다. 온라인쇼핑이 늘었다. 일인가구가 늘었다. 소비패턴이 바뀌었다. 당장 나만 해도 대형마트도 거의 가지 않고 대부분 인터넷 쇼핑몰에서 거의 모든 소비를 한다.

심지어 대형마트들마저 온라인쇼핑에 상당수 고객을 빼앗기며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달앱으로 인해 요식업의 영업범위가 더 넓어졌다. 직접 찾아가기보다 배달앱으로 주문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거리는 큰 의미가 없어졌다. 이력서 쓰려고 볼펜을 사려는데 문구점이 없어 편의점을 찾아야 한다. 어머니가 오셔서 뭐라도 대접할까 했더니 마땅한 식당 찾기도 어렵다. 그러고보면 원래 자영업의 폐업률은 매우 높은 편이었다는 것이다. 준비없이 자영업에 뛰어들었다가 망해나가는 비율이 매우 높았다. 폐업률이 그대로이고 신규창업이 줄어들면 어떻게 될까?

이를테면 자영업의 구조조정 과정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물리적 거리를 무시한 배달앱의 등장에, 여기에 문제가 되고 있는 임대료 상승까지 더해지며 경쟁력없는 자영업이 도태되고 그런 상황에 새로운 자영업의 진입이 줄어들고 있다. 자영업 어려운 것이야 사드보복으로 중국관광객이 줄어들면서 이미 상당히 심각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으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더구나 대외적인 경제요인까지 더해지며 제조업을 압박한 결과가 그대로 한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니까 과연 자영업과 제조업에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 최저임금 하나의 영향인가. 일자리 감소를 오로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것이라 단정지을 수 있을 것인가. 영향이 있다고 모든 일자리감소의 책임을 최저임금에만 떠넘길 수는 없다. 더구나 고용률은 당장 그렇게 나쁘지 않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어쨌거나 어제 JTBC의 '뉴스룸'을 보는데 수입이 한 달 100만원 정도인에 생활비 때문에 사채빚을 얻은 사람들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가계부채가 단순히 부동산 때문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당장 월급 받아서 한 달 생활이 안되는데 빚이라도 내야 하지 않겠는가. 하긴 그러고보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가계대출 막았다고 난리치는 것 보면 일관되기는 하다. 임금을 올리지 말고 대출을 풀어서 더 많은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라. 그게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고 최경환의 초이노믹스다. 당장 조선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상황에도 임금과 노동조건의 문제로 사람 구하기 힘들다는 기사가 언론에 보도된 바 있었다. 단순히 사람을 싸게만 쓰면 일자리 문제도 경제문제도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인가.

무당새끼들이란 것이다. 부적 팔기 위해서 전생을 팔고 묫자리를 판다. 아는 건 쥐뿔도 없으니 편하게 주워섬길 수 있는 것만 찾는다. 최저임금을 더이상 무리하게 인상할 필요는 없다는 사실에 동의하기는 하지만 그 논리가 참으로 고약하다. 디테일 없이 인상만 남는다. 과연 제대로 꼼꼼하게 조사나 했는지 의문이다. 언론이 떠드는대로 당장 자기 장사 안되고 사업 망하는 이유를 최저임금에 돌리려 한다. 인건비 때문에 장사 안 될 정도면 처음부터 해서는 안되는 장사였던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자영업비율이 한국경제의 불안요인으로 여겨진 것이 벌써 수 십 년 째다. 그것도 대부분 소비성 자영업이다. 정상은 아니란 이야기다. 소득은 더이상 늘지 않는데 소비성 자영업만 늘어간다. 괜히 자영업의 폐업률이 높은 것이 아니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지만 그 숫자를 가지고 사람이 거짓말한다. 숫자의 어느 부분을 인용하는가. 어느 부분에 집중하는가. 그것을 어떻게 분석하고 이해하는가. 사방 400미터 안에 편의점만 7개다. 그런 현실은 무시한 채 최저임금의 탓만 한다. 그 조그만 동네에 몇 달 새 새로 문을 연 카페만 또 한 열 곳 되는 모양이다.  과연 얼마나 시장조사를 하고 준비를 갖춰 창업한 것인지. 장사만 시작하면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너무 쉽게 잊는다. 그리고 이미 자영업은 경제수준에 비해 너무 많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