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 지 알겠다. 아주 오래전 쓴 글이 있다. 아마 2017년 대선 전이었을 것 같은데, 어째서 친노친문이, 정확히 노무현과 문재인이 민주진보진영에서 왕따처럼 취급되는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노무현과 문재인이 어째서 민주진보진영은 물론 민주당 안에서도 소수의 소외된 비주류로 여겨지는가 그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로도 여러차례 다른 주제를 쓸 때마다 반복해 온 내용이므로 굳이 읽지 않았어도 익숙할 것이다. 어째서 2찍 진보들은 차라리 윤석열과 한동훈을 지지하더라도 민주당의 승리를 바라지 않으며,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MBC나 뉴스타파조차 지금 이재명에 대해 적대적인가 하는 것도 그 연장에 있을 것이다.

 

흔히 노무현의 측근이라고 친노라고들 말하지만 실제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까지 노무현의 주위에서 그를 도왔던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연한 것이 노무현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활동한 시기 자체가 그리 길지 않았던 탓에 주위에 사람이 있어도 그들을 챙겨줄만한 능력 자체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노무현이라는 개인이 좋다고 어지간한 의지로 기본적인 생활조차 되지 않는데 노무현을 따라다니며 그를 돕는다는 자체가 어쩔 수 없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이었던 탓이다. 그것은 김영삼이나 김대중도 다르지 않아서 나중에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어려울 때 자신을 도왔던 가족과 측근들을 강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탓에 여러 문제들이 일어나고 있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문재인이 당선되기 전까지 친노라 불리웠던 인사들 가운데 이처럼 노무현이 어려웠던 시절부터 함께했던 진짜 친노는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러니까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필요해서 청와대로 불러다 쓴 인사들까지 죄다 친노로 묶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정치인 개인으로서 노무현을 따른 것이 아니라 이미 대통령이 되어 합당한 대가를 보장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를 바라고 모여든 인사들까지 죄다 친노가 되는 것이었다. 비유하자면 원래 오다가의 가신이었던 시바타와 이케다, 사쿠마 등과 오다 노부나가가 이마가와와 사이토까지 이기고 유력 다이묘로 성장하고 난 뒤 합류한 다키가와와 아케치 등을 같이 취급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하물며 오다 노부나가가 죽고 사실상 전국을 제패하며 간바쿠의 자리에 오른 토요토미에게 허리를 숙이고 휘하로 들어온 인사들까지 그의 가신이라 부르고 있는 꼴인 것이다. 과연 그들이 따른 것은 '대통령' 노무현이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었을까. 

 

