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天之下 天生聖人 爲世作則

해석하자면 '빛나는 하늘 아래 하늘이 성인을 내시어 세상을 위해 도리를 만들었도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성인은 당시 황제이던 주원장으로 글쓴이는 황제를 칭송하고자 이 글을 썼었지만 도리어 주원장에게 죽임을 당하고 있었다. 빛이란 반짝이는 대머리를 가리키는 것이니 승려생활을 했던 주원장의 불우한 과거를 비꼬는 것이며, 도리를 가리키는 칙則은 도적을 가리키는 적賊과 발음이 같으므로 홍건적 무리에 속했던 자신의 전력을 비방하려는 것이다. 말이 안되는 트집이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제의 뜻이었기에 감히 반박조차 할 수 없었다.

 

청 옹정제 때는 사사정이라는 한인관료가 사서삼경 중 하나인 시경에 있는 '백성이 머물러 사는 곳維民所止'이란 귀절을 시제로 냈다가 다시 황제를 능욕했다 해서 처벌받은 사례가 있었다. 이유인 즉 옹정雍正에서 머리부분을 빼면 止가 되는데 이마저 民所라는 글자로 갈라 놓았으니 대역무도한 의도가 있다 여긴 것이다. 역시 말도 안되는 트집이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황제가 그렇다니 그리 될 수밖에 없었다. 오죽하면 혹시라도 꼬투리잡힐까 과거 이미 있던 문헌을 고증하는 것으로 학문을 대신한 결과가 바로 청대에 유행한 고증학의 등장이었던 것이다. 

 

머리를 짧게 잘랐으니까, 특정 단어들을 쓰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의도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 과거 전효성이 '민주화' 발언을 했다가 욕먹은 것도 '민주화시키지 않는다'라는 명백히 민주화를 부정하는 의도의 표현 속에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사투리의 '노'와 일베식 표현의 '노'를 구분하는 기준 역시 마찬가지다. 운지니 부엉이니 하는 단어들 역시 어떤 맥락 속에 쓰였는가에 따라 일베인가 아닌가가 결정된다. 하긴 일베 놈들 입장에서야 자기들이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 가지고 괜히 트집잡는다 여겼을 것이다. 자신들은 악의로 그런 표현을 쓴 것이 아니라 그냥 일상의 언어를 사용했을 뿐이다. 그 일상의 언어가 광주의 희생자들을 조롱하고 세월호 피해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라는 점이 그놈들의 정체를 보여주고 있을 테지만. 아무튼 그래서 과연 짧은 머리와 특정한 단어들이 그런 맥락으로 읽혀지고 있는가.

 

숏컷은 역사도 아주 유구한 헤어스타일이다. 반드시 여성주의자라서가 아니라 미적인 목적으로, 혹은 실용적인 이유에서 숏컷을 선택하는 여성이 현실에 넘쳐나도록 많다. 실제 남성 가운데도 여성의 숏컷 스타일을 무척이나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여성의 헤어스타일까지 강제하려는 것인가? 페미니스트가 되기 싫으면 머리를 길게 기르라. 그러면 머리를 길게 기른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것인가. 정의당 강민진도 머리가 무척 길더만. 특정 스타일을 특정 부류와 연관지으려면 그 역의 관계도 성립해야만 한다. 페미니스트라서 머리가 짧다. 따라서 머리가 짧으면 페미니스트다. 숏컷이 아닌 단발의 여성주의자들은 무어라 말하려는 것인가.

 

오조오억은 그리 자주 보지 못했지만 웅엥웅은 아주 오래전부터 뭔 소리 하는지 모르겠으면 조롱하는 용도로 인터넷에서 자주 쓰이던 표현이다. 혹은 자신의 말을 어물거리며 넘길 때도 웅엥웅이란 표현을 쓰고는 했었다. 남성의 어떤 특징을 비하하여 만든 표현이 아니라 그장 말을 어물거리는 자체를 의성어로써 표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웅엥웅 해보라. 그게 어떤 식으로 들리는가를. 오조오억 역시 내가 일상에서 흔히 쓰는 삼십육만육천과 비슷한 의도였을 것이다. 내가 너에게 밥을 사야 하는 이유를 삼십육만육천가지만 대 보라. 여성시대에서 흔히 쓰이는 표현이니까 페미니즘 용어고 남성비하 언어다. 그러면 바보 병신도 남성비하가 되는 것일까? 하긴 여성비하이기도 하다.

 

맥락을 배제하고 단어만 남기면 발생하는 문제인 것이다. 요즘도 국어를 그렇게 가르치고 있는가 모르겠다. 전체의 유기적 구조와 맥락적 이해가 아닌 개개의 어휘와 표현에 집착해서 가르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지만 역시 권력인 것이다. 지난 보궐선거 이후 20대 남성을 부쩍 추켜올리면서, 여기저기서 특히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곳으로 특정 사이트를 주목하면서 기왕에 주어진 관심과 권력을 어떻게든 과시하고 싶었던 것일 게다. 그렇게 인민재판하듯 여러 혐의자들을 만들고 사냥을 주도하기도 했었다. 이번에는 올림픽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정신적 모국인 일본이 조롱받는 도쿄올림픽이다. 일본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인 선수를 용서할 수 없다.

 

재미있는 건 차라리 김건희는 옹호해도 안산 선수를 위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여성주의자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다. 김건희를 옹호하는 목소리는 저리 큰데 안산 선수를 위한 목소리는 일부러 찾아듣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원래 여성시대나 워마드, 메갈리아는 일베와 뿌리가 같다. 성향도 같다. 그러고보니 여성주의자들이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이유도 그렇게 맥락상 이해가 된다. 워마드와 메갈리아의 성향은 항상 일관되게 반문친박이었다. 내가 여성주의자들의 목표가 궁극적으로 박근혜 사면이라 주장하는 이유다.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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