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동네에 하우스를 하는 형이 있었다. 정식으로 하는 하우스는 아니고 자취방을 동네에서 도박 좀 한다는 사람들에게 하우스로 빌려주고 그 돈을 받아 생활하던 사람이었다. 나도 자연히 그를 통해 도박이라는 것을 몇 번 맛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도박하면 안되는 사람이구나.

 

도박과 투기가 서로 닮은 부분일 것이다. 빠지기가 어렵다. 돈을 따면 따서, 혹은 잃으면 일어서 손털고 일어나기가 도저히 쉽지 않다. 돈을 땄으면 더 딸 것 같다는 생각에, 돈을 잃었으면 잃은 돈을 벌충해야 한다는 생각에, 결국 아예 망하기 직전까지 도박판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 당시는 망하고 싶어도 망할 돈 자체가 없었기에 그래봐야 며칠 일당 날리는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설마 플러시 잡고 지르는데 포카드가 나올 줄이야. 물론 그러고도 인터넷 고스톱으로 한 번 크게 망한 적이 있기는 하다. 진짜 올인 앞두고 괜히 호기 부리다 내가 올인당했었다. 그러고서도 몇 번이고 다시 덤볐다가 오히려 평정을 잃은 상태에서 그때마다 모두 잃고는 이제는 인터넷도박도 아예 손을 대지 않는다.

 

내가 주식이며 코인 같은 투기에는 얼씬도 않는 이유일 것이다. 오르면 좋은데 올랐다고 팔기가 어렵다. 팔고 나서 오르면 아쉽고, 그렇기 때문에 더 오를 것을 기대하면 팔고 나오기가 어렵다. 그러다가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올랐던 것이 생각나서 자꾸만 미련을 가지게 되고 손해를 보는 순간부터 본전생각에 더욱 놓지 못하게 된다. 오죽하면 그런 말이 있다. 세상에 상종하지 말아야 할 세 가지 부류가 담배 한 번에 끊는 사람과 도박 돈따고 잃어나는 사람, 사법고시 1차 합격하고 손터는 사람이라고. 그만큼 중독성이 강하다. 물론 그런 것을 가르쳐주는 곳은 지금껏 어디에도 없었다.

 

영끌족들을 그다지 동정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오를 때는 오르는 것만 보고 가능한 모든 돈을 끌어들여 집을 샀을 것이다. 그러면 올랐으니까 팔아서 차익만 얻었으면 되는데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마냥 붙잡고 있었다. 언제까지? 그게 문제다. 최고점이란 곧 하락이 시작되는 지점이란 뜻이니까. 오르는 동안에는 팔지 못하고, 당연히 떨어지기 시작하면 더 팔지 못한다. 그러면 결국 집을 안고 같이 죽어야 한다. 그런 계산도 못한 것이다. 언론이 부추기니까 벼락거지 되기 싫어서 아무 생각없이 뛰어든 결과다. 집값이 떨어지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있었다면 일찌감치 팔고 나왔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다. 하긴 팔고 나오려 했어도 어차피 사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 차익을 기대하고 투기에 뛰어든 바보들 제외하고는.

 

영원히 오르는 것은 없다. 오르는 것은 언젠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때를 대비할 수 있을 것인가. 떨어질 때 다시 오를 때까지 기다리며 버틸 수 있을 것인가. 돈을 잃기 시작했을 때 버틸 수 있는 여력만 있으면 도박에서도 다시 기회가 돌아올 수 있는 것이다. 영끌족과 진짜 꾼들의 근본적인 차이다. 그리고 결국 언제나 승자는 그럴 능력을 가진 꾼들인 것이고. 언론이 떠든다고 휘둘리는 건 그런 꾼들이 움직이는 언론에 놀아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꾼들의 먹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몰랐다면 교훈으로 삼으면 되는데 과연 그럴 주제라도 될 것인가.

 

남들 돈버는 것 부러워하다 보면 결국 자기만 힘들어지고 불행해진다. 그런 단순한 상식조차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래서 몸으로 직접 겪으며 배워야 한다. 교훈이라 여겨야지 별 수 있을까. 그렇게 집값이 언제나 오르지는 않을 거라며 살 집을 장만하라 해도 듣지 않더니만 직접 대가를 치르고 마는 것이다. 크게 염두에 둘 것은 아니다. 별 관심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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