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 달 사람이 많이 바뀌었다. 당연하다. 일은 힘든데 급여는 짜고 미래도 보장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까 아무때고 그만둬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다. 경력 좀 되면 오히려 그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아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고 다닌다. 그렇게 일에 지쳐서 그만두고, 더 좋은 곳을 찾아 떠나고, 덕분에 경험없는 신입들만 벌써 우리 조에 절반이 넘어간다. 문제는 참 젊은 친구들이 너무 자신감이 넘친다는 것.


전에는 그래도 신입이라고 해봐야 한둘이니 말을 하면 들어먹는 시늉은 했었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한다, 저건 저렇게 해야 한다, 그건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 그런데 짧은 기간 동안 갑자기 젊은 신입들이 늘어나니 자기들끼리 패거리를 만든다. 한 달 먼저 들어왔다는 이유로 선배노릇하면서 신입을 포섬해서 자기 패거리로 만든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합의해서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

"오히려 저렇게 하는 게 더 불편하고 성가시기만 해!"

"괜히 저런 인간 말 들을 필요는 없어!"


엄하게 말해서 바로잡아도 그때 뿐이다. 자기들끼리 담배피러 갔다 와서는 다시 원래 그대로다. 그래도 상관없는 것이 편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자기가 옳다고 틀리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자기들끼리 있을 때는 그것이 더 옳을 테니까. 그리고는 패거리를 믿고 대놓고 게기기 시작한다. 대놓고 무시하려는 것을 내가 모르지 않는다. 다만 내게 그럴 권한이 없고 따라서 그럴 책임도 없기에 안 되는 일은 손놓고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나마 잔소리라도 할 때가 애정이든 기대든 남아있는 것이다.


아니나다를까 결국 큰 사고를 치고 말았다. 도저히 나로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큰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도대체 그것을 왜 아무도 말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솔직히 나는 아예 관심조차 없었기에 설마 그 인간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전혀 모른 채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도 한참 뒤에야 결과만 통보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웃고 있다. 자기들끼리 웃으며 떠들고 있다. 그런 게 무슨 상관인가.


나한테도 변명을 시도한다. 이래서 이렇게 되었다. 그래서 그렇게 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명백한 피해가 발생했다. 보고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그런 말이 무슨 소용인가. 그래서 말해주었다.


"응석부리지 마라!"


아직 세상 무서운 줄 모른다. 사람 무서운 줄 모른다. 그래서 자기들끼리 좋으면 그냥 좋은 것이겠거니. 자기들끼리 괜찮으면 그저 괜찮은 것이겠거니. 그래서 사고를 치고서도 그 사고가 얼마나 큰 사고인가 자각조차 없었다. 오히려 쉬는 시간이 적다, 일이 괜히 피곤하고 힘들다 투덜거리기 일쑤다. 대놓고 막말 나올까봐 오히려 내가 참아야 했다. 아마 이런 놈이라도 없으면 사람이 부족해서 남은 사람들이 힘들어질 테니 참으려 한 것이겠지. 


결국은 그 사고로 인해 일만 더 힘들어졌다. 서로 편의를 봐주던 것이 더이상 편의를 봐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규정대로 돌아가면 오히려 불리한 것은 우리들이다. 회사를 탓하기 전에 적당히 타협하며 그나마 덜 힘들도록 편의를 봐주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을 그런 식으로 이용해서 사고를 쳐 버렸다. 회사 쪽에서는 더이상 봐 줄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도 단지 일이 힘들어졌다 회사만 탓할 수 있을 것인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모두가 그리 말하는데 왜 너만 달리 말해?"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간단한 비유로 학교 다닐 때 시험을 치고 나면 자기들끼리 답 맞춰보고는 몇 점 맞았다 좋아하는 머저리들이 있었다. 서로 틀린 답을 맞추고는 그 답을 전제로 자기들끼리 채점하고 좋아한다. 심지어 그 답은 문제를 낸 선생이 정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책임지면 된다. 내가 잘못한 만큼 내가 책임지면 되는 것이다. 먼저 그럴만한 위치에 오르고 나서 그런 말도 해야만 한다. 주제도 안되면서 확신만 넘친다.


블로그질하면서도 그래서 친목질은 아예 하지 않는다. 다른 블로거가 누가 있는지 관심도 없고 알아도 찾아가서 댓글을 남기거나 하지 않는다. 여기 누가 댓글을 남겨도 그냥 읽고 무시하고 지나간다. 글은 내가 쓰지만 결론까지 내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 나의 답이 틀릴 수 있다. 그것을 내가 이렇다 저렇다 점수를 매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그저 쓰고 찾아오는 사람은 그저 읽는다. 거기에는 어떤 관계도 친목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야 최대한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누구의 주관에도 얽매이지 않아야 보다 객관적인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그래서 최소한 내가 운영하는 블로그들만큼은 그저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댓글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사납고 적대적인 댓글이 오히려 많으면 많았지.


아침부터 카톡이 시끄럽다. 어제 저녁부터 시끄러웠다. 그냥 잘라버렸어야 하는 건데. 그래서 내가 일하면서도 일정 이상 동료들과 친해지려 하지 않는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이지 친구가 아니다. 형제도 아니다. 그래서 나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고 옳게 지시하고 가르칠 수 있다. 그래서 대개는 나더러 싸가지없다 욕하는 모양이지만. 피곤하게 생겼다. 그렇지 않아도 쉽고 편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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