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노후걱정을 안할 수 없다. 아니 당장도 문제다. 11년 넘게 기르던 고양이가 어느날 갑자기 심장마비로 죽었다. 그것도 내 앞에서 밥주고 있는데 손에 덜어놓은 밥을 먹다가 갑자기 발광을 하더니 그래도 세상을 떠났다. 사람으로 치면 중년나이다. 혼자 살다 보면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혼자서 살다 보니 당장 손놓고 있어야 하는 일들이 많다. 어찌할까?


대충 계산을 해봤다. 보증금 얼마, 월세 얼마, 그리고 들어놓은 보험이며, 무엇보다 가장 믿고 있는 국민연금은 또 어떻게.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아도 쪼들리지 않게 살 수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차피 혼자 사니까 큰 집은 필요없고, 그보다는 혼자 사는 만큼 취약해지는 개인의 안전이나 복지를 대신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은 어떨까?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노인만이 아니라 젊은 층에게도 필요한 것일지 모른다.


간단히 나라, 혹은 사회가 만드는 기숙사라 보면 되겠다. 단지 학생이 아닌 만큼 개인의 주권과 존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따라서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수 있어야 한다. 혼자살면서도 외롭지 않게. 소외되지 않게. 그러면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젊은이들은 아무래도 도시가 좋을 테고. 나이 먹으면 조금 교외로 빠져도 상관없을 테고. 진짜 필요한 복지는 이런 것이 아닐까? 개인가구가 더욱 늘어나고 있는 요즘이라면.


어차피 은퇴하고 나면 멀리 지방으로 집값 싼 곳을 찾아 떠나볼 생각이기는 하다. 집값 싼 곳에 가진 돈 탈탈 털어서 전세라도 하나 얻으면 그나마 남은 세월 그다지 경제적으로 쪼들리지 않고 살 수 있을 듯. 문제는 역시 고독과 소외. 노인을 죽이는 것이다. 그다지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 생각하기는 하지만 사람 일은 알 수 없으니까. 내가 처하게 될 현실이다. 분노가 아닌 두려움. 절박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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