더구나 문재인은 그런 노무현에 의해 발탁되어 자신들과 같이 청와대에서 근무했을 뿐인 또다른 친노였던 것이다. 역시 비유하자면 오다 노부나가 사후 전국의 패권을 거머쥔 토요토미 히데요시를 바라보는 시바타나 도쿠가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노무현을 대신할 구심점이 필요했고, 자신들이 다시 권력의 중심으로 나아가기 위한 매개로써 친노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의 존재가 필요했을 뿐 처음부터 문재인의 사람이었던 경우는 거의 없다시피 한 것이다. 원래 정치를 했던 것도 아니었고, 지역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자기 세력을 따로 만들었던 것도 아니었다. 정치적인 필요에 의해 추대되어 정치에 입문한 경우였고, 따라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된 뒤에도 자기 사람이라고는 없이 당시 민주당 안에서도 꽤나 소외된 위치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나마 문재인에게 자기 사람이라 할 만한 사람들이 생겨난 것이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대표가 되면서, 그리고 지금 문재인의 사람이라 불리는 대부분은 이후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여러 경로를 통해 발탁된 이들인 것이다. 역시 묻게 된다. 그들이 따른 것은 인간 문재인이었을까? 아니면 대통령 문재인이었을까? 그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임종석일 것이다. 아니 노영민이나 윤영찬도 있을 것이다. 그들은 과연 처음부터 정치인 문재인을 따랐던 그의 측근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기억하는 사람들 있을 것이다. 문재인이 처음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가 되었을 때 탕평한다고 여기저기 다른 계파에서 사람 데려다가 당직을 임명하고 있었다. 이때 발탁된 이들도 원래 계파와 상관없이 친문이 되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문재인과 처음부터 같이 했던 측근들은 크게 빛을 보지 못했었다. 비서실장인 임종석부터 민주당의 주요 계파인 86그룹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발탁한 것이었다. 이낙연도 그래서 호남에 대한 배려차원에서 총리가 되었던 것이었고, 김현미 또한 여성이라고 국토부장관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윤영찬이나 노영민도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 그렇다면 원래 문재인의 사람도 아니었는데 대통령이 되었다고 청와대로 불려가서 그들은 온전히 문재인의 사람으로서 제 역할을 다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조국사태 초기에 문재인이 윤석열의 반항을 진압할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있었다. 당장은 지지율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대통령으로서 가진 바 권한을 제대로 행사했다면 바로 검찰을 무력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자신과 가족이 당한 것을 생각하면 원망을 크게 가졌어도 이상하지 않을 조국이 정작 문재인 대통령에게 매우 깍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후로도 많은 결단의 국면에서 문재인은 평소 자신이 가졌던 신념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원래 임종석은 전대협의장 출신으로 말하자면 운동권에서도 엘리트였다. 문재인에 의해 청와대로 불려갔던 많은 인사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대통령이 되기 전 문재인보다 자기 분야에서 더 알아주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이 과연 얼마나 문재인의 의중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들어 충실히 이행하려 했을 것인가. 그러니까 장하성이 단지 김동연 때문에만 청와대에서 밀려났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말은 친문인데 정작 문재인 전대통령을 직접 찾아가 사진 한 번 찍지 않는 인사들을 보면서 비로소 이해가 되는 것이다. 그런 놈들끼리 뭉쳐서 임종석 하나 국회의원 만들어 보겠다고 당도 지지자도 상관없이 몽니를 부리는 모습에서 당시 청와대의 풍경을 떠올리게 되었다. 청와대에서는 달랐겠는가 하는 것이다. 당대표도 당헌당규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는 저들이 청와대에서 대통령에 대해서는 달랐겠는가.

 

문재인이라는 개인의 성품을 보면 저절로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자기 의지가 강해도 주위에서 강하게 밀어붙이면 다수의 의사를 억지로 일방적으로 억누르거나 강제하지는 못한다. 그런 놈들이, 나중에는 이철희 같은 놈들까지 청와대를 차지하고 있었는데 문재인이 대통령이라고 정치적으로 결단할 부분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었을 것인가. 괜히 임종석에게 대선패배의 책임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원래 대통령의 사람도 아니었고, 심지어 대통령을 비주류로 소외시키던 오히려 이전의 주류가 모여 있던 것이었다. 어째서 2찍 진보들마저 저들의 편에서 저리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가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다. 원래 문재인에 호의적이었다면 친문이어서 그렇다 하겠지만 한겨레든 경향이든 처음부터 문재인에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노무현과 문재인에 적대적이던 놈들이 친문이라고 편을 든다는 자체가 부조리고 모순인 것이다. 그래서 더욱 확신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고민정과 임종석 등이 보이는 모습이 당시 청와대의 풍경이었다.

 

그나마 문재인의 사람으로 출발했던 고민정이 이제와서는 그들만의 리그에 더 충실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일 것이다. 이를테면 포섭된 것이다. 주류 엘리트집단에. 잘난 놈들의 모임에. 그러면서 그들과 자신을 동질화시킨다. 아마 지금 고민정의 머릿속에 문재인이란 사람은 아예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자신들보다 저 아래 한참 바닥에 위치해 있을 지 모른다. 이재명은 그보다 더 아래가. 그런 우월감에 그들만의 리그가 만들어진다. 2찍 진보들이 윤석열과 한동훈에 미쳐 열광하는 이유와 다르지 않다. 그래서 문재인 시절 청와대가 그따위였던 것이었다. 더구나 총리까지 그런 놈들이었으니 정부가 제대로 돌아갔을 리 없다. 그런데 이제 문재인에 적대적이던 놈들까지 친문의 편을 들고 있다. 조선일보가 임종석의 컷오프를 안타까워한다. 합리적인 의심이 아닐까. 우습게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